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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신약 성경 인물: 요셉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09 조회수5,241 추천수0

[구역반장 월례연수] 신약 성경 인물 (2) 요셉

 

 

우리 구세주 예수님의 양부(養父)요, 교회의 어머니이자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배필인 ‘요셉’은 사실 그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성인 가운데 한 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경에서도 요셉 성인은 아들 예수님의 탄생기와 성장기에만 등장할 뿐, 예수님의 공생활이 시작된 다음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또 마태오와 루카 복음서에는 요셉에 관한 일화들이 소개되지만, 마르코와 요한 복음서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교회 내 요셉 성인에 대한 공경과 신심은 지속되어 왔고,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신 하느님의 구세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함을 교회는 끊임없이 고백해 왔습니다.

 

‘하느님을 돕다’, 곧 ‘돕는 사람’이라는 뜻의 ‘요셉’이라는 이름은 당시 무척 흔했었습니다. 신약 성경에는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마태 27,57), ‘바르사빠스라고도 하고 유스투스라는 별명도 지닌 요셉’(사도 1,23), ‘위로의 아들이라는 뜻의 바르나바라는 별명을 얻은 요셉’(사도 4,36)도 등장합니다. 이들의 이름은 사실 창세기에 나타나는 성조들 가운데, 이집트에 팔려 갔으나 훗날 재상이 된 요셉의 이름을 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약 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은 열두 지파의 족장 이름을 붙이는 일을 오래도록 꺼려 왔습니다. 그러나 로마의 식민 통치 이후, 하느님의 직접적인 다스리심을 통한 민족 해방을 희망하면서 족장의 이름을 붙이는 일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요셉이 어느 가문의 사람이었는지는 마태오와 루카 복음서에 등장하는 족보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마태 1,1-17; 루카 3,23-38 참조) 비록 그의 아버지 이름을 마태오는 ‘야곱’으로, 루카는 ‘엘리’로 서로 다르게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요셉이 ‘다윗의 가문’(마태 1,1; 루카 1,27 참조)의 혈통을 이어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요셉의 아들이 됨으로써 이스라엘을 구원하러 오시는 메시아가 다윗의 후손 가운데 태어나리라는 예언이 이루어졌음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입니다.

 

성경에 나타나는 요셉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요셉은 마리아라는 여인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아이를 잉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마태 1,19)하였습니다. 여기서 요셉이 ‘마리아의 남편’으로 소개되는 것은, 당시 풍습으로는 약혼을 통해서 이미 완전한 혼인 의향으로 맺어진 부부로 간주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혼녀가 다른 사람과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당연히 혼인 무효 사유로 파혼이 되었지요.

 

이러한 배경에서 마태오 복음사가의 증언으로, 우리는 요셉 성인의 성품을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지금껏 요셉은 법을 어기지 않고 충실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며 살아 온 ‘의로운 사람’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의로움은 단순히 세상이 요구하는 법이나 질서를 잘 지키는 차원에 머무르는 ‘의로움’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자 노력하는 삶, 즉 하느님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의로움’을 뜻합니다. 둘째, 마리아의 모습을 보고 파혼을 결심하지만 마리아의 잘못이 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원치 않았던 ‘자비로운 사람’입니다. 이런 요셉에게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천사를 보내시어 마리아를 통해 이루려는 당신의 뜻을 전하십니다. 그리고 그는 그 명령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앞서 언급한 ‘의로운’ 요셉의 모습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온전히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고백한 마리아처럼, 요셉 역시 하느님을 믿고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며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놀라운 구원의 역사에 협력했습니다.

 

이렇게 이전에 품었던 모든 의심을 버리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인 요셉은 하느님 앞에서 ‘신실한 사람’이었습니다. 호적 등록을 위해 베들레헴이라는 다윗 고을로 가서 예수님의 탄생을 돕고, 갓 태어난 아기 예수님과 아내 마리아를 헤로데의 박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가족을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고, 주님의 천사의 말에 따라 다시 이집트를 떠나 이스라엘로 돌아와 나자렛에 정착하기까지 요셉은 자신 앞에 펼쳐지는 일들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묵묵히 하느님의 뜻에 따르며 가족을 보살폈습니다. 그는 또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아내 마리아와 함께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습니다. ‘정결례’란 거룩하신 하느님께 속한 백성은 언제나 거룩하여야 하기 때문에, 모든 부정한 행위나 요소를 피하고 만약 부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면 정결예식을 통해 부정을 씻어야 하는 율법 규정이었습니다. 이 예식은 남자 아이일 경우는 40일 후에, 여자 아이일 경우는 80일 후에 출산한 여인만 가서 치러도 되었고, 맏이를 속량하는 것 역시 비용만 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온 가족을 데리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간 것은, 하느님을 향한 그의 신심이 참으로 깊었음을 알려 줍니다. 이처럼 그가 보여준 성실함과 경건함은 그의 성품을 드러내는 또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의 뜻에 따라 가정을 성실히 지키며 살았던 요셉. 그래서 교회는 하느님의 영원한 구원 계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충실한 도구로 선택된 요셉을 ‘교회의 수호성인’으로 공경합니다. 레오 13세 교황은 요셉 성인이 ‘가족들에 대한 보호와 배려의 산 표본’으로서 ‘아내들에게는 사랑, 마음의 일치, 충실의 모범이고, 미혼자, 독신자, 수도자, 성직자에게는 정결의 이상이며 수호자’라고 했습니다.

 

요셉 성인이 우리에게 보여 주신 ‘의로움’은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에게 등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 어떤 어려움에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자 노력했던 요셉 성인의 모습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에 빛을 비추어 주는 영적인 모범입니다.

 

“나는 영광스러운 요셉 성인을 나의 수호자요, 주인으로 모시고 그분께 진심으로 나를 맡겼습니다. 나를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시고, … 나를 구해 주신 분은 나의 아버지인 성 요셉이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주님께서는 성 요셉에게 지상에서 순명하셨던 것처럼 하늘나라에서도 여전히 그분의 청을 들어주신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 주고자 하십니다. … 나는 이 영광스러운 성인이 하느님에게서 많은 은총을 얻어 주신 경험을 자주 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이 성인에게 특별한 신심을 갖도록 설득하고 싶습니다. 이 성인에 대해 참된 신심을 갖고 특별히 공경하는 사람이 더욱 덕을 갖추게 되지 않는 경우를 나는 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성인은 당신에게 자신을 맡기는 영혼들을 특별한 방식으로 도와주시기 때문입니다.”(「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자서전」 6장)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18년 3월호, 사목국 성서사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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