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의 쇄신을 위해 창설된 빠뜨리치안회(The Patricians)에 대해서는 교본 본문이 자상히 설명하면서 회합 운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주제 선정 문제, 영적 지도자의 관심도 문제, 지속적인 월례회와 출석 문제, 평신도들의 주제 연구 발표 문제 등으로 운영이 잘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회를 잘 활용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이다.
빠뜨리치안회의 목적은 사람들의 종교적인 지식을 늘리고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구두로 밝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또한 그들을 사도직으로 이끌어 들이는 것이다. 이 회는 한마디로 종교 교육 분야에 레지오의 체계를 투영시킨 것이다.
1923년 교황 비오 11세는 종교적 진리에 대해 무지한 가톨릭 신자들의 불명예를 없애는 일을 언급하였다. 이에 자극을 받은 프랭크 더프가 교회의 뿌리깊은 문제점인 종교적 무지와 평신도의 무언과 침묵주의를 해결하기 위해 1955년에 발족시킨 단체가 바로 빠뜨리치안회이다.
빠뜨리치안이란 명칭은 고대 로마의 용어로서 귀족(Patricians)을 지칭한다. 이 회의 회원들은 모든 사회 계층을 하나의 영신적 귀족으로 결속시켜 영신적 조국인 교회를 떠받들기를 열망한다.
이 회의 가입 조건과 대상은 가톨릭 정신을 지닌 모든 신자이다. 이 회는 레지오가 관장하는 단체로서 회장은 행동 단원이어야 한다. 교본 본문에 의하면 각 지회는 한 쁘레시디움에 소속되어야 하며 쁘레시디움에서 일일이 빠뜨리치안회를 관장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므로 본당 내의 상급 평의회는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를 돌보아야 한다. 각 지회는 회장뿐 아니라 영적 지도자를 비롯한 부회장, 서기, 회계 등의 임원들을 두어야 한다. 영적 지도자는 남녀 수도자 또는 교회 당국이 허용할 경우 평신도도 될 수 있다. 회원수는 50명 이내여야 한다. 회합은 정기 월례회이며 소요 시간은 두 시간이다. 회원은 회합마다 출석할 의무는 없다. 회합의 주제는 교회, 신앙, 교리 윤리와 도덕 등 종교와 신앙 생활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 중 하나이다.
회합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일반 토론이다. 회원들은 토론에 적극 참여하여 발언을 해야 한다. 그러나 토론 내용이 종합이나 요약은 없다. 회의 진행 방법은 레지오와 같은 공동 접근 방법이다. 즉 당면 문제에 대해 전원이 지식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면서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 회에서 주관자는 성모님이다. 레지오의 제대는 빠뜨리치안 회합의 중심점을 이룬다. 다양한 진행 순서로 이루어진 회합은 한 차원 높은 기도의 형태이므로 사람들의 영성을 높이게 된다.
참석자들로부터 서슴없는 발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회합의 분위기가 가족처럼 격의없고 화기애애해야 한다. 프랭크 더프에 의하면 레지오 창설 전에 매달 정기적으로 모여 2시간 동안 몽포르 성인의 <복되신 동정녀께 대한 참된 신심>에 대해 토론한 것이 빠뜨리치안회의 전신이다(cf. Charles T. Moss, Frank Duff-A living Autobiography, pp. 13-14).
회합 좌석의 배치는 극장식이 아니라 반원형이어야 한다. 비용은 비밀 주머니 헌금으로 충당하고 회합 때마다 회계 보고를 해야 한다.
회합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빠뜨리치안회의 기도문 합송,
(2) 평신도의 주제 발표,
(3) 토론 및 회계 보고,
(4) 다과 및 휴식
(5) 영적 지도자 훈화,
(6) 토론 계속(비밀 주머니 헌금),
(7) 공지사항(차기 회합의 주제 예고),
(8) 사도신경 및 강복
교본 본문은 또한 정상적인 방식대로 회합을 진행하기 어려운 여건일 경우 1시간 30분으로 단축된 회합 순서를 제시하고 있다.
