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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애가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05 조회수5,396 추천수1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애가는?

 

 

애가는?

 

본디 히브리어 성경에서 애가는 ‘아!’ 또는 ‘어찌하여’를 뜻하는 ‘에카’라고 전해옵니다. 그러나 그리스어 성경에서 불리는 ‘트레노이(애가)’를 따라서 흔히 애가라고 부릅니다. 애가의 배경에는 기원전 587년 바빌론 임금 네부크드네자르가 예루살렘 성을 포위하고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한 다음 수많은 백성들을 바빌론으로 끌고 간 사건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애가는 언제 읽었는지요?

 

유다인들은 파스카로 시작되는 한 해의 다섯 번째 달인 아브 달 9일에 애가를 읽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훗날, 이날은 기원전 587년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뿐 아니라 기원후 70년에 로마인들에 의해 파괴된 예루살렘 제2성전 (멸망) 사건까지 기념하기 시작합니다.

 

 

애가의 내용은?

 

애가는 한마디로 예루살렘 성전 멸망을 애통하는 내용입니다. 예루살렘이 겪고 있는 비참한 상황을 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 사람들이 붐비던 도성이 외로이 앉아있다. 뭇 나라 가운데에서 뛰어나던 도성이 과부처럼 되고 말았구나. 모든 지방의 여왕이 부역하는 신세가 되어버렸구나.”(애가 1,1) “축제를 지내러 가는 이들이 없어 시온을 향한 길들은 비탄에 잠기고 성문들은 모두 황폐하게 되었으며 사제들은 탄식하고 처녀들은 슬픔에 젖어있으니 시온도 쓰라려하는구나.”(애가 1,4) “주님께서 딸 시온의 성벽을 허물기로 작정하시어 측량줄을 치시고 쳐부수실 때까지 당신 손을 거두지 않으시며 누벽과 성벽을 통곡하게 하시니 이들이 다 함께 스러져간다.”(2,8) “저희의 머리에서는 면류관이 떨어졌습니다. 오, 애통합니다, 저희가 죄를 지었으니!”(5,16)

 

 

예루살렘 도성의 멸망으로 인하여?

 

시민들은 울고 애통해합니다. “밤이면 울고 또 울어 뺨 위에 눈물이 그치지 않는구나. 그 모든 애인들 가운데 위로해 줄 자 하나 없고 벗들은 모두 그를 배반하여 원수가 되었다.”(1,2) “이 때문에 울지 않을 수 없어 내 눈은 눈물을 흘린다오. 나를 기운 차리게 해 주실 위로자께서 내게서 멀리 계시기 때문이라오. 원수가 기세를 떨쳐 내 아들들을 쇠멸해 간다오.”(1,16) “나의 딸 백성이 파멸하고 도시의 광장에서 아이들과 젖먹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내 눈은 눈물로 멀어져가고 내 속은 들끓으며 내 애간장은 땅바닥에 쏟아지는구나.”(2,11) “주님께 소리 질러라. 딸 시온의 성벽아. 낮에도 밤에도 눈물을 시내처럼 흘려라. 너는 휴식을 하지 말고 네 눈동자도 쉬지 마라.”(2,18; 참조: 3,48-51)

 

 

예루살렘 멸망에 대한 탄식의 소리?

 

다음과 같은 탄식이 뒤따릅니다. “그의 온 백성이 탄식하며 빵을 찾고 기운을 차리려고 보물을 먹을 것과 바꿉니다. ‘보소서, 주님 살펴보소서, 제가 멸시만 당합니다.”(1,11) “그들은 제가 탄식하는 것을 듣건만 아무도 저를 위로해 주지 않습니다. 저의 모든 원수들이 제 불행을 듣고 당신께서 그렇게 하셨다고 기뻐합니다. 당신께서 선언하신 날이 오게 하소서. 그들도 저와 같이 되게 하소서.”(1,21)

 

 

폐허가 되어버린 예루살렘에 대한 한탄?

 

그토록 희망을 걸었던 예루살렘 성전의 폐허 앞에서 이스라엘이 한탄과 비탄의 소리를 내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분께서는 높은 데에서 불을 보내시어 내 뼛속까지 꿰뚫게 하시고 내 발에 그물을 펼쳐 놓으셨다가 뒤에서 나를 낚아 채셨다오. 그분께서는 나를 황폐하게 하시어 이 몸은 온종일 괴로워한다오.”(1,13) “맛있는 것만 먹던 아이들이 거리에 쓰러져 움직일 줄 모르고 자주색 옷에 싸여 업혀 다니던 아이들이 쓰레기 더미를 껴안고 있구나.”(4,5) “폐허가 되어 여우들이 나돌아 다니는 시온 산 때문입니다.”(5,18)

 

 

이제 예루살렘 도성은?

