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쓰기 느낌 나누기

제목 [성지순례] 숨은 마을 나비들의 축제 - 은이 성지
작성자명현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8-06-29 조회수637 추천수2 반대(0)
숨은 마을 나비들의 축제 - 은이 성지
 
 
"날이 너무 좋지 않으니 다음에 갈까?" 막달레나는 문자를 보냈다.
어렵게 잡은 기회이니 쉽사리 미루고 싶지 않아서 아침에 봐서 결정하자고 했는데
구름이 좀 낀 하늘이지만 금방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오전 8시 30분, 차에도 기름을 넣어 주고 길을 나섰다.
중부 고속 도로 오창 나들목으로 진입하여 영동 고속도로 양지에서 빠져 나와
용인 방향으로 가다가 은이 성지의 팻말을 만나서 골목길을 들어섰다.
 
겨우 차 한대 지나갈 만한 좁은 길, 시골 마을에 공장들이 드문드문 있는네
꼬불꼬불 산길처럼 한참을 들어가서 다다른 곳은 이름처럼
꼭꼭 숨어 있는 마을 은이 성지였다.
 
김대건 신부님께서 열 다섯 되시던 해에 세례 성사와 첫영성체를 하셨고
신학생으로 선발된 곳이며 사제로서 유일하게 사목활동을 하시던 중심지로서
본당의 역할을 하였던 곳이다.
 
미사 시간까지는 넉넉하게 남아있었다.
가장 먼저 찾아들어간 곳은 전시관을 겸한 작은 성당이었다.
구경은 나중에 하려고 조용히 앉아서 묵상을 하는데
미사를 준비하시던 자매님께서 독서를 해 달라고 부탁하셔서 앞자리로 옮겨 앉았다.
 
미사에 참석하신 분들은 마을의 어르신들 몇 분,
순례자는 겨우 우리 두 사람 뿐이었는데도
독서를 하려고 제대에 오르니 좀 떨렸다.
 
미사를 마치고 나니 입구에서 신부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순례를 왔음을 말씀드리고 나서 전시관을 둘러 보았다.
 
성 김대건 신부님 유물 전시관에는 용인지역 교우들이 대대로 보관해 오던
교리서, 성경, 기도서, 제의, 제구, 성물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미사 준비를 하시던 자매님께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정리를 끝내고 나가는 길에 따라 오라고 하셨다.
 
성지 근처에는 마땅한 식당이 없어서 큰 길까지 나가 점심을 억고 다시 성지로 돌아왔다.
성지 앞 작은 도랑을 건너 병풍처럼 둘러있는 산자락 아래
커다란 십자가가 보여서 올라갔다.
 
산을 오르는 길에는 유난히 토끼풀이 많았다.
막달레나는 아직까지 한 번도 네잎 클로버를 찾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네잎 클로버가 보이기에 알려 주었더니
이건 내가 가르쳐 줬으니 자기가 찾은 것이 아니란다.
 
그러다가 드디어 막달레나가 네잎 클로버를 찾고는 좋아했다.
"이제 나에게도 행운이 오려나 봐요. 오늘 여기 오길 정말 잘했어요."
 
망초, 엉겅퀴, 꿀풀, 토끼풀 꽃들이 어우러져 있는 곳에 마련된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묵상하였다.
고난의 길이었지만 이렇게 꽃으로 피어난 주님의 생애......
 
산에는 나무가 울창했다.
이름도 모르는 꽃이 핀 나무 둘레에 흰나비들이 모여들어서
날아다니는 것이 꼭 나비 축제를 연상케 했다.
 
봄날의 꽃밭에서도 저렇게 많은 나비는 본 적이 없는데......
나비들도 이곳이 성지인 줄을 알고 순교 성인의 넋을 기리는 것일까?
 
십자가의 길을 마치고 성지 사무실에 들러서 후원회 가입도 하고
상해의 김가항 성당을 복원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관 구경도 하고
주변의 성지에 대한 안내도 받았다.
 
며칠 있으면 축일을 맞이하는 솔이를 위해서
김대건 성인께 촛불하나 밝혀 봉헌하고 왔다.
 
가까운 골배마실에 들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양지 성당의 이정표가 보여서 들어갔다.
본당 옆에 우뚝 솟은 등대같은 기둥이 인상적이었다.
넓은 마당 한가운데에 김대건 신부님의 성상이 있었다.
우리 본당의 주보 성인이시기에 더욱 반가운 마음이었다.
 
성당에 들어가 잠시 기도를 하고 나오는데 차가 한 대 들어왔다.
은이 성지로 가는 길을 물어보시기에 알려 드렸는데 자신이 없으신지
우리가 골배마실에 간다고 하니 함께 가시겠다고 하셨다.
 
골배마실은 김대건 신부님께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던 곳이다.
골프장 안의 작은 뜰을 지키고 계신 신부님을 뵈니 안스러웠다.
울창한 나무 숲, 작은 도랑, 습한 기운이 감돌아 내 마음도 축축해졌지만
여기도 나무들 주위에 나비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17번 국도를 타고 내려오는 길은 고속 도로보다 정겨웠다.
다음 번에는 은이 성지에서 미리내까지 도보 순례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사제 연수로 본당에 미사가 없는 틈을 타서 은이 성지에 갔다가
양지 성당과 골배마실까지 둘러본 참 좋은 은총의 시간이었다.
 
2008. 6. 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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