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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신약 여행10: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루카 6,20)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8-08 조회수6,854 추천수1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10)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루카 6,20)


예수의 활동에서 실현되고 있는 ‘참행복’

 

 

- 예수께서 산상설교를 하신 곳은 오늘날 이스라엘 사람들이 ‘쉐이크 알리’라 부르는 갈릴래아 호숫가 구릉이다. 이곳에 지어진 ‘참행복 선언 기념 성당’은 여덞 가지 참행복을 상징해 팔각 모양으로 아담하게 지어져 있다. 평화신문 자료 사진.

 

 

갈릴래아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참행복 선언 기념 성당이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서의 참행복에 관한 가르침을 기념하는 곳입니다. 예전에는 마태오 복음 5장 3-10절에 기록된 예수님의 가르침을 ‘진복팔단’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가르침 전하는 예수

 

“행복하여라!” 는 선언으로 시작되는 이 내용은 마태오 복음 5-7장에서 전해지는 ‘새로운 가르침’의 첫 부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군중을 보시고 산으로 오르셨다”(마태 5,1). 이 구절은 구약의 탈출기에 나오는 모세의 이야기, 곧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계명을 받는 장면을 생각나게 합니다. 또한, 산에서 이루어진 가르침이라는 점에서 이 부분을 ‘산상 설교’라고 부릅니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의 계명을 백성들에게 선포하고 가르치는 모습과 예수님께서 산에 오르시어 군중들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전하는 모습은 상당히 비슷합니다.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을 새로운 가르침을 전하는, 구약의 율법을 완성하는 ‘권위를 가진 율법 학자로 소개합니다’(마태 7,29 참조). 이런 마태오 복음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산상 설교입니다. 

 

“행복하여라”로 시작하는 마태오 복음의 참행복 선언은 모두 여덟 개입니다. 그리고 처음과 마지막, 마음이 가난한 이들과 박해를 받는 사람들에게 약속되는 것은 ‘하늘 나라’로 대구를 이루고 있습니다. 참행복 선언의 내용은 구약 성경에서 찾을 수 있는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서도 역시 예수님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것을 사람들에게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구약의 가르침을 정리하고 새롭게 해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행복에 관한 가르침에서 강조되는 것은 박해에 관한 내용입니다.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이들”에 대해서는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고 반복해서 표현합니다. 이것은 당시의 마태오 공동체가 처한 상황을 암시해 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초기 교회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했지만, 마태오 공동체에도 마찬가지로 박해는 당시의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행복과 불행이 정확히 대구 이뤄 

 

마태오 복음의 내용과 비교할 만한 것은 루카가 전하는 참행복과 불행 선언입니다. 루카 복음은 마태오 복음보다 조금 간략하게 이 내용을 소개합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부유한 사람들, 지금 굶주리는 이들과 지금 배부른 사람들, 지금 우는 사람들과 지금 웃는 사람들로 비교되는 행복과 불행 선언은 정확하게 대구를 이룹니다. 루카 복음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금’입니다. 지금 굶주리고, 지금 우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약속이 머지않아 실현될 것임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마태오와 루카의 공통점은 박해에 관한 내용으로 행복 선언을 마무리한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1세기 후반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가장 큰 어려움은 박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앙인들에게 가장 절박했던 것은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어 이 모든 것들을 끝내실 것이라는 기대였습니다. 신약 성경의 꽤 많은 부분에서 이런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행복 선언의 시작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언급입니다. 복음서에서 말하는 가난한 이들은 경제적인 차원에서 언급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이것보다는 더 넓은 의미로 여러 면에서 소외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말합니다. 이런 까닭에 마태오 복음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합니다. 원래 표현은 ‘영으로’, ‘영 안에서’이지만 성경은 이것을 마음으로 옮겼습니다. 이 표현은 물질적인 가난을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의미의 가난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마태오와 루카 모두 행복 선언의 첫 자리에 가난한 이들을 둡니다. 하늘 나라, 하느님 나라는 우선적으로 이들을 향해 있습니다. 

 

복음서는 행복 선언의 내용을 예수님의 활동을 통해 보여줍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고 지치고 슬퍼하는 이들을 위로하며, 자비를 베푸는 예수님의 모습은 이미 행복 선언이 그의 활동 안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6년 8월 7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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