 

예루살렘 성전 멸망으로 인해 도성의 주인공이던 귀한 존재들이 상처로 휩싸여있다. 곧 아이들과 처녀들과 총각들, 나아가 원로들, 사제들, 예언자들과 임금들과 고관들이 고통 속에 허덕이고 있음을 고발합니다. “그(시온)의 적들은 우두머리가 되고 그의 원수들은 편안히 지내니 그의 많은 죄악 때문에 주님께서 그에게 고통을 내리신 것이다. 그의 아이들은 포로가 되어 적 앞으로 끌려갔다.”(1,5) “딸 시온의 원로들은 땅바닥에 말없이 앉아 머리 위에 먼지를 끼얹고 자루옷을 둘렀으며 예루살렘의 처녀들은 머리를 땅에까지 내려뜨렸다.”(2,10) “젊은이들은 맷돌을 돌리고 아이들은 나뭇짐 밑에서 비틀거리며…… ”(5,14) “주님께서 친히 그들을 흩어버리시고 그들을 다시는 살펴보지 않으셨다네. 사람들은 사제들을 우러르지 않고 원로들을 동정하지도 않았다네.”(4,16) “저들의 손에 고관들이 매달려 죽고 원로들은 업신여김을 당하였습니다.”(5,12)

 

 

예루살렘 성전과 축제는?

 

이스라엘 백성이 가장 신성한 실체로 여기는 예루살렘 성전도 더 이상 예전처럼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성전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축제가 더럽혀졌음을 애통해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초막을 정원처럼 허물어뜨리시고 당신 축제의 자리를 헐어버리셨다. 주님께서는 시온에서 축제와 안식일을 잊게 하시고 당신 진노의 열기 속에 임금과 사제를 물리쳐버리셨다.”(2,6)

 

 

이제 이스라엘은?

 

성전이 파괴되어 하느님을 만나는 축제도 더 이상 예전처럼 거행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더없이 심한 고통을 겪게 됩니다. 바로 그러한 고통 덕분에 이제 백성들은 자신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기 시작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반항을 반성합니다. “저희는 거역하고 반항하였으며 당신께서는 용서하지 않으셨습니다.”(3,42) 그들은 불순종을 반성합니다. “주님은 의로우신 분 내가 그분의 명령을 거역하였다오. 민족들이여, 모두 내 말을 들어보오. 내 상처를 보아주오. 내 처녀들과 총각들이 포로로 끌려갔다오.”(1,18) 나아가 이스라엘은 이제 자신들의 패륜과 같은 죄악을 고백합니다. “너의 예언자들이 네게 환시를 전하였지만 그것은 거짓과 사기였을 뿐. 저들이 네 운명을 돌리려고 너의 죄악을 드러내지는 않으면서 네게 예언한 신탁은 거짓과 오도였을 뿐.”(2,14)

 

 

애가에 스무 차례가 넘도록 등장하는 손은?

 

하느님 백성을 멸망시키려는 원수들의 손으로 등장하는 이 손은 근본적으로는 하느님의 손을 지칭합니다. “그분의 손이 지우신 내 죄악의 멍에는 단단히 매여 있고 그것은 내 목 위에 올려져 있어 내 기력을 소잔케 한다오. 주님께서는 내가 대항할 수 없는 자들의 손에 나를 넘기셨다오.”(1,14)

 

 

애가의 하느님은?

 

하느님께서는 진노하시고 분노하시는 분으로서 무시무시한 불꽃으로 표현됩니다. “주님께서 당신 분노를 죄다 터뜨리시고 당신 진노의 열기를 퍼부으시어 시온에 불을 지르시니 그 토대까지도 타 버렸다네.”(4,11) 이렇게 까마득히 보이는 하느님은 실은 아주 가까이 계시면서 들으시고 보시며 기억해주시는 분입니다. “주님, 기억하소서. 저희가 어찌되었는지를. 바라다보소서, 저희의 치욕을.”(5,1) 우리 인간이 의지할 수 있는 분, 구원을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당신을 바라는 이에게, 당신을 찾는 영혼에게 주님은 좋으신 분. 주님의 구원을 잠자코 기다림이 좋다네.”(3,25-26)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12월호,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용현5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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