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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로마서에서 기도를 배우다1: 기도하는 사람, 바오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3 조회수4,278 추천수0

로마서에서 기도를 배우다 (1) 기도하는 사람, 바오로

 

 

땅끝까지 복음을 전했던 초대 교회의 위대한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인 삶의 특별한 주제인 기도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새해, 교회가 제정한 ‘신앙의 해’에 로마서의 기도 본문을 통해 ‘기도하는 사람, 바오로’의 모습을 따라가며 하느님 앞에서 사는 근본 자세가 무엇인지, 바오로가 전한 ‘복음’에 맞는 삶이 무엇인지 성찰하려 한다.

 

 

바오로도 기도하는 사람인가?

 

기도는 인간의 ‘영적 체험’의 절정이며 인간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의 내밀한 관계로 들어간다. 하느님에 대한 그리움은 피조물인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므로 초대 교회에서 제자들이 “주님,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루카 11,1)라고 예수님께 요청한 것은 오늘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되풀이되는 기도이기도 하다. 기도를 배우는 데는 여러 가지 길이 있지만 성경의 기도하는 사람들을 통해 기도의 본질과 자세를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다. 구약의 아브라함, 모세, 다윗과 솔로몬부터 신약의 예수님, 사도들, 마리아에 이르기까지 성경은 다양한 기도의 인물을 소개한다. 그렇다면 신약성경 서간 대부분을 쓴 사도 바오로도 성경의 ‘기도하는 사람’ 대열에 포함될 수 있을까?

 

바오로가 신학자와 선교사이기 전에 먼저 ‘기도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서간 곳곳에서 드러난다. 바오로는 서간을 시작할 때마다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드린다. 그에게 기도는 신자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자신이 복음을 전해 준 신자들이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그로 하여금 항상 하느님에 대한 감사 기도가 터져 나오게 한다. “먼저 여러분 모두의 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의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이 믿음이 온 세상에 알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로마 1,8).

 

바오로는 항상 스스로 먼저 기도하고 신자들에게 기도하라고 권고한다. 첫 서간인 테살로니카 1서부터 거의 마지막 서간인 로마서에 이르기까지 기도하라는 권고를 되풀이한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희망 속에 기뻐하고 환난 중에 인내하며 기도에 전념하십시오”(로마 12,12).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바오로의 권고를 실천하기 위해 교부들은 사막으로 들어갔다. 그 말씀에 영감을 받은 성인 성녀들은 성령에 이끌려 깊은 기도 생활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았다.

 

바오로는 신자들에게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부탁도 자주 한다. 그는 신자들의 기도가 그의 선교에 협력하는 중요한 영적 지원이며, 기도의 힘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형제 여러분,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의 사랑으로 여러분에게 부탁드립니다. 나를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드리며 나와 함께 싸워 주십시오”(로마 15,30).

 

바오로에게 기도는 단지 개인적 내면생활의 한 측면에 머물지 않는다. 그에게 기도는 내적 사도직으로 하느님의 아들에 대한 복음을 전하는 외적 사도직과 병행한다. 바오로는 열렬한 복음 선포자이자 하느님께 무릎을 꿇고 성령 안에서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그분 아드님의 복음을 선포하며 내 영으로 섬기는 하느님께서 나의 증인이십니다”(로마 1,9).

 

 

바오로 서간에도 기도 자료가 있을까?

 

바오로의 기도에 대해 알아보려면 가장 먼저 그가 사용한 기도 용어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이므로 전부가 기도 자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바오로의 기도라는 특별한 주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서간에서 특별히 기도 본문이라고 할 수 있는 ‘지도’가 필요하다. 바오로는 초세기의 어느 신약성경 저자보다 기도 용어를 많이 사용하였다. 그러나 먼저 바오로 서간에서 전례용 기도나 시편 저자들처럼 하느님을 2인칭 ‘당신’이라고 부르며 바오로가 지어낸 기도문을 찾볼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이 어려움 때문에 바오로의 기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바오로 서간에서 기도 자료를 구분하기 위해 오랫동안 진지하게 연구하고 논쟁해 왔다.

