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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예수님 이야기12: 세례자 요한의 설교(루카 3,1-6)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5-09 조회수7,900 추천수0

[이창훈 기자의 예수님 이야기 - 루카복음 중심으로] (12) 세례자 요한의 설교 ① (루카 3,1-6)


죄의 용서 위한 회개의 선포, 광야에 울리다

 

 

- 유다 광야. 요르단강 하류와 사해 서쪽 황량한 산악 지역. 예리코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가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볼 수 있다. 가톨릭평화방송 여행사 제공.

 

 

시간이 흘렀습니다. 1장과 2장에서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탄생 예고와 탄생 그리고 유년 시절과 소년 시절에 관해 기록한 루카는 3장에서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요한 세례자가 광야에서 설교하는 새로운 무대로 옮겨갑니다. 

 

세례자 요한의 출생 예고 때 그리고 예수님의 탄생 때, 그 역사성을 이야기하고자 시대적 배경을 언급한(1,5; 2,1-2 참조) 루카는 요한 세례자의 설교라는 새로운 사건을 소개하면서 다시 한 번 시대적 배경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티베리우스 황제의 치세 제십오 년, 본시오 빌라도가 유다 총독으로, 헤로데가 갈릴래아의 영주로, 그의 동생 필리포스가 이투래아와 트라코니티스 지방의 영주로, 리사니아스가 아빌레네의 영주로 있을 때, 또 한나스와 카야파가 대사제로 있을 때, 하느님의 말씀이 광야에 있는 즈카르야의 아들 요한에게 내렸다.”(3,1-2)

 

여러 사람의 이름이 나옵니다. 이들이 어떤 인물이고 또 이때가 어느 때인지는 잠시 후에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마지막 문장 “하느님의 말씀이 광야에 있는 즈카르야의 아들 요한에게 내렸다”는 대목을 먼저 살펴봅니다. 

 

루카는 1장 마지막에 요한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간략히 언급하면서 “그는 이스라엘 백성 앞에 나타날 때까지 광야에서 살았다”(1,80)고 전합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렀고, 광야에서 살던 요한에게 이제 하느님의 말씀이 내렸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에게 내렸다’는 표현은 구약성경에서 예언자들이 소명을 받을 때 사용되곤 했습니다.(예레 1,2; 호세1,1; 요엘 1,1; 요나 1,1; 즈카 1,1) 이를 통해 루카는 요한 세례자 또한 예언자임을 드러내고자 했겠지요. 

 

실제로, 구약의 예언자들처럼 요한 세례자 또한 회개를 선포합니다. 그러나 요한은 단지 회개를 선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세례를 베풉니다.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요한은 “요르단 부근의 모든 지방”을 다닙니다.(3,3) 루카는 요한 세례자의 이런 활동이 구약의 예언자 이사야가 한 예언이 그대로 이뤄지기 위한 것이라며 이사야 예언서의 대목을 인용합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굽은 데는 곧아지고 거친 길은 평탄하게 되어라.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3,4-6)

 

원래 이 대목은 기원전 6세기 바빌론에 끌려갔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선포하는 예언입니다.(이사 40,3-5 참조) 마지막 부분은 ‘모든 사람이 주님의 영광을 보리라’는 내용인데, 루카는 이를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로 바꾸어놓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루카는 요한 세례자를 ‘모든 사람이 보게 될 하느님의 구원’을 준비하는 인물로 소개합니다. 어조를 볼 때 그 구원이 가까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는 요한 세례자의 외침은 더욱 힘 있어 보입니다. 

 

요한의 설교와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생각해보기

 

광야 : 요한 세례자는 광야에서 하느님 말씀을 듣고 요르단강 일대에서 자신의 사명을 수행합니다. 성경에서뿐 아니라 교회 역사를 보더라도 광야는 하느님을 만나기에 좋은 곳이라고 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광야는 생존마저 위협하는 곳입니다. 텅 빈 광야에서는 살기 위해서라도 하느님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광야에 있는 요한에게 하느님의 말씀이 내렸다는 것은 우리 또한 하느님 말씀을 들으려면 광야로 가야 함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광야에 갈 수 있을까요? 이스라엘의 유다 광야나 이집트의 황량한 사막을 찾아 떠나야 할까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그분 말씀을 듣기 위해 우리 마음에 광야를 만드는 일입니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나의 계획, 목표, 생각을 모두 접어두고 마음을 비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비우고 내려놓을 때 그분 목소리가, 그분 말씀이 들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알아둡시다 

 

루카복음 3장 첫머리에 나오는 인물들은 누구이고 또 이때는 어느 때일까요? 

 

티베리우스 황제 치세 15년은 시리아식으로 계산한 연대라고 합니다. 오늘날로 따지면 기원후 27년 혹은 28년쯤입니다. 티베리우스는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양자로, 아우구스투스의 뒤를 이어 기원후 14~37년까지 제국을 통치한 2대 황제였습니다. 그는 황제가 된 후에 로마 제국을 황제의 직할 통치 지역과 대리인이나 총독을 통해 통치하는 원로원 통치 지역으로 나눴습니다. 

 

헤로데는 헤로데 대왕의 아들인 헤로데 안티파스를 가리킵니다. 예수님 탄생 당시에 유다와 갈릴래아를 포함해 이스라엘 전역(팔레스티나)을 통치하던 헤로데 대왕이 기원전 4년에 죽자 그의 유언에 따라 세 아들이 아버지 나라를 나눠 차지했는데 그중 한 명입니다. 

 

 장남 아르켈라우스는 유다(좁은 의미)와 사마리아 지역을 통치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폭정이 심해지면서 유다인들과 사마리아인들은 로마에 청원했고,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기원후 6년 그를 쫓아냈습니다. 대신에 총독을 보내 통치하게 했습니다. 그 총독 가운데 하나가 위 본문에 나오는 본시오 빌라도로, 그는 기원후 26~36년 유다와 사마리아 지역을 다스렸습니다. 예수님의 죽음도 빌라도 총독 때의 일이지요. 

 

둘째 아들 헤로데 안티파스는 갈릴래아와 페래아를 맡아 다스렸습니다. 베로이아라고도 하는 페래아는 요르단강 동쪽 사해 북쪽 지역입니다. 헤로데 안티파스는 동생의 아내 헤로디아를 차지하고 요한 세례자를 처형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그는 기원전 4년에서 기원후 39년까지 통치했습니다. 

 

헤로데의 이복동생 필리포스는 갈릴래아 호수 북부와 동부 지역인 이투래아와 트라코니티스 지방을 기원후 34년까지 다스렸습니다. 그는 로마 황제 카이사르에게 충성하고자 자기 영토에 황제의 이름을 딴 도시를 세웠는데, 카이사리아 필리피가 그 도시입니다.(마태 16,13) 

 

리사니아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그가 다스린 아빌레네는 이투레아와 트라코니티스 사이에 있는 지역입니다.<지도 참조> 

 

루카는 대사제도 2명 언급하는데, 한나스는 기원후 6~15년 대사제였고, 카야파는 기원후 18~36년까지 대사제를 지냈습니다. 따라서 루카가 위에서 언급한 요한 세례자의 활동 시기에는 카야파가 대사제였고, 한나스는 말하자면 은퇴 대사제였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기에 루카는 카야파뿐 아니라 한나스까지 언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5월 7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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