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62) “몸은 한 지체가 아니라 많은 지체로 되어 있습니다”(1코린 12,14)
교회 공동체, 역할은 달라도 성령으로 ‘한몸’ - 바오로 사도가 고대 아테네 시민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설교한 아레오파고스(Areopagos) 언덕. 가톨릭평화신문 DB. 모든 은사는 공동선을 위한 것 “형제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성령의 은사에 관해서도 알기를 바랍니다.”(1코린 12,1)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공동체의 신자들에게 성령에 관해, 구체적으로 성령의 은사를 이야기합니다. 그의 사상은 이렇게 표현됩니다.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주님은 같은 주님이십니다.”(1코린 12,4-5) 바오로의 사상은 단순하지만, 성령이 우리 안에서 활동하는 방식을 잘 설명합니다. 한 분이신 성령에 의해 다양한 은사가 활동 안에서 드러납니다. 바오로 사도는 지혜, 지식, 믿음, 치유, 식별, 신령한 언어를 말하는 능력과 해석의 능력을 예로 듭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은사는 ‘공동선’을 위한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동선은 다른 곳에서 ‘유익’으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코린토 1서에서 두 번 반복되는 “‘나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유익하지는 않습니다.”(1코린 6,12; 10,23)는 표현에 사용됩니다. 바오로 사도에게 다양하게 드러나는 성령의 은사는 ‘유익’을 위한, ‘공동선’을 위한 것입니다. 또한, 은사는 성령의 의지로 주어집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자에게 그것들을 따로따로 나누어 주십니다.”(1코린 12,11) 바오로 사도는 은사에 대해 말하면서 공동체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성령에 의해 주어지는 다양한 은사는 마치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한 분이신 성령에 의해, 성령이 원하시는 대로 ‘따로’ 주어집니다. 한 사람에게 은사들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은사들을 통해 한 분이신 성령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바오로 사도의 사상은 “하나인 몸과 여러 지체”를 가진 신비체로 옮겨 갑니다. 이것을 이른바 ‘그리스도의 신비체’라고 부릅니다.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의 지체는 많지만 모두 한 몸인 것처럼 그리스도께서도 그러하십니다.”(1코린 12,12) 다양성과 일치 공존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많은 지체가 모여 이루는 하나의 몸은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교회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그는 마치 사람의 몸처럼 하나의 유기체로 된 공동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는 고착된 것이 아닌 살아 있는 한 사람처럼 비유됩니다. 보통 교회는 전통적으로 항해 중인 배에 많이 비유되지만, 바오로 사도의 몸에 대한 비유는 좀 더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들립니다. 이 안에서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는 특징은 다양성과 일치라는 측면입니다. 다양한 은사가 한 분이신 성령에서 오는 것처럼 교회 공동체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역할은 몸의 지체들처럼 하나의 완성체를 이룹니다. 몸의 모든 지체가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 할 때 온전할 수 있는 것처럼 공동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지체가 더 소중하고 덜 소중한지 따질 수 없는 것처럼, 어떤 지체가 더 중요하고 아닌지 평가하기 힘든 것처럼 공동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몸에 비유되는 온전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 우열을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역할들이 필요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야기처럼 공동체를 구성하는 각 사람은 그 역할을 통해 몸을 이루고 그것에 참여합니다. 바오로 사도에게 모든 신앙인은 성령이 머무는 성전입니다.(1코린 6,19) 고정된 성전이 아닌 살아 있는 성전입니다. 그리고 이런 신앙인들이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교회 공동체를 이룹니다. 결국, 우리에게 은사를 주고, 우리 안에 머무는 성령을 통해 각자의 서로 다른 역할은 하나의 교회 공동체가 됩니다. 신앙인은 살아있는 성전 바오로 사도의 다양한 은사와 교회 공동체에 대한 생각은 지금까지 있었던 교회에 대한 비유 중에 다양한 구성원들과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는 교회의 중요한 면을 잘 지적해 줍니다. 다양한 은사를 통한 활동들은 결국 하나의 교회를 위한 것이고 신앙인들 각자는 고유한 방식으로 교회 공동체에 참여합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이렇듯 하나의 공동체지만 다양한 활동을 통해 드러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활동을 통해 드러나고 그 중심에 있는 분은 주님이라는 사실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8월 20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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