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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신약 여행41: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30 조회수4,602 추천수0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41)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엠마오 가는 길, 부활 체험으로의 초대

 

 

- 카라바조 작 ‘엠마오에서 저녁 식사’, 1606년,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엠마오로 가는 제자의 이야기는 “바로 그날”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합니다. 마르코와 루카복음이 전하는 내용을 보면 이날은 여인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한 주간 첫날로 이미 부활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마르코복음은 두 제자가 시골로 가는 길에 다른 모습을 한 부활한 예수님을 만났고 돌아가서 제자들에게 알렸다는 사실만을 간단하게 언급합니다.(마르 16,12-13) 하지만 루카는 같은 이야기로 보이는 이 내용을 상당히 자세하게 우리에게 전합니다.

 

제자 중 두 사람은 엠마오라는 마을을 향해 갑니다. 지금도 이 엠마오라는 마을이 현재의 어느 곳인지 여전히 명확하지 않습니다. 엠마오라는 이름은 마카베오기 상권 3장 40절이나 4장 3절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이 마을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약 11km) 떨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도 이스라엘 안에서 서너 곳의 후보지들이 거론되지만, 어느 곳을 확정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클레오파스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제자. 이들이 왜 엠마오로 가고 있었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복음서에서 근거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루카는 그런 합리적인 질문들보다 그들이 부활한 예수님을 만났다는 사실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길에서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분명 이들의 주제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입니다. 그 내용은 루카복음 24장 19-24절 사이에 소개됩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길을 가는 제자들에게 다가갑니다. 루카는 “그들이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함께 걸으며 대화를 주고받던 이들은 마을에 가까이 이르고 두 제자는 예수님께 묵기를 청합니다. 그들은 식탁에 앉아 저녁 식사를 함께 합니다.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이러한 체험 후에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자신들이 만난 부활한 예수님을 다른 제자들에게 전합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이야기는 예수님의 부활을 처음으로 목격하고 전했던 여인들의 말이 사실임을 알려줍니다. 이와 함께 이 이야기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나누었던 마지막 만찬에 대한 기억을 전하는데, 이것은 초대 교회의 신앙인들이 거행했던 성찬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야기 안에서도 예수님은 손님이지만 제자들과 함께한 식탁에서는 마치 주인처럼 묘사됩니다.

 

이 이야기는 현재의 미사를 생각하게 합니다. 부활한 예수님을 만나는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서 말씀과 성찬례가 중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 만난 제자들은 최근에 예루살렘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이야기합니다. 이에 예수님은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줍니다. 이 내용은 말씀 전례와 비슷합니다. 미사 역시 구약과 신약성경의 기록들을 통해 복음의 내용을, 죽음과 부활을 통한 예수님의 구원을 설명합니다. 식탁에서 빵을 나누는 것은 분명 성찬례에 대한 기억과 실천을 보여줍니다. ‘빵을 나누는 것’은 초대 교회에서 성찬례를 나타내는 용어이고 지금은 미사의 성찬 전례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 안에서 제자들이 만난 것은 부활한 예수님입니다. 마치 루카복음은 성경의 말씀과 성찬례를 통해 부활한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미사는 죽음과 부활이 중심이 되는 예수님의 구원 업적을 전하는 장이자 그것을 체험하는 장이기도 합니다. 루카복음은 예수님께서 세우신 성체성사, 그리고 제자들을 통해 교회 안에서 지금까지 전해지는 성체성사가 단순한 예식의 차원을 넘어 부활한 예수님을 만나는 시간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이야기는 부활에 대한 증거이자 부활 체험에로의 초대이기도 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3월 26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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