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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첫걸음: 오경에 대해 알아볼까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10,495 추천수0

[성경 첫걸음] 오경에 대해 알아볼까요

 

 

“신앙인들은 오경을 통해 이스라엘의 신앙 체험을 보고, 또 하느님의 가르침을 듣는다. 진정 그리스도인들은 이스라엘 백성의 생명 율법인 오경을 참 신앙으로 읽고 그 교훈을 따름으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새 계약의 새로운 백성으로서 젖과 꿀이 흐르는 새 가나안 복지, 새 천상 예루살렘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을 것이다”(《성서 일반 및 모세 오경》, 82-83쪽).

 

 

Q ‘오경’은 무엇을 가리키나요?

 

A 구약성경의 처음 다섯 권을 묶어서 일컫는 표현입니다. 유다 전통은 이를 ‘토라’라고 부르지요. 그리스어로는 펜타테우코스(Πεντατευχοs)이며, ‘다섯 개의 두루마리’라는 뜻입니다. 오경은 두루마리 하나에 써서 보관하기에 너무 길고 방대하여, 내용상 여러 개의 두루마리로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구분된 때는 오경을 그리스어로 옮긴 칠십인역 성경이 생기기 전, 대략 기원전 3세기 전에 이루어진 듯합니다. 구약성경의 첫 단위를 오경으로 구분하지 않고 신명기를 오경이 아닌 역사서에 포함시키는 ‘사경(四經)설’과, 오경의 주제는 약속의 땅이므로 땅을 차지하는 여호수아서까지 포함하는 ‘육경(六經)설’, 창세기부터 열왕기의 바빌론 유배까지 땅에 관한 줄거리를 통일성 있게 구성한다고 보는 ‘구경(九經)설’도 있습니다.

 

유다교에서는 각 책의 히브리어 첫 낱말을 따서 이름을 지었고, 그리스도교에서는 그리스어와 라틴어 성경 번역에 사용되었던, 각 권의 내용을 알려 주는 제목을 사용했습니다.

 

 

Q 오경은 언제, 어떤 양식으로 쓰였나요?

 

A 오경은 여러 저자의 손을 거쳐 바빌론 유배 후반기나 유배 직후에 본격적으로 집대성되었을 것입니다. 최종 완성은 이스라엘 백성의 삶에 유다교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기원전 5-4세기경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페르시아 제국의 식민지였는데, 페르시아는 각 민족의 고유한 전통 관습과 규정을 허용하였으므로(에즈 7,11-26 참조) 이스라엘 민족은 오경을 완성하여 그들의 신앙과 사상의 근본을 확립할 수 있었던 것이죠.

 

오경의 방대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양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설화와 족보, 시가로 짜인 이야기 부분(하가다)과, 계명 및 규범을 제시하는 법조문 부분(할라카)입니다. 이 두 양식은 옛사람들이 쉽게 선호하고 이해하던 장르였습니다.

 

 

Q 오경의 저자는 누구인가요?

 

A 유다교 전승은, 모세를 통해 율법이 선포되었기에 그를 오경 전체의 저자로 보았고 그리스도교 전승도 이를 따랐습니다. 하지만 18세기에 이르러, 오경의 본문 대부분이 모세가 죽은 후에 글로 옮겨졌고, 문학 단위가 짧게 끊어져 있으며, 사용된 문체가 다양하다는 점 등을 들어오경의 저자를 한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론이 형성됩니다.

 

이에 기초하여 오경의 기원과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인 문헌 가설이 제기됩니다. 이는 오경이, 하느님을 ‘야훼’로 표현한 야훼계 문헌, ‘엘로힘’으로 표현한 엘로힘계 문헌, 계명과 법전을 기술한 신명기계 문헌, 사제단의 가르침과 예배 위주의 사제계 문헌 등 네 가지 전승 문헌으로 이루어졌다는 가설입니다. 각 문헌을 저술한 이들이 오경의 저자로 추정되었지요. 문헌 가설은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오경을 이해하는 학문의 기초가 됩니다. 1980년대에 와서 문헌 가설만으로 복잡한 오경의 형성층을 밝혀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혀진 후 다양한 학문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일부 수정된 문헌 가설은 오경을 연구하는 데 필수 지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전체를 함께 볼 때 오경은 깊은 신학적·영적 실마리를 담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의 첫 부분인 오경에서 시작되어 일관되게 이어지는 ‘약속의 땅’이라는 주제는 신약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 묵시록의 ‘천상 예루살렘’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경 전체는 땅을 향해 정향되어 있다. 주님은 아브라함에게 땅을 보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신다. … 땅은 오경의 항구한 관심사다. 모세는 거기서 죽고 그의 뒤를 이어 여호수아가 일을 완수하게 될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오경은 ‘미완성 교향곡’이다. 유다인들은 언젠가 메시아가 와서 백성의 모든 구성원을 소집하여 끝이 없는 ‘평화의 왕국’을 건설하리라 믿는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여호수아는 예수님이시다. … 그리스도 신앙에서 예수는 우리가 ‘왕국’에 들어갈 수 있도록 요르단 강을 건너게 해 줄 분이시다”(《모세오경 입문》, 413쪽).

 

[성서와 함께, 2013년 2월호(통권 443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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