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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의 세계: 다윗과 밧 세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01 조회수6,690 추천수1

[성경의 세계] 다윗과 밧 세바 (1)

 

 

마태오복음은 유대인을 염두에 두고 기록되었다. 히브리인에게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선포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1장부터 그분의 족보를 등장시킨다. 왕족 다윗 가문임을 내세우기 위해서다. 그런데 다윗은 후계자 솔로몬을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낳았다고 되어 있다(마태 1,7). 이 여인이 밧 세바다. 부친 엘리암은(2사무 11,3) 다윗의 정예부대였던 30인 용사 중 한 사람이었다(2사무 23.34). 우리야 역시 30인 용사에 속했고 히타이트 출신이었다(2사무 23,39).

 

히타이트(Hittites)는 오늘날의 터키 동부 지역과 메소포타미아 북부에 걸쳐있던 고대 국가다. 우리야는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히브리 여인을 아내로 맞고 왕궁 가까이 살았다. 일찍부터 다윗을 추종하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는 증거다. 그만큼 충성심 강한 용사였을 것이다. 우리야는 불꽃을 뜻하는 우르와 야흐(야훼)의 합성어다. 직역하면 불꽃야훼로 야훼의 불길이란 의미다. 이름에서 맹렬한 사나이란 느낌이 묻어난다.

 

밧 세바가 다윗을 만난 계기는 목욕이다. 목욕하는 그녀를 우연히 보게 되어 가까이했다고 성경은 전한다(2사무 11,4). 하지만 다윗은 밧 세바를 전혀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정예부대 30인 용사로 왕궁 가까이 사는 충신의 아내를 몰랐을 리 없다. 목욕하는 모습에서 욕정을 느껴 부른 건 아니라는 말이다. 왕궁에는 여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밧 세바의 어떤 모습이 다윗을 끌어당겼을까? 그녀는 아히토펠의 손녀다. 아히토펠은 다윗의 브레인으로 뛰어난 책략가였다(2사무 16,23). 밧 세바에게도 그런 기질이 있었고 다윗은 그 모습에 끌렸을 것이다.

 

밧 세바가 임신하자 다윗은 우리야를 불러 아내와 잠자리에 들게 한다. 사건을 덮으려는 의도였다. 우리야는 응하지 않았다. 전투 중엔 금욕해야 하는 전통을 고집한 것이다. 임금이 술 취하게 해서 보냈지만 여전히 가지 않았다. 우직하고 완강한 외국인 장수였다. 그런데도 유다의 상류층에 남을 수 있었던 건 밧 세바 힘이 아니었을까? 다윗의 여자가 된 밧 세바는 아들 솔로몬을 후계자로 만든다. 장남은 살해되고 둘째는 일찍 죽고 셋째도 제거되고 넷째 왕자가 아도니야였는데 제친 것이다. 밧 세바의 힘이었다. 그녀는 나탄을 포섭했다. 왕의 범죄를 꾸짖던 예언자였다. 다윗에겐 아킬레스건이었던 분을 포섭한 것이다. 아도니야가 요압과 손잡고 후계자 위치를 굳힐 때 나탄은 전면에 나서 밧 세바를 도왔다(1열왕 1,12). 다윗 아내는 8명이고 밧 세바는 8번째였다. 그런데도 왕궁을 장악했다. 밧 세바는 평범한 여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2017년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성경의 세계] 다윗과 밧 세바 (2)

 

 

밧 세바 후견인은 나탄 예언자였다. 그는 다윗의 명으로 솔로몬을 왕으로 성별했다. 기혼에서 기름 부으며 후계자로 공인한 것이다(1열왕 1,35). 기혼(Gihon)은 예루살렘 수원지다. 이곳 물을 끌어들일 수 있었기에 예루살렘 도시가 가능했다. 다윗은 솔로몬을 기혼 샘에서 왕으로 선언케 한 것이다. 생명수 같은 왕이 되라는 암시였을 것이다. 당시 다윗은 칠순 노인이었다(2사무 5,4). 체온이 떨어져 아비삭이란 처녀를 취하고 있을 때였다. 판단력도 떨어졌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도니야가 움직였다. 다윗의 넷째아들로 왕위서열 1번이었다. 손위 왕자 3명은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그는 요압 장군과 에브야타르 대사제를 포섭했다. 요압은 군사력을 장악했고 에브야타르는 제관 계급 수장이었다. 누구도 대항할 수 없는 포진이었다. 아도니야는 후계자 위치를 굳히는 제사를 드린다(1열왕 1,9). 그러자 밧 세바는 나탄과 손잡고 반격에 나섰다. 다윗을 움직인 것이다. “임금님이 살아계신 데 아도니야는 왕으로 행세합니다. 반역이 아닌가요?” 두 사람의 논조는 단순했다. 하지만 다윗에겐 압살롬 반역이란 상처가 있다. 그것을 건드린 것이다. 마침내 다윗은 솔로몬을 후계자로 지명한다. 그에게 기름 붓고 왕으로 선언하라는 명령을 차독 사제와 나탄에게 내린 것이다(1열왕 1,34). 이렇게 해서 밧 세바는 메시아 족보에 오르는 여인이 되었다.

 

다윗이 밧 세바를 만난 것은 삶의 완숙기에 들어섰을 때다. 정치도 북쪽지파의 통합으로 안정되고 있었다. 그에겐 7명의 아내도 있었다. 그런데도 빠져든 것이다. 다윗의 방심이었다. 훗날 누군가 이런 현상을 밧 세바 신드롬이라 했다. 성공한 리더들이 윤리 문제로 곤경에 빠지는 걸 빗대는 표현이다. 자신감에 도취되어 현실감을 잃는 것이 원인이라 지적했다.

 

밧 세바(Bathsheba)를 직역하면 세바의 딸이다. 밧은 딸을 뜻하고 세바는 맹세와 일곱을 의미한다. 일곱째 날인 안식일을 뜻하기도 한다. 일곱은 완벽을 상징하는 숫자다. 밧 세바는 이름처럼 맹세와 완벽의 이미지를 남긴 것이다. 역대기에선 밧 수아라 했다(1역대 3,5). 발음상 차이로 보고 있다. 다윗과의 사이에서 시므아, 소밥, 나탄, 솔로몬 네 아들을 낳았다. 한편 예언자 나탄은 밧 세바 최측근이 되어 평생을 함께했다. 그의 둘째 아들 자붓(Zabbud)은 궁중사제가 되었고 솔로몬의 벗이란 소리를 들으며 가까이서 섬겼다(1열왕 4,5). [2017년 1월 8일 주님 공현 대축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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