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68) “여러분이 무엇인가 용서해 준 사람을 나도 용서합니다”(2코린 2,10)
선교 생활 서글픈 심경 묻어난 ‘눈물의 편지’ -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에는 바오로 사도가 이방인들의 의심 등으로 인해 코린토 방문을 미루게 된 사연이 소개돼 있다. 사진은 그리스 코린토 유적지 전경. 가톨릭평화신문 DB. 바오로 사도는 초기 교회의 복음 선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교회의 기초를 놓은 것이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열두 사도였다면 교회를 이방인들의 세상에 전파한 사도는 바오로이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런 열정적인 모습은 그의 서간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의 서간들은 단순한 개인 편지가 아니라 신앙에 대한 성찰이 담긴, 그가 이해한 하느님과 그리스도에 대한 성찰과 사상이 담긴 내용들도 채워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내용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개인적 내용 가장 많이 다뤄 바오로 사도는 복음을 선포하는 것에 상당히 철저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서간들은 개인적인 이야기보다 공동체에 관련된, 신앙을 굳건히 하기 위한 내용들을 다룹니다. 그래서 그의 인간적인 면들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서간 중에서 개인적인 내용을 가장 많이 다루는 것이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입니다. 물론 이 서간도 개인적인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바오로 사도가 생각한 자신의 사도로서의 직무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부정하는 일부 반대자들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들에서 그의 개인적인 소회(所懷)를 엿볼 수 있습니다.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은 바오로 사도가 마케도니아 지방을 거쳐 가면서 코린토에 써 보낸 편지로 55년 즈음 기록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서간을 보낸 가장 큰 이유는 코린토를 방문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입니다.(2코린 1,23) 코린토 2서 전체의 맥락에서 보면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 방문을 연기한 이유에는 그의 사도직을 의심하는 사람들과 그것에 동조한 코린토 공동체의 모습이 있습니다. 이미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에 대해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누가 나를 슬프게 하였다면, 과장 없이 말해서 나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여러분을 슬프게 한 것입니다. 그 사람은 여러분 대다수에게서 충분한 벌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이제 반대로 그를 용서하고 위로해 주어야 합니다.”(2코린 2,5-7) 복음 선포 못마땅해한 이방인들 바오로 사도가 선교하고 있을 때에 예루살렘에서 파견한 다른 이들도 이방인의 지역에서 선교했습니다. 사도행전과 바오로 서간의 내용을 보면 당시 선교의 모습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유다인들에 대한 선교와 이스라엘 이외의 이방인들에 대한 선교로 구분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바오로 사도의 선교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코린토 2서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호소합니다. “우리는 아무에게도 불의를 저지르지 않았고 아무도 망쳐 놓지 않았으며 아무도 기만하지 않았습니다.”(2코린 7,2) 이러한 그의 심정에 대해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나는 매우 괴롭고 답답한 마음으로 많은 눈물을 흘리며 여러분에게 그 편지를 써 보냈습니다.”(2코린 2,4) 여기서 말하는, 이미 써 보냈다는 ‘그 편지’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코린토 2서 안에 그 편지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코린토 2서 10―13장의 내용이 바오로 사도가 눈물을 흘리며 쓴 서간의 일부라고 추측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사람들은 코린토 2서의 내용을 화해의 서간(1―9장)와 눈물의 편지(10―13장)로 구분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용서하다 이처럼 답답하고 마음 아픈 상황에서도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고 그것을 통해 사랑을 보여 주기를 권고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용서한 것처럼 바오로 사도 역시 용서할 것이라고 밝힙니다. 바오로 사도는 부정적인 상황일지라도 하느님께 신뢰를 두도록 초대하는 한편, 어려움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위로가 함께할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찬미 받으시기를 빕니다. 그분은 인자하신 아버지시며 모든 위로의 하느님이십니다.”(2코린 1,3) 이러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그의 체험에 바탕을 둡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10월 1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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