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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히브리어 산책: 하일, 하자크(권력자, 강하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5-08 조회수9,851 추천수0

[주원준의 히브리어 산책] 하일, 하자크


참 권력자는 ‘공동체 위해 고통 무릅쓴 사람’

 

 

부활로 말미암아 참된 생명과 참된 권위가 드러났다. 마침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자리잡고 있어 생명과 권위를 성찰하기 좋은 주일이다. 헤트로 시작하는 두 낱말은 생명과 권력과 깊이 연관된다.

 

- 하일.‘권력자’, ‘권력’, ‘재산’ 등을 뜻한다. 본디 ‘고통을 겪다’의 뜻에서 파생했다.

 

 

고통을 무릅쓰다

 

첫째로 살펴볼 낱말은 하일이다. 동사로 쓰일 때 기본적으로 ‘고통을 겪다’, ‘고통 중에 있다’는 뜻이다. 참된 지도자는 백성의 고통을 제 고통처럼 겪는다. 닥쳐올 전쟁을 예감한 예레미야 예언자는 “아이고 배야, 배가 하일하네(뒤틀리네)!… 나팔 소리가, 전쟁의 함성이 나에게 들려오고 있다”(예레 4,19)고 외쳤다. 큰 고통을 겪을 때 사람들은 몸이 덜덜 떨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하일하리라”는 “몸서리치리라”로 옮기기도 한다.(이사 23,5)

 

 

고통을 겪으며 낳다

 

하일은 ‘아기를 낳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런데 이 동사의 기본적인 뜻을 고려하면, 하일은 그저 ‘(아기를) 낳다’ 보다는 ‘해산의 고통을 겪다’의 뉘앙스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출산’ 보다는 ‘해산의 고통’이 강조된 말이다. 아마도 “해산하는 여인처럼 하일하리라(몸부림치리라)”(이사 13,8)는 이사야 예언서의 표현이 이 동사의 느낌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 것이리라.

 

이런 느낌을 알고 있으면, “너희 조상 아브라함과 너희를 하일한(낳은) 사라를 우러러보아라”(이사 51,2)는 말씀이나, “너희는… 너희를 하일하신(세상에 내신) 하느님을 잊어버렸다”(신명 32,18)는 모세의 질책을 조금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하자크.‘강하다’, ‘굳세다’ 등을 뜻한다.

 

 

용감한 사람

 

하일은 명사로서 ‘권력자’를 뜻한다. 권력자는 그저 높은 자리에서 호의호식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일한 사람’, 곧 ‘고통을 무릅쓴 사람’이란 의미가 있다. 공동체를 위하여 고통을 겪고 역경을 이겨낸 자야 말로 ‘하일한 사람’이요, 능력 있는 지도자라는 인식이 이스라엘에 있었나 보다.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는 캅츠엘 출신으로 큰 공을 세운 하일한(용감한) 사람이었다. 그는 모압의 두 전사를 쳐 죽이고, 또 눈 오는 날 저수 동굴 속으로 내려가 사자를 쳐 죽였다”(2사무 23,20)는 말씀에서 이런 인식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하일을 실천한다는 것은 적을 쳐부순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울은 “아말렉도 용감하게 하일을 실천하여(쳐부수어) 이스라엘을 약탈자들의 손에서”(1사무 14,49) 구해내었다.

 

또한 하일은 그 자체로 ‘권력’ 또는 ‘재산’을 뜻했다. 예레미야는 “하일과(재산과) 보화를”(예레 15,13) 언급하였다. 모세는 “너희는 마음속으로 ‘내 능력과 내 손의 힘으로 이 하일을(재산을) 마련하였다”(신명 8,17)고 생각하지 말라고 촉구하였다. 그는 하느님 백성의 겸손을 권유한 것이다.

 

 

강하다, 지배하다

 

역시 헤트로 시작하는 하자크는 ‘강하다’, ‘용기있다’, ‘지배하다’를 뜻했다.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광야를 헤매던 백성은 하느님의 인도에 따라 정찰대를 보낸다. 그때 모세는 정찰대에게 “하자크하여라(용기를 내어라)”(민수 13,20)고 권고한다. 약속한 땅에 들어가기 직전에도 모세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모두 지키면 “너희가 하자크하게 되어(강해져서), 너희가 건너가 차지하려는 땅에 들어가 그 땅을 차지할 것이다”(신명 11,8)고 권고한다. 이렇게 모세는 스스로가 아니라 백성을 강하게 만드는 지도자였다.

 

- 히즈키야. ‘야훼님은 내 힘이시다’는 의미로, 주님의 뜻에 충실했던 임금의 이름이다. 갈색 윗첨자 e는 발음되지 않지만 초보자를 위해서 표기한 것이다(무성셰와). 가운데 연두색 점(강한 다게쉬)은 두 번 썼음을 표시하므로 y를 겹쳐 써야 한다.

 

 

왕국을 세운 다음 하자크한 사람을 꼽으라면 다윗과 솔로몬을 들 수 있다. 일찍이 소년 다윗은 “무릿매 끈과 돌멩이 하나로 그 필리스티아 사람을 하자크하고(누르고) 그를 죽였다.”(1사무 17,51) 그의 아들 솔로몬도 “자기 왕위를 하자크하였다(튼튼히 하였다)”고 전한다.

 

 

히즈키야

 

하느님의 뜻에 충실했던 히즈키야 임금의 이름에서도 하자크를 볼 수 있다. 그의 이름은 “야훼님은 내 하자크(힘)이시다”는 의미다. 그는 “주님의 눈에 드는 옳은 일을 하였다”(2역대 29,2)는 평가를 받는 임금이다. 부디 하느님의 눈에 옳게 드는 지도자,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여 평화를 이루는 지도자가 이 봄에 선출되길 희망한다.

 

* 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 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학자다.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의정부교구 사목평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5월 7일, 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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