 

여러 견해가 있으나 바오로 서간에서 기도 본문을 파악해 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오로와 동시대(초세기) 유다인이 바쳤던 세 가지 기도 형태인 찬미, 중재, 감사 기도에 바탕을 두고 서간에 나오는 다양한 기도 용어를 분류하는 것이다. 이 구분의 근거는 바오로 당시에 유다인이 회당과 집에서 매일 바치던 기도인 ‘세모네 에스레(Shemoneh Esreh)’이다. 이 기도문은 100년경 가말리엘 2세가 최종 편집한 것으로, 18개의 간구문으로 이루어져 있어 ‘18 간구 기도문’이라고 불린다. 모든 유다인은 이 기도문을 아침, 낮, 저녁 하루 세 번씩 기도할 때 사용하였다.

 

세모네 에스레의 앞에는 ‘찬미’ 기도 세 개(1-3), 마지막에는 ‘감사’ 기도 세 개(16-18)가 나온다. 그 중간에 나오는 열두 개의 기도(4-15)는 죄와 회개, 죄와 용서, 바른 깨달음과 구속의 소망, 영혼과 육체의 치유, 땅의 풍요, 이스라엘 민족의 해방과 재건, 하느님의 통치 희구, 기도의 응답 등에 대한 ‘중재’ 기도이다. 바오로의 기도가 세모네 에스레의 기도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본문은 없다. 하지만 찬미, 중재, 감사라는 세모네 에스레의 기도 구조는 바오로 서간에도 존재한다. 이것이 충실한 바리사이였던 바오로의 기도 생활의 기초 구조르 반영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바오로의 기도는 단지 유다인의 기도라는 과거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초대 그리스도 교회의 신앙과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인격적 만남에 바탕을 두고 새롭게 변하였다. 유다인의 기도와 바오로의 기도의 본질적 차이점은 바오로가 ‘감사’를 가장 중요한 기도로 본다는 점이다. 바오로에게 감사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에 대한 응답으로, ‘그리스도인의 전형적 자세’이다.

 

바오로의 기도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중재’ 기도이다. 이웃 사랑의 구체적 표현인 중재 기도의 바탕은 하느님 은총에 대한 체험이다. 먼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남을 위해 기도할 수 있다. 바오로는 자신을 우해 기도를 바치지 않는다. 그가 바치는 기도의 대부분은 신자들을 위한 중재 기도이며, 기도는 사도직의 필수 도구였다. 바오로 서간에 나타나는 감사와 중재 기도 등 여러 기도 형태의 토대는 ‘그리스도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신비’, 즉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신비에 대한 관상과 찬미이다. 그래서 바오로는 ‘그리스도에게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사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로마서가 바오로의 기도를 배우는 자료가 될 수 있을까?

 

로마서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읽고 해석할 수 있다. 과거에 로마서는 바오로의 신학을 체계화한 서간이라고 여겼지만, 지금 바오로 학자들은 대부분 로마서도 다른 바오로 서간처럼 초세기에 구체적 상황에서 특별한 문제를 안고 살아가던 로마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쓴 사목 서간이라고 여긴다. 로마서에는 감사, 중재, 찬미와 관련된 바오로의 기도 용어가 다른 어느 서간보다 많이 담겨 있다. 로마서의 구조에서 중요한 위치마다 기도 구절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안에서 바오로는 기도를 ‘그리스도인 삶의 전형적 자세’로 소개하며, 신자들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과의 관계가 깊어져야 한다고 권고한다. 나아가 우리는 로마서의 기도를 통해 ‘기도하는 사도’로서 바오로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마치면서 바오로에게 함께 기도를 드리자. “바오로 사도여, 우리가 깊은 신앙을, 결코 사라지지 않는 희망을, 주님에 대한 불타는 사랑을 얻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우리가 순결한 양심으로 교회는 섬기는 사도가 되도록, 우리 시대의 어둠 한가운데에서 교회의 아름다움과 진리에 대한 증이 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주십시오”(바오로가 죄수로 갇혔던 로마 레골라 성당의 기도문).

 

* 임숙희 님은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로마서의 바오로 기도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회의 신앙과 영성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며 글쓰기와 강의를 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2년 1월호(통권 430호), 임숙희 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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