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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예수님 이야기2: 머리말(루카 1,1-4) - 존귀하신 테오필로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2-20 조회수5,529 추천수1

[이창훈 기자의 예수님 이야기 - 루카복음 중심으로] (2) 머리말(1,1-4) : 존귀하신 테오필로님


예수님 본 적 없는 루카, 왜 복음서를 썼나?

 

 

루카복음은 머리말(1,1-4)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머리말은 일반적으로 필자가 글을 쓰게 된 동기와 내용, 목적, 배경 등을 간략히 설명하는 것입니다. 루카복음의 머리말 역시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루카는 “우리 가운데서 이루어진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엮는 작업에 많은 이가 손을 대었습니다”(1절)라고 시작합니다. ‘우리 가운데서 이루어진 일들’이란 ‘하느님에 의해’ 이루어진 일들, 곧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들을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하느님에 의해) 이루어진 일들’이라고 수동태 형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기법을 학자들은 ‘신적 수동태’라고 부릅니다. 복음서에는 이런 표현이 드물지 않게 등장하는데, 기회가 되면 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가운데서 이루어진 일들이란 무엇일까요? 「주석 성경」은 “예수님의 생애와 사명 수행을 둘러싼 모든 일”을 말한다고 설명합니다. 예수님의 생애와 사명과 관련하여 하느님께서 이루신 모든 일이 곧 저자가 전하려는 내용, 곧 루카복음서의 내용인 것입니다.

 

 

루카는 예수님을 목격했을까?

 

어떤 일을 기록으로 남겨 전하려면 적어도 그 일을 직접으로든 간접으로든 알고 있어야 합니다. 루카복음서를 쓴 루카는 예수님과 관련한 그 모든 일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2절은 바로 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목격자로서 말씀의 종이 된 이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것을 그대로 엮은 것입니다.” 

 

이 내용으로 보아 두 가지는 분명합니다. 첫째, 복음서 저자인 루카는 예수님과 관련된 일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째, 루카가 받아서 엮은 자료는 예수님과 관련된 일의 목격자들이 전해 준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목격자들은 단순히 목격한 구경꾼으로 그친 이들이 아니라 ‘말씀의 종’이 된 이들입니다. 즉 복음의 선포자가 된 이들입니다.

 

 

전해 받은 복음을 순서대로 적다

 

여기서 생각할 게 있습니다. 복음 곧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이라면 자기가 목격한 것을 기쁜 소식으로 받아들인 사람입니다. 같은 사건을 목격하고도 그것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쁨에 차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넘어가고 또 그렇게 그 내용을 전달하지만, 기쁨에 차서 복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개인적 체험과 확신이 있고, 그래서 그가 전하는 메시지에는 그 사람의 주관적 체험과 확신이 반영돼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틀렸다고 함부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신중한 사람이라면 맞다 그르다를 판단하기에 앞서 되새기며 헤아려볼 것입니다. 

 

복음서를 쓴 루카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루카는 3절에서 “이 모든 일을 처음부터 자세히 살펴본”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루카는 자기가 전해 받은 모든 것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기에 “저도 귀하께 순서대로 적어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3절)라고 덧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올리브산 중턱에서 바라본 예루살렘 전경.

 

 

루카에 의해 쓰인 복음

 

여기서 또 한 가지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말씀의 종이 된 이들이 선포하는 말씀 혹은 복음에 그들의 주관적 체험과 확신이 반영돼 있는 것처럼, 전해 받은 자료를 “순서대로 적어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루카 자신의 주관적 체험과 신념 또한 그가 적는 내용에 알게 모르게 반영돼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순서대로’라는 표현은 객관적으로 발생한, 역사적인 순서 그대로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루카는 자기가 전해 받은 자료를 자신의 관심사와 필요에 맞춰 새롭게 정리하고 순서를 매겨 편집해서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이 성경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이는 마태오, 마르코, 요한 등 다른 복음서 저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를 위해 복음서를 썼나?

 

루카는 왜 자신의 복음서를 쓰려고 했을까요? 머리말의 마지막 4절 “이는 귀하께서 배우신 것들이 진실임을 알게 해드리려는 것입니다”라는 구절은 이 점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여기서 ‘귀하’는 바로 앞 3절에 나오는 ‘존귀하신 테오필로스’를 가리킵니다. 존귀하다는 표현은 직책상 또는 사회적으로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을 부를 때에 붙이던 말입니다. 하지만 실재 인물인지 아니면 가상 인물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합니다.(「주석 성경」) 테오필로스란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 혹은 ‘하느님을 사랑하려는 사람’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테오필로스는 당시에 전파되고 있던 그리스도교에 이미 귀의한 그리스도인일 수도 있고 아니면 하느님 혹은 진리를 사랑해 그리스도교에 귀의하고자 한 사람을 지칭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루카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그리스도 신자들 또는 신자가 되려는 이들에게 그들이 배운 예수님에 관한 내용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자 복음서를 썼다고 하겠습니다.

 

 

새겨보기

 

루카복음을 시작하면서 두 가지를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1) 나는 테오필로스, 곧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인가. 내가 사랑하는 하느님은 어떤 하느님인가. 

2) 나는 진실을 알고자 하는가. 내게 예수님에 관한 진실이란 무엇인가?

 

 

루카복음의 저자와 집필 연대

 

루카복음을 집필한 루카는 누구일까요? 루카복음의 원래 제목 ‘루카에 의한 복음’입니다. 그래서 편의상 저자를 루카라고 부르지만 이 루카가 어떤 인물인지 밝히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성경학계의 정설입니다. 다만 루카복음의 저자와 사도행전의 저자가 동일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는 데에 성경학자들은 일치된 견해를 보입니다. 

 

전통적으로 루카복음과 사도행전의 저자를 바오로의 협력자로서 의사인 루카(콜로 4,14; 필레 24; 2티모 4,11 참조)라고 여겼습니다. 또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의사들은 해부학에 관심을 가져야 했기에 그림에도 어느 정도 재주가 있어야 했는데 루카 역시 그림을 잘 그렸다는 전승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베일에 쌓인 복음사가

 

하지만 이는 전통적인 일부 견해일 뿐 오늘날에는 여러 근거에서 루카복음의 저자가 바오로가 언급하는 의사 루카와 동일인일 수 없다고 보는 견해가 훨씬 많습니다. 학자들은 루카복음이 마태오복음이나 마르코복음에 비해 훨씬 세련된 그리스어 문장을 구사하고 있지만 유다인 풍습에 대해서는 틀린 부분이 더러 있어 상당한 수준의 교양을 쌓고 그리스 어문을 잘 구사하는 이방인 그리스도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전통적인 견해에 따라 저자를 루카로 부르기로 합니다. 

 

그렇다면 비 유다계 그리스도인인 루카는 아마도 이방인 그리스도교 공동체인 자신의 공동체에 갓 입문한 신자들 혹은 그리스도교에 입문하려는 신자들을 위해 이 복음서를 썼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자들은 집필 장소도 확실하게 밝혀진 지역은 없고 다만 이스라엘 밖 이방인 지역일 것으로만 추정합니다. 그러나 집필 연대는 80~90년쯤이라고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2월 19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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