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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신약 여행63: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됩니다. ...(1코린 13,13)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8-27 조회수4,571 추천수0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63)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됩니다. 그 가운데 으뜸은 사랑입니다”(1코린 13,13)


가장 큰 사랑은 그리스도처럼 행동하는 사랑

 

 

- 로마 성 바오로 대성전에 세워져 있는 바오로 사도의 입상. 가톨릭평화방송DB.

 

 

사랑의 찬미가엔 ‘사랑’ 열 번 등장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어쩌면 바오로 사도의 서간 중에서 가장 유명한 내용은 흔히 ‘사랑의 찬미가’라 부르는 13장일 것입니다. 열 번에 걸쳐 ‘사랑’(아가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 찬미가는 바오로 사도의 서간에서 거의 유일한 내용에 속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사랑에 대해 이곳을 제외하고는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사랑’은 공동체에 필요한, 요청되는 사랑이기도 합니다.

 

신약성경에서 우리말의 사랑을 나타내는 용어는 셋으로 아가페, 에로스, 필리아입니다. 한때 이 용어들은 서로 구별되는 사랑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아가페는 신적인 사랑을, 에로스는 육체적인 사랑을, 그리고 필리아는 형제적인 사랑을 일컫는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신약성경에서 사용된 용례를 보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특히 신약성경이 쓰일 당시 아가페와 필리아는 구별 없이 일반적인 사랑을 나타내는 용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큰 믿음 있다해도 사랑이 없으면

 

우선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의 가장 큰 계명에 관한 가르침입니다.(마르 12,30-31)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을 요약하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을 향한 사랑은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에게 필요한 자세이기도 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사랑의 찬미가는 이 가르침을 기억하게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미 보았던 것처럼 다양한 은사들과 그리스도의 공동체를 설명하면서 더 큰, 더 고귀한 은사를 추구하라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것에 덧붙여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이제 여러분에게 더욱 뛰어난 길을 보여 주겠습니다.”(1코린 12,31) 이후에 전해지는 사랑의 찬미가는 바오로 사도가 말한 ‘더욱 뛰어난 길’을 소개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고 모든 신비와 모든 지식을 깨닫고 산을 옮길 수 있는 큰 믿음이 있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2)

 

사랑은 마치 신비를 깨닫고 지식을 얻는 것보다 또 믿음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표현됩니다. 이러한 사랑에 대한 강조는 역설적으로 당시의 상황 안에서 사랑의 모습이 가장 결여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랑의 가치가 더욱 절실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의 내용을 생각해 보면, 그들은 성령으로부터 오는 은사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고 여전히 바오로 사도가 보기에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모습도 많았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덕은 사랑입니다. 또 한편으로 사랑의 찬미가는 코린토 공동체에 보내는 권고이면서 바오로 사도 자신을 향한 기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십자가 죽음처럼 실천하는 사랑

 

사랑의 찬미가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째(1코린 13,1-3)와 셋째 단락(13,8-13)이 다른 성령의 선물들과 사랑에 대해 비교하는 내용이라면 둘째 단락(13,4-7)은 사랑 자체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흔히 많은 이들은 사랑에 대해 감정적인 차원을 생각합니다. 사랑을 정의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바오로 사도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이 감정적인, 지성적이거나 이성적인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것은 분명 아닙니다. 특히 신앙인들에게 사랑은 더욱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인간에 대한 가장 큰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신약성경에서 그리고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사랑은 감정으로서의 사랑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표현되는 사랑입니다. 감정으로서의 사랑이 아닌 윤리적 덕목으로서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사랑은 하느님 중심적인 사랑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본받도록 신앙인들에게 권고했듯이(1코린 11,1) 사랑 역시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천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사랑은 종말론적입니다. 모든 것을 믿고 바라고 견디어 내는 사랑은 현실의 어려움을 넘어 하느님을 향하게 해줍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8월 27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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