[성경 속 기도] (12) 바오로 사도의 기도
힘들고 어렵더라도 감사의 기도는 꼭! - 카라바조 작, ‘성 바오로의 개종’, 1600~1601년,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 로마 이탈리아. 바오로 사도는 좁은 팔레스티나를 벗어나 소아시아와 그리스 반도를 거쳐 로마제국까지 3차에 걸친 엄청난 선교 여행을 떠났다. 그는 하느님을 전하면서 그리스도교를 인류 전체를 향한 세계 종교로 변화시킨 이방인의 사도이다. 독실한 유다교 가정에서 태어나 철저한 바리사이파로 처신했던 사울(회개 이전의 이름)은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의 대표자였던 스테파노가 예루살렘에서 순교할 때 처형에 가담했다. 당시 그는 광신적 유다교인이었으며 반 그리스도교적 박해자였다. 시리아 지방의 다마스쿠스 교회를 박해하기 위해 원정을 갈 만큼 교회 박해에 앞장섰다. 그런데 다마스쿠스 교회를 박해하러 가던 중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회심하게 되고, 그 후 전 생애를 부활하신 예수를 주님으로 선포하는 데 바쳤다. 예수님 생애 동안 바오로가 그분을 직접 상봉했다는 역사적 흔적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갈라 1,13). 사울은 다마스쿠스로 가던 중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개인적으로 만나고 체험한 것이다. 그는 그 계기로 그리스도께 사로잡힌(필리 3,12) 사람이 되면서 전혀 다른 인생관, 신앙관을 갖게 되었다. 그의 인생처럼 바오로 사도의 기도는 온통 그리스도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마음을 온전히 지배하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예수님이 마음의 모든 영역, 생각의 모든 영역을 온전히 지배하는 주인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우리도 그 소식을 들은 날부터 여러분을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며 간청하고 있습니다. 곧 여러분이 모든 영적 지혜와 깨달음 덕분에 하느님의 뜻을 아는 지식으로 충만해져, 주님께 합당하게 살아감으로써 모든 면에서 그분 마음에 들고 온갖 선행으로 열매를 맺으며 하느님을 아는 지식으로 자라기를 빕니다”(콜로 1,9-10). 그래서 그의 기도는 말할 수 없이 깊은 경배와 감사와 수고로 가득했다. 항상 모든 서간에서도 감사의 기도를 잊지 않았다. 비록 형편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감사의 기도를 등한히 하지 않았다. “우리는 여러분을 위하여 기도할 때면 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한 여러분의 믿음과 모든 성도를 향한 여러분의 사랑을 우리가 전해 들었기 때문입니다”(콜로 1,3-4). 바오로 사도에게는 기도가 자연스럽고 지속적인 것이었고 기도하던 사람들 속에서 수없이 많은 감사의 조건을 찾아냈다. 바오로 사도의 기도는 사목자로서 온전히 교회를 위한 기도였다.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으로 기도하지 않았다. 그의 기도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필요에 관한 것이었고 특히 자기가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준 신자들과 설립한 신생 교회들의 필요에 관한 것이 많았다. 교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어려움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는 사목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그 교회들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했고 기도했다. “그리고 기도할 때마다 늘 여러분 모두를 위하여 기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립니다. 여러분이 첫날부터 지금까지 복음을 전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가운데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신 분께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날까지 그 일을 완성하시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필리 1,3-6). [평화신문, 2016년 5월 1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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