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83) “이 집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교회로서, 진리의 기둥이며 기초입니다”(1티모 3,15)
가정에서처럼 교회 내 직무와 역할에 충실해야 - 바오로 서간은 하느님의 집과 그리스도교의 몸으로서의 교회의 특징을 이야기하면서 교회 공동체를 가정과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멕시코의 한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모습. CNS 자료 사진. 바오로 서간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교회에 대한 비유는 ‘그리스도의 몸’(1코린 12,12 이하)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차명 서간에서도 이러한 생각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과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역시 몸으로서의 교회에 대해 강조합니다. 이와는 조금 다르게 사목 서간은 교회에 대한 새로운 비유를 제시합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집’으로 표현됩니다. “이 집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교회로서, 진리의 기둥이며 기초입니다.”(1티모 3,15) 교회 공동체에 관한 이 두 가지 비유에서 공통적인 것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내용들을 통해 비교한다는 점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가 인간의 몸과 비교를 통해 살아 있고 역동적인 교회의 특징을 이야기한다면, 하느님의 집으로서의 교회는 집, 곧 가정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특성들과 비교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회에 대한 생각은 당시의 여러 현실적인 표상들을 통해 설명됩니다. 교회 공동체를 집이나 가정과 비교한다는 것은 가정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역할과 관계로 교회를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교회에서의 직무, 감독 · 원로 · 봉사자 이러한 생각과 함께 사목 서간은 교회에 필요한 역할과 직무에 대해 설명합니다. 사목 서간에서 찾을 수 있는 독특한 직무는 감독과 원로, 봉사자입니다. 이 세 직무를 지금의 현실과 비교해서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사목 서간은 초대 교회에서 이 직무를 통해 하느님의 집을 이끌어가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사목 서간은 우선 감독 직무에 대해 ‘훌륭한 직무’라고 표현하면서 가정을 이끄는 것과 교회를 돌보는 것을 비교합니다. “자기 집안을 잘 이끌고 아주 품위 있게 자녀들을 순종시키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자기 집안을 이끌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하느님의 교회를 돌볼 수 있겠습니까?”(1티모 3,4-5) 감독의 직무는 교회를 돌보는 포괄적인 모습으로 소개됩니다. 반면에 봉사자에 대해서는 “깨끗한 양심으로 믿음의 신비를 간직한 사람”이어야 하며 시험을 통해 흠잡을 데 없는 이가 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1티모 3,8-13) 교회 안에서의 정확한 역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지만 여기서도 역시 교회 안에서의 역할 이전에 집안을 잘 이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원로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가정 안에서의 충실한 모습과 함께 “가르침을 받은 대로 진정한 말씀을 굳게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역할에 대해 “건전한 가르침으로 남을 격려할 수도 있고 반대자를 꾸짖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티토 1,5-9) 가정 안에서의 역할 교회 안에서의 역할과 직무에 대해 소개하면서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가정 안에서의 역할입니다. 당시의 사회 구조 안에서 표현되는 가정에서의 역할은 분명 남성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봉사자들에 대해 언급할 때에는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품위가 있어야 하고, 남을 험담하지 않으며, 절제할 줄 알고 모든 일에 성실해야 한다.”(1티모 3,11)는 표현도 찾을 수 있습니다. 현대의 시각에선 만족할 만한 것은 분명 아니지만, 당시의 분위기 안에서 여자들의 봉사 직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또한, 과부들에 대한 언급이 발견된다는 것 역시 특별합니다. “무의탁 과부들을 존대”하라고 가르치면서 그들을 돕는 것이 교회의 역할 중에 하나라는 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1티모 5,3-16) 사목 서간이 기록된 때는 교회 공동체들의 틀이 잡혀가던 시기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사목 서간은 교회 안에서의 역할과 직무에 대해 말하면서 모든 신앙인이 그릇된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신앙을 보존하도록 권고합니다. 이와 함께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신앙인들의 실천적인 모습입니다. 그들이 신앙을 실천하는 삶을 살도록 권고하는 것 역시 교회 지도자들의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좋은 일을 하고 선행으로 부유해지고, 아낌없이 베풀고 기꺼이 나누어주는 사람이 되라고 하십시오. 그들은 이렇게 자기 미래를 위하여 훌륭한 기초가 되는 보물을 쌓아, 참생명을 차지하는 것입니다.”(1티모 6,18-19)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월 21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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