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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예수님 이야기6: 엘리사벳 방문과 마리아의 노래(1,39-56) : 만남과 찬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30 조회수6,372 추천수0

[이창훈 기자의 예수님 이야기 - 루카복음 중심으로] (6) 엘리사벳 방문과 마리아의 노래(1,39-56) : 만남과 찬미


“여인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이도 복되십니다”

 

 

- 에인 케렘. 예루살렘에서 남서쪽으로 7㎞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마을이다. 마을 주차장에 내리면 오른쪽 길 건너편으로는 요한 세례자 탄생을 기념하는 성당이 있고,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언덕으로 오르면 즈카르야의 집터 위에 세워졌다는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 기념 성당이 있다. 또 언덕으로 오르기 직전에는 마리아의 샘이라고 부르는 샘도 있다. 그래서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이스라엘은 곳곳이 황량한 광야와 바위산투성이지만 이곳은 수목이 우거지고 철마다 꽃들이 피어 풍광이 무척 아름답다. 사진은 마리아 엘리사벳 방문 기념 성당 전경. 가톨릭평화방송 여행사 제공.

 

 

처녀의 몸이지만 아들을 낳을 것이니 이름을 예수라고 하라는 천사의 전갈에 마리아는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하고 응답합니다. 그러자 천사는 떠나갑니다.(1,26-38) 

 

이렇게 예수님 탄생 예고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 루카는 이제 마리아가 사촌 엘리사벳을 만나는 무대로 화제를 돌립니다. 이 사건은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1,39-45)과 마리아의 노래(1,46-56) 두 부분으로 이뤄집니다.

 

루카는 첫 장면을 이렇게 묘사하지요.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1,39) 루카는 마리아가 서둘러 간 곳이 유다 산악 지방의 한 고을이라고 기록하지만, 구체적인 지명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그 고을은 ‘에인 케렘’이라는 곳입니다. 나자렛에서 에인 케렘까지는 100㎞가 넘습니다. 그 사이에는 평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광야와 험한 산악들도 있습니다. 걸어서 가야 하니, 사나흘 이상 걸리는 거리입니다.

 

그 길을 마리아는 ‘서둘러’ 갑니다. 왜 서두를까요?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에게서 아기를 낳지 못하는 늙은 사촌 언니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진 지 여섯 달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게다가 처녀인 자신도 아기를 갖게 된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이 모든 일은 인간의 힘이 아니라 성령의 능력으로 이루어집니다. 곧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서둘러 가서 언니를 만나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즈카르야의 집에 도착해 엘리사벳에게 인사하는 순간, 엘리사벳 배 속의 아기가 뛰놀았던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엘리사벳의 말입니다. “성령으로 가득 차” 큰소리로 이렇게 외친 것입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1,42-45)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복되다는 말을 두 번이나 합니다. 첫 번째는 마리아가 주님의 어머니가 되신 것에 대해 복되다고 합니다. 주님의 어머니가 되는 여인이니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되다는 찬사는 당연하겠지요. 두 번째는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었기에 복되다고, 행복하다고 찬사를 보냅니다. 

 

그런데 엘리사벳은 마리아가 주님의 어머니가 됐다는 것을,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성령으로 가득 차”(41절)라는 말이 이를 설명해 줍니다. 성령께서 알려주신 것입니다. 엘리사벳의 배 속 아기가 즐거워 뛰논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아기는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1,15 참조) 마리아의 배 속에 잉태된 예수님을 알아보고 기뻐 뛰놀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엘리사벳의 말에 마리아는 길게 찬미의 노래를 부릅니다.(1,46-55) ‘마니피캇(Magnificat)’이라고 하는 이 찬가는 성직자, 수도자들이 시간 전례(성무일도) 저녁기도 때마다 바치는 노래이자,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회합 때뿐 아니라 매일 바치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의 앞부분(46-50절)은 마리아의 개인적인 감사의 마음을, 뒷부분(51-55절)은 하느님 백성 이스라엘 전체의 집단적인 감사의 마음을 노래하는데, 대부분이 구약성경의 여러 대목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구약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으신 하느님께서 당신 약속을 이행하셨음을 감사하는 것인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전히 성취되는 약속 이행(구원)이 마리아에게서 출발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이루어진 구원의 위대한 신비가 하느님의 뜻에 ‘예’ 하고 응답한 마리아의 순명에서 결정적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마리아를 높이 공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루카는 마리아가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는 기록으로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과 마리아의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1,51) 석 달가량 함께 지냈다는 것은 엘리사벳이 해산할 무렵까지 마리아가 곁에 있으면서 보살펴주었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게 합니다. 자신도 임신한 몸이지만 나이 많은 사촌 언니를 보살피는 애틋한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되새겨보기

 

① 우리는 세례성사로 하느님의 성령을 받았고, 견진성사로 성령의 은사를 더욱 풍부히 받았습니다. 성령으로 가득 찬 엘리사벳이 마리아를 보고 주님의 어머니로 알아볼 수 있었듯이, 우리는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이웃 안에서 그리스도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이기적 생각과 마음이 우리 안에서 작용하시는 성령의 불을 꺼버리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그에 필요한 도움을 청합시다. 

 

② 마리아는 나이 많은 사촌 언니가 아기를 가진 지 여섯 달이 됐다는 소식에 자신도 임신 초기의 몸임에도 서둘러 100㎞가 넘는 길을 걸어 언니를 찾아가 석 달이나 머물면서 돌봐줍니다. 이것이 배려입니다. 갈수록 이기적이 되고 자기중심적이 되면서 메말라가는 삶에서 우리는 어떻게 배려하고 있는지요. 하루에 한 번이라도 배려하는 마음을 지니고 배려를 실천해 보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마리아의 찬가(1,46-55)입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고 뜻을 음미해 봅시다. 

 

(46)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47)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48)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49)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50)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51)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52)통치자들을 왕좌에 끌어내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53)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54)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55)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3월 26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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