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기도] (15 · 끝) 초대 교회의 기도
함께 모여 한마음으로 기도 바쳐 초대 그리스도교는 성전뿐 아니라 신자들의 집에서도 모여 기도를 함께 바쳤다. 기도는 교회 공동체가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아가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다. 기도는 가장 기본적인 신앙의 표현이고, 하느님께 신뢰하는 삶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초대 교회 공동체의 삶은 기도하는 공동체라는 점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사도 2,42). 교회가 참다운 공동체로서 일치와 친교, 그리고 복음을 실현하는 힘의 원동력은 바로 기도에 있다. 기도하지 않는 공동체는 참다운 의미의 신앙 공동체라고 할 수 없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도 이 기도 안에서 해소되고 해결될 수 있다. 기도는 교회의 친교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표현이다. 또 기도를 통해 한마음 한몸의 공동체를 이룬다. “그들은 모두, 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와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사도 1,14). 루카는 공동체가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함으로써 ‘궁한 사람이 그들 가운데 없었다’고 전한다. 신앙인들 상호 간의 완전한 일치는 ‘한마음 한 정신’에서 기인한 것이다. 초대 교회의 사도행전에는 교회 공동체가 기도를 얼마나 중요시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유다인 출신이 많았기에 이들도 성전에 모여 기도했다. “그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사도 2,46 ). 초대 교회의 신자들이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음식을 함께 드는 집에서도 기도를 바쳤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기도는 바로 스승이신 그리스도를 가장 잘 닮을 수 있는 방법이다. 실제로 주님께서도 늘 제자들에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 주셨다. 즉 교회가 인간적인 모임이 아니라 신앙 모임의 성격을 띠는 것은 함께 기도하는 데 있었다. 기도는 공동체 구성원들을 일치시키고 그리스도 모습을 닮아가는 행위이다. 그리스도교 공동체 신자들이 신명 나는 순박한 마음으로 빵을 나눌 수 있었던 원동력, 그리고 그리스도교 실존이 변질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었다. 바로 이 기도가 사도들의 가르침, 교회의 친교, 전례적인 빵의 나눔을 가능케 한 힘의 기본이 되었다. 따라서 교회가 교회다운 모습, 그리고 세속 안에서 힘 있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기도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지녀야 한다. 기도하지 않는 공동체는 그저 인간적인 모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가정도 예외는 아니다. 크고 작은 어느 공동체든 문제가 없을 순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문제의 해결 방법이 어떤 것이냐 하는 것이다. 교회의 구성원은 기도로써 사랑과 일치, 용서의 관점, 즉 그리스도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기도를 통해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초대 교회는 신자 숫자가 많지 않았지만 박해받는 교회였다. 그런데 사도행전을 보면 초대 교회는 세상에서 박해를 받았지만 동시에 칭송도 받았다.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 주님께서는 날마다 그들의 모임에 구원받을 이들을 보태어 주셨다”(사도 2,47). 초대 교회의 신자들은 모진 박해 속에서도 함께 모여 기도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오늘날 우리도 초대 교회의 모습을 본받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16년 5월 2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 그동안 ‘성경 속 기도’를 집필해 주신 허영엽 신부님과 애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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