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첫걸음] 복음서에 대해 알아볼까요? “모든 성경 가운데, 또 신약성경 중에서도 복음서가 가장 뛰어나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복음서는 우리의 구원자, 사람이 되신 말씀의 삶과 가르침에 관한 으뜸가는 증언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네 복음서가 사도들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언제나 어디서나 주장하였으며 또 주장하고 있다. 사도들이 그리스도의 명령으로 선포하였고, 나중에 성령의 영감을 통하여 사도들과 그 제자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신앙의 바탕을 글로 쓴 것이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 네 가지 형태의 복음이다”(<계시 헌장> 18항). Q ‘복음’은 무엇을 가리키죠? A 복음(福音)은 우리말로 ‘기쁜 소식, 복된 소식’을 뜻합니다. 그리스어 에우앙겔리온(ευαγγὲλιον)을 옮긴 표현이죠. 원래 에우앙겔리온은 그리스와 로마 제국에서 전쟁의 승리나 황태자의 탄생, 황제 즉위 등 온 나라가 경축할 만한 기쁜 소식을 백성에게 알릴 때 사용하던 용어였습니다. 신약성경이 집필되던 당시의 사람들에게 친숙했던 표현인 셈이죠. 하지만 그리스도교에서는 이 단어에 전혀 다른 의미와 성격을 부여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기쁜 소식은 더 이상 세상의 성공과 권력 쟁취가 아니라 사람으로 오신 하느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이기 때문입니다. Q 복음서는 어떤 책인가요? A 복음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담은 책입니다. 어느 한 사람의 일생을 연대순으로 기술한 전기(傳記)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형태를 띤 독특한 문학 유형입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시어 제자들을 부르시고, 사람들을 가르치며 치유하시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다 고난을 겪고 돌아가신 후 부활하신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복음서는 예수님의 부활 후에 곧바로 쓰이지 않았습니다. 먼저 그분이 생전에 직접 일러 주신 말씀과 삶에서 보여 주신 가르침이 존재했죠. 그분이 부활하신 뒤에 제자들은 그분의 삶과 가르침을 설교하고 선포했습니다. 그렇게 40여 년 동안 입에서 입으로, 아마도 일부는 글로 전해지면서 점차 여러 전승이 성격별로 모아졌습니다. 그러한 여러 전승을 복음사가들이 수집하여 일관되게 구성하고 편집한 것이 복음서입니다. 즉 살아 있는 말씀인 기쁜 소식을 글로 체계 있게 정리한 것이 복음서입니다. Q 복음서는 왜 네 권이나 되나요? 서로 어떻게 다른가요? A 각 복음사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삶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각자 고유한 관점으로 기술했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복음 내용을 적용하여 서술했습니다. 그래서 복음서마다 분량과 내용, 신학적 강조점에 차이가 나지만, 서로 합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신원과 삶, 가르침을 온전하게 알려 줍니다. 가장 먼저 쓰였다고 추정되는 마르코 복음서는 로마계 이방인을 대상으로 70년경에 기록되었습니다. 복음서 중 가장 짧으며, 이야기체로 예수님의 공생활을 구성하였죠. 마르코 복음사가의 상징은 사자입니다. 마태오 복음서는 유다인을 대상으로 80년경에 쓰였습니다. 족보로 글을 시작하고(마태 1,1-17 참조), 본문에서 서른세 번이나 구약성경을 참조하고 인용합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신 약속이 예수님의 삶과 활동에서 완성되었다고 분명히 밝히려는 의도입니다. 마태오 복음사가의 상징은 사람 또는 천사입니다. 루카 복음서는 그리스계 이방인을 대상으로 80년대 중반쯤에 쓰였습니다. 한층 섬세한 어휘로 세상사에서 펼쳐지는 구원의 역사를 그려 냈습니다. 복음서 중 가장 길며, 유일하게 복음서를 쓴 이유를 밝힙니다(루카 1,1-4 참조). 루카 복음사가의 상징은 황소입니다. 요한 복음서는 모든 이방인을 대상으로 90년대에 쓰였습니다. 하느님 나라 선포를 강조하는 공관 복음과 달리 성부 하느님과 그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관계성에 주목하죠. 요한 복음사가의 상징은 독수리입니다. 흔히 마태오, 마르코, 루카 복음을 묶어 ‘같이 보다’는 뜻의 공관(共觀, 그리스어 synopsis) 복음이라고 하는데, 유사한 표현과 내용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요한 복음은 어휘나 내용으로 보아 공관 복음 전승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하지만, 자신의 고유한 문체와 신학을 담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예수님의 말씀만 모은 ‘예수 어록(Q)’이 가장 먼저 존재했으리라고 추정합니다. 이를 토대로 마태오와 루카(어쩌면 마르코도)가 복음서를 저술했기에 각 복음서에 공통 내용이 들어 있다고 가정합니다. “복음서를 읽을 때에는 그 이면의 발전 단계를 알아야 한다. 그것들은 한 개인이 쓴 작품들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신앙고백이다. 우리는 복음서가 여러 가지 점에서 서로 관련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관계는 복음서에서 발견되는 많은 유사점과 차이점을 설명해 준다. 무엇보다도 복음서는 흥미를 유발시키는 어떤 인물에 관한 정보를 보존하기 위해서만 쓰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복음서가 쓰인 것은 사람들을 주님이시며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으로 초대하기 위해서였다”(《가톨릭 성경 길잡이 신약 편》, 56쪽). [성서와 함께, 2013년 7월호(통권 448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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