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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물] 성경 속의 개: 하늘나라 여행길 안내자로 여겨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01 조회수8,680 추천수0

성경 속의 ‘개’… 하늘나라 여행길 안내자로 여겨

 

 

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십이지신 가운데 열한 번째 신장(神將)인 ‘개’띠 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개는 야생동물 가운데 가장 먼저 가축화 됐다. 서기전 9000년경 기록에서 인간에 의해 길러진 것이 발견될 만큼 인간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고, 또 그만큼 친숙하게 살아온 동물이다. 그렇다면 성경 안에서 ‘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무술년을 맞아 성경 속에 드러난 개의 모습을 정리해 본다.

 

 

우리나라에서 흰 개는 병마와 재앙을 막는 능력이 있고 집의 기운을 길하게 한다고 여겨져 왔다. 누런 개는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 팔려간 개가 몇백 ㎞를 달려와 주인에게 돌아왔다는 소식이 뉴스로 보도될 만큼 충견(忠犬)의 이미지가 강하다.

 

「성경 속 동물과 식물」의 저자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는 “개처럼 이중적 의미를 지닌 동물도 흔치 않은 것 같다”고 밝힌다. ‘견마지로’(犬馬之勞)라는 말처럼 충직함을 대표하는 동물로 표현되지만 반면 격이 낮고 비천함을 개에 비유하는 속담 욕설도 많기 때문이다.

 

‘개’에 대해 성경은 너그러운 편이 못 된다.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마태 7,6) 구절에서처럼 개는 당시 부정한 동물의 대표격이었던 돼지와 거의 비슷하게 취급됐다. 불결하고 하찮은, 멸시의 상징으로 쓰였고 ‘이방인’ ‘구원받지 못한 이’에 대한 비유로도 사용됐다.

 

그러나 허 신부는 “루카 복음의 가난한 라자로의 종기를 핥는 개(16,21)는 ‘죽음의 예고자’ ‘하늘나라로 여행길을 안내하는 존재’로 상징되고 있다”면서 “이처럼 서양에서 개는 윤리적으로는 선과 악, 종교적 차원으로는 이 세상과 저 세상 중간에 존재하는 동물로 여겼다”고 풀이했다.

 

레위기 11장 3절은 들짐승 가운데 먹을 수 있는 정결한 동물을 ‘발굽이 갈라져 있고 새김질하는 종류’로 한정 짓는다. 또 27절에서는 “네 발로 걷는 동물 가운데 발바닥으로 걷는 것은 모두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그 주검에 몸이 닿는 이는 모두 부정하게 된다”고 명시한다. 이래저래 ‘개’는 발굽이 갈라져 있지도 않고 새김질하지도 않는, 또 네 발의 발바닥으로 걷는 정결치 못한 짐승인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성경 곳곳의 개에 대한 묘사는 소극적이다. ‘개가 핥듯이’(판관 7,5) ‘개조차 짖지 않을 것’(탈출 11,7)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존재로 표현하고, ‘게걸스럽고’(이사 56,11) ‘게운 데로 되돌아가고’(잠언 26,11) ‘죽은 자를 먹어 치우는’(1열왕 14,11) 동물로 드러난다. ‘죽은 개’(2사무 16,9)는 천한 인생을 상징했다.

 

마태오 복음 15장 26절과 마르코 복음 7장 27절에 인용된 ‘강아지들’은 ‘이방인’으로 비쳐진다. ‘순수한 혈통’의 자부심이 컸던 유다인들은 혼혈 민족 사마리아인들과 상종하지 않았고(요한 4,9) 천대했다. 마치 주인도 없이 먹이를 찾아 떠도는 유기견으로 여겼다. 시리아 페니키아 여자의 믿음에 대해 기술한 마르코 복음 7장 24~30절 부분은 그 단적인 예다.

 

사도 바오로는 “개들을 조심하십시오. 나쁜 일꾼들을 조심하십시오. 거짓된 할례를 주장하는 자들을 조심하십시오”(필리 3,2)라고 했다. 이단 교리로 신자들을 현혹하는 이들을 ‘개’로 지칭한 것이다. 또 “개들과 마술쟁이들, 불륜을 저지르는 자들과 살인자들과 우상 숭배자들, 그리고 거짓을 좋아하여 일삼는 자들은 밖에 남아 있어야 한다”(묵시 22,15)는 구절에서는 개가 악행을 저지르는 이들로 비유됐다.

 

[가톨릭신문, 2018년 1월 1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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