프랭크 더프는 빠뜨리치안 회합에서 다룰 주제의 예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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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스도의 신비체,
(2) 성삼위,
(3) 그리스도의 신성,
(4) 그리스도의 강생구속,
(5) 성령,
(6) 교회,
(7) 성모 마리아,
(8) 로사리오 기도,
(9) 성체,
(10) 고해성사,
(11) 혼배성사,
(12) 성성,
(13) 기도,
(14) 교회의 쇄신,
(15) 평시도 사도직,
(16) 세상의 악,
(17) 희생과 고통의 의미,
(18) 대사,
(19) 종교와 정치,
(20) 가톨릭 신자가 된 동기,
(21) 유다교,
(22) 여호와의 증인 등이다(cf. Frank Duff, The Patricians, pp. 27-28).
빠뜨리치안 회합의 진행 방식은 레지오의 원리와 기술을 응용하고 있다. 교본 본문은 빠뜨리치안 회합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다음의 8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회원들은 이 원칙들을 중요시하여 발언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1) 집단 심리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각 개인은 소속 집단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이처럼 빠뜨리치안 회원들도 집단 심리의 작용으로 임원들과 참가자들의 훌륭한 의견들을 잘 흡수함으로써 질적으로 향상된다.
2) 괴로운 침묵
발언이 한참동안 끊기게 되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진다. 이때 사회자는 회원들에게 발언을 하라고 재촉하려는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서툰 방식이 될 것이다. 침묵은 깨뜨려지게 마련인 까닭이다. 발언이 끊겼을 때에는 편안한 가정에서처럼 잠자코 앉아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 이윽고 침묵이 깨지면 대개 혀가 자유롭게 풀려 활기찬 분위기가 뛰따르게 된다.
3) 해결의 연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전문가로부터 곧장 해답을 얻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방법이다. 빠뜨리치안 회합에서는 후자의 방법을 사용한다. 회합 중에 옳지 못한 발언이 나왔을 때 그것을 권위자로 하여금 바로잡아 주도록 하지 않고 토론에 내맡겨 둔다. 참석자들이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다가 빗나갈 경우 전문가가 지도해 준다. 그런 다음 다시 참석자들이 스스로 좀더 나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한다.
4) 질문
빠뜨리치안 회합에서는 질문을 환영하지 않으며 오히려 토론을 중단시키는 것으로 여긴다. 만약 질문을 꼭 해야 할 경우에는 질의의 응답에 대해서도 자기의 생각을 덧붙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하면 질문이 토론의 조류에 효과적으로 합류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5) 지식을 쌓아 올리기
벽돌 한 장 한 장을 올려놓듯이 지식을 쌓아 올리는 원리이다. 이는 하나의 새로운 의견이 이미 제출된 다른 의견들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얽혀간다는 원리이다. 그리하여 의견들이 조정되고 새로운 의견들이 싹트기에 이른다. 특히 은총으로 이루어지는 이런 복잡한 상호 작용은 각 사람의 마음에 풍부한 열매를 맺는 누룩의 구실을 할 것이다.
6) 임원의 기능
빠뜨리치안회의 운명은 임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임원들은 시간과 그 밖의 규정을 지켜야 하고 그들의 기능이 지나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들이 지나치게 행동하면 그만큼 일반 회원들의 기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회자가 발언에 대해 논평을 한다든지 영적 지도자가 어려운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해결해 주려고 한다면 마치 ''대표자 토론회''(Panel Discussion)처럼 되어 일을 그리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7) 해석의 원리
빠뜨리치안회의 특성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은 해석의 원리이다. 해석의 원리란 수준 높은 사상이나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할 때 토론을 거쳐 마지막에는 모든 회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전달될 수 있다는 윈리이다. 어려운 주제 발표 내용이나 영적 지도자의훈화도 해석의 원리에 적용할 수 있다.
8) 하느님께 일거리를 드리는 일
이것은 은총의 원리이다. 회원들이 최선을 다하고도 풀리지 않는 문제는 하느님의 은총에 맡김으로써 하느님께 일거리를 드리는 것이다. 하느님은 회원들의 극히 미약한 발언이라도 당신 손에 받으셔서 그것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는 분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