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규 신부의 신약 여행] (52) “하느님의 말씀은 더욱 자라면서 널리 퍼져 나갔다.”(사도 12,24)
이방인에 ‘구원자 예수’ 알리는 선교 여행 첫발 - 바오로와 바르나바 사도는 리스트라 지방에서 앉은뱅이를 치유하다가, 자신들을 신처럼 대하는 이들과 갈등을 겪고 돌에 맞아 죽을 고비를 넘긴다. 뒤자르댕 작 ‘리스트라에서 앉은뱅이를 치유하는 성 바오로’, 1663년,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네덜란드. 바오로 사도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도시로 언급되는 것은 안티오키아입니다. 이미 스테파노의 순교 이후에 박해를 피해 일부 사람들이 안티오키아로 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예루살렘의 모교회는 바르나바를 안티오키아로 파견하게 되고 그는 바오로를 찾아가서 함께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한 가지 기억할 만한 것은 “안티오키아에서 제자들이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사도 11,26) 안티오키아 교회에 머물러 있던 이들은 성령의 말씀을 듣습니다. “내가 일을 맡기려고 바르나바와 사울을 불렀으니, 나를 위하여 그 일을 하게 그 사람들을 따로 세워라.”(사도 13,2) 이러한 말씀에 따라 그들은 바오로와 바르나바에게 안수하고 그들을 떠나보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바오로 사도의 선교 여행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그들은 가장 먼저 키프로스 섬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조수로 “요한”을 데리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요한은 ‘마르코라 하는 요한’(사도 12,12.25)으로 전통적으로 마르코 복음서의 저자로 생각되는 인물입니다. 바오로의 첫 번째 선교 여행에는 이렇게 바르나바와 요한 마르코가 동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키프로스 섬을 거쳐 소아시아 지방에 있는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의 회당에서 바오로는 사람들에게 설교합니다. 이 설교는 하느님의 선택과 약속에 대한 내용으로 구원 역사에 대한 요약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선택하시고 그들을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구해내셨으며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가나안 땅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상속 재산으로 주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판관들을 세워주시고 더 나아가 임금을 요구하자 그들에게 임금을 세워주셨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름과도 같은 사울 임금을 시작으로 다윗을 임금으로 세우셨으며 그의 후손 중에 구원자를 보내시기로 약속하셨다는 내용입니다. 바오로의 설교 내용 안에서 예수님은 구약에서 말하는 왕적인 메시아의 모습입니다. 하느님의 약속처럼 다윗의 후손에서 올 구원자의 모습으로 예수님을 표현합니다. “이 구원의 말씀이 바로 우리에게 파견되셨습니다.”(사도 13,26) 이 예수님에 앞서 파견된 요한은 회개를 위한 세례를 선포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예언자들의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셨다”고 이야기합니다. 바오로의 설교 안에서 예수님은 구약의 예언을, 하느님의 약속을 실현시키는 분으로 소개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선택했던 하느님의 계획과 약속은 예수님을 통해 실현되고 그 선택은 여전히 예수님을 통해 이어집니다. 바오로 사도는 또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대해서도 그분은 죄가 없었지만 유다인들은 빌라도에게 사형을 요구하고 “성경에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 이 모든 일들이 벌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이 안에서 모든 일을 주관하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아무 의미 없이 그냥 일어난 일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약속이 실현되기 위한 것임을 바오로 사도는 강조합니다. “여러분은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바로 그분을 통하여 여러분에게 죄의 용서가 선포됩니다.”(사도 13,38) 그리고 바오로 사도는 죄의 용서를 통해 사람들이 의롭게 될 수 있다고 전합니다. 이러한 바오로 사도의 사상은 그의 서간들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됩니다. 사도행전은 바오로의 설교에 많은 유다인이 개종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그곳에 머물지 않고 선교 여행을 계속합니다. 그들은 소아시아 지방의 이코니온과 리스트라에서 선교합니다. 항상 결과가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리스트라에서 앉은뱅이를 치유한 것을 본 이들은 바오로와 바르나바를 마치 신처럼 대합니다. 이런 그들을 말리던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돌에 맞아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을 끝으로 다시 안티오키아로 돌아온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자신들의 첫 번째 선교 여행을 마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6월 11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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