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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신약 여행88: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야고 1,22)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04 조회수4,711 추천수0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88)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야고 1,22)


진리의 말씀을 실천함으로 믿음을 완성하라

 

 

야고보서는 하느님께 아들 이사악을 바치려 한 아브라함의 예를 통해 믿음의 실천을 강조한다. 그림은 율리우스 카롤스펠트 작 ‘아들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 출처=「아름다운 성경」.

 

 

신약성경의 마지막 서간들, 곧 야고보ㆍ 베드로ㆍ 요한ㆍ 유다 서간은 ‘가톨릭 서간’으로 구분됩니다. 이 서간들은 바오로 사도의 편지처럼 수신인이 구체적이지 않고 사목 서간처럼 교회 공동체의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덕목을 전하지 않고 교회 구성원 모두를 향한, 광범위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보내진 편지로 보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신앙의 삶에 대해 전하는 가톨릭 서간의 내용은 보편적인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것은 야고보 서간(이하 야고보서)입니다. 야고보서는 시작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야고보”가 “세상에 흩어져 사는 열두 지파”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야고 1,1) 여기 표현된 야고보는 열두 사도 중의 한 명인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마르 1,19)가 아닌 주님의 형제 야고보로 생각합니다.(마르 6,3) 야고보 사도는 일찍 순교하였고(사도 12,2) 이미 주님의 형제 야고보는 예루살렘 공동체에서 ‘기둥’으로 불리며 지도자의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갈라 1,19; 2,9) 이런 맥락에서 여기에 표현된 야고보는 주님의 형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 편지가 야고보에 의해 직접 쓰인 것이기보다 후대에 그의 이름을 빌려서 쓴 차명 서간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야고보서가 기록된 시기는 일반적으로 1세기 후반일 것으로 봅니다. 편지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일부 표현은 복음서에서 언급하지 않는 교회의 직무와 관련된 후대의 것이기 때문입니다.(야고 5,14)

 

 

야고보서와 바오로 서간의 가르침

 

야고보서는 자주 바오로 사도의 편지에서 전하는 가르침과 반대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마치 바오로 사도의 중심 사상인 믿음을 통한 의로움에 반대되는 내용을 전하며 신학적으로 깊이가 없다는 푸대접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비판의 가장 큰 이유는 야고보서 2장 14-26절 때문입니다. 믿음보다 실천, 곧 행업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는 야고보서의 내용이 이런 부정적인 시각을 가져오게 합니다. 하지만 현대 학자들은 이 두 내용이 상반된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주시합니다.

 

야고보서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초점은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진리의 말씀”을 통해 우리를 낳으셨고, 이렇게 우리를 첫 열매가 되게 하셨을 뿐만 아니라(야고 1,18) 지속적으로 말씀을 통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어가시는 분으로 소개됩니다. “모든 더러움과 그 넘치는 악을 다 벗어버리고 여러분 안에 심어진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이십시오. 그 말씀에는 여러분의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습니다.”(야고 1,21)

 

야고보서에서 가자 중요한 것은 삶의 차원에서 말씀을 실천에 옮기는 것입니다. 야고보서의 중심에 놓여 있는 실천을 강조하는 신학은 특별히 마태오 복음서의 산상 설교가 전하는 가르침과 매우 유사합니다.(마태 5―7장)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것을 강조하는 마태오 복음서처럼 야고보서 역시 신앙인들을 훈계하면서 삶의 실천 안에서 말씀을 살아가도록 가르칩니다. 야고보서에서 믿음은 말씀을 실행하는 데서 드러납니다.

 

 

믿음 안에서 말씀 실천 강조

 

바오로 사도는 믿음이 없는 율법의 수행에 대해 반대합니다. 하지만 야고보서는 믿음 안에서 말씀을 실천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말씀을 듣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실행하는 것이 믿음의 참모습으로 표현됩니다. 바오로 서간과 마찬가지로 야고보서 역시 아브라함의 예를 통해 믿음의 실천을 설명합니다. 그가 이사악을 하느님께 바칠 때에 그를 의롭게 한 것은 믿음의 실천, 곧 하느님의 말씀을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믿음이 그의 실천과 함께 작용하였고, 실천으로 그의 믿음이 완전하게 된 것입니다.”(야고 2,22)

 

이렇듯 야고보서는 실천으로 드러나는 믿음, 삶에서 실행으로 옮겨지는 말씀에 초점을 맞춥니다. 믿음이 없는 행동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실행하는 것이 믿음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처럼(마태 5,38) “모든 면에서 모자람 없이 완전하고 온전한 사람”을 지향하라는 신앙인들을 향한 권고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3월 4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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