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89) “좋은 일을 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으면 곧 죄가 됩니다”(야고 4,17)
소외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하라 - 야고보서는 믿음의 실천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가난한 이나 차별받는 사람들 즉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림은 조토 작 ‘가난한 자에게 자신의 겉옷을 주는 프란치스코’, 프레스코화, 1297~1299, 이탈리아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출처=가톨릭 굿뉴스. 말씀의 실천을 강조하는 야고보서의 내용은 “지혜”라는 전통적인 표현과도 함께 사용됩니다. “여러분 가운데에 누구든지 지혜가 모자라면 하느님께 청하십시오. 하느님은 모든 사람에게 너그럽게 베푸시고 나무라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면 받을 것입니다.”(야고 1,5) 여기서 저자는 지혜를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선물로 이해합니다. 지혜 문학 안에서 하느님의 지혜를 얻는 것은 사람의 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가치로 표현됩니다. 지혜를 통해 하느님의 뜻을 이해하고 그것을 아는 힘이 지혜이고 지혜에 따른 삶이 강조됩니다. 이런 배경 안에서 야고보서의 지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혜는 하느님의 선물 야고보서 안에서 하느님의 지혜는 “위에서 내려오는” 선한 것으로 “세속적이고 현세적인 악마적인 것”과 반대됩니다.(야고 3,15) 지혜에 대한 야고보서의 내용은 실천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혜는 현재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의 삶의 태도와 관련됩니다. 지혜롭고 총명한 사람은 “지혜에서 오는 온유한 마음을 가지고 착하게 살아, 자기의 실천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야고 3,13) 야고보서는 믿음의 실천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예들을 들려줍니다. 특별히 두드러지는 것은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언급입니다. 야고보서는 편견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신앙인들을 향해 차별은 “악한 생각을 가진 심판”이라고 강조합니다. 여기서 자주 언급되는 것은 가난한 이들입니다. “비천한 형제는 자기가 고귀해졌음을 자랑하고, 부자는 자기가 비천해졌음을 자랑하십시오”(야고 1,9-10)라고 권고하기도 하고, 하느님께서 “가난한 사람들을 골라 믿음의 부자가 되게” 하셨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야고 2,5) 이러한 야고보서의 생각에는 부유함이 신앙인들의 삶을 방해하고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당시의 시대 상황 또한 큰 몫을 합니다. 초기 교회의 삶은 여러 가지 면에서 녹록지 못했습니다. 박해는 종교적으로 신앙생활을 위협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져다 주었고, 나아가 그들의 목숨마저 앗아갔습니다. 야고보서에서도 이러한 흔적을 발견하게 됩니다.(야고 2,6-7)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신앙인들 사이에서의 차별은 공동체의 단합과 일치를 방해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공동체 안에서의 빈부 격차에 의한 차별이었습니다. 따라서 야고보서의 가르침은 단지 윤리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이상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웃 사랑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라는 권고입니다. 형제를 심판하지 말라 이와 함께 야고보서는 심판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형제를 심판하는 사람이 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법으로 다른 이들을 심판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하느님의 법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입법자와 심판자는 한 분”뿐이기 때문입니다.(야고 4,12) 이러한 생각은 모든 사람이 장차 하느님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에서 옵니다. “여러분은 장차 자유의 법에 따라 심판받을 사람으로서 말하고 행동하십시오. 자비를 베풀지 않은 자는 가차 없는 심판을 받습니다. 자비는 심판을 이깁니다.”(야고 2,12-13)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은 이 심판의 때를 향한, 재림을 향한 시간이라는 것 역시 강조됩니다. 마치 소출을 인내로 기다리는 농부처럼 신앙인들 역시 인내와 기도로 가까이 온 재림을 기다리라고 권고합니다. 형제를 원망하거나 헐뜯지 말고 서로 위로하고 기도하며 믿음 안에 머물러 있도록 권고합니다. “서로 죄를 고백하고 서로 남을 위하여 기도하십시오. 의인의 간절한 기도는 큰 힘을 냅니다.”(야고 5,16) 야고보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실행하는 것을 강조하지만, 그와 함께 공동체 안에서의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 역시 서간 전체에서 찾을 수 있는 특징입니다. 말을 조심하고 소외된 이들을 차별하지 않으며 서로를 위해 기도함으로써 말씀을 실행에 옮기라는 야고보서의 권고는 현재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도 필요한 실천적인 모습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3월 11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