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부활초 부활초는 성토요일 빛의 예식 때 등장한다. 죽음을 뜻하는 어둠을 누르고 빛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을 상징한다. 초가 처음 만들어질 때 재료는 밀랍(蜜蠟)이었다. 밀랍은 벌이 자신의 집을 만드는 물질이다. 자연에서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서 스스로 만들어낸다. 교회는 벌의 이 작업을 동정 잉태와 연관시켰다. 그리하여 밀랍으로 만든 초는 그리스도를 상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활초는 4세기 이후 전례에 등장했다. 지금과 같은 형태는 극히 최근의 일이다. 1955년에 있었던 교황청 전례 개혁 때 비로소 통일된 모습을 갖추었다. 아무튼 부활초는 부활 전례 전체를 상징한다.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시공을 뛰어넘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메시지다. 부활초에는 여러 상징을 새겨 넣는다. 먼저 상하좌우로 십자가를 긋는다. 그리고 십자가 위아래에 희랍어 첫 글자와 끝 글자인 ‘알파와 오메가’를 표시한다. 묵시록 1장 8절의 말씀을 새기는 것이다. 그리고 두 글자 사이에 해당 년 수(2018년)를 표시한다. 모든 시간은 주님께 속해 있다는 강렬한 염원이다. 그리곤 향 덩이 다섯 개를 십자가에 꽂는다. 예수님의 다섯 상처를 상징하는 행위다. 이후 사제는 부활초에 불을 붙이고 행렬을 시작한다. 부활초를 들고 그리스도 우리의 빛을 노래하면 주님께 감사를 답한다. 행렬은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이 구름기둥과 불기둥의 인도를 받으며 광야를 헤쳐 갔던 것을 상징한다(탈출 13,21). 따라서 사제가 든 부활초는 당시의 불기둥을 재현한 것이다. 교우들의 손에 든 촛불 역시 불기둥이다. 마지막으로 부활 찬송을 노래한다. 죽음을 이긴 그리스도의 승리가 주제다. 부활 축제의 의미는 찬송가 속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복음 낭독 후 사제는 부활초를 성세수에 담그면서 성세수를 축성한다. 이렇게 해서 보통의 물은 하느님께 속한 거룩한 물로 바뀐다. 이후 부활초는 모든 전례에서 제일 먼저 켜지고 맨 나중에 꺼진다. 그리고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 제대 옆에 세워둔다. 이후에도 세례식 때와 장례미사 때 사용하기도 한다. 벌들은 밀랍 1kg을 만들기 위해 5~6kg 정도의 꿀을 먹는다고 한다. 그런 뒤 뱉어 낸 부산물을 이용해 만든 것이 밀랍이다. 오늘날 부활초는 파라핀을 원료로 한 양초가 대부분이다. 파라핀은 석유에서 추출한 화학물질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부활초 등장에는 밀랍의 교훈이 관여하고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8년 4월 1일 주님 부활 대축일 가톨릭마산 12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신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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