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첫걸음] 가톨릭 서간과 요한 묵시록에 대해 알아볼까요? “바오로 서간에 이어서 히브리서가 뒤따르는데 여기에는 누가 쓴다는 말이 없어 저자를 밝혀내기 힘들다. 히브리서 뒤에는 ‘가톨릭 서간’이 따라 온다. … 7권 안에는 저자만 나타날 뿐, 수신인이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이들 편지는 특정 지역이 아니라 ‘모든 공동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보내는 보편적 편지이므로, 이들을 가리켜 ‘가톨릭 서간’ 또는 ‘공동 서간’ 이라고 부른다”(《서간에 담긴 보화》, 9쪽). Q ‘가톨릭 서간’은 무엇이죠? A 4세기 초에 교회 저술가인 에우세비우스(265-339년)가 바오로 서간 뒤에 이어지는 일곱 개의 성경(야고보서, 베드로 1·2서, 요한 1·2·3서, 유다서)을 ‘가톨릭 편지’라는 이름 아래 묶었다고 합니다. 그 후 라오디케이아 공의회(341-380년)에서 공식적으로 ‘가톨릭’이라 칭하였습니다. 가톨릭(Catholic)이라는 말은 ‘일반적, 보편적’이라는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카톨리코스(καθολικος)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천주교를 가톨릭이라 부르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모든 시대에 모든 장소에서 믿어’ 왔기 때문이지요. 즉 특정 국가나 지방이나 민족에 국한되지 않고 인류 전체가 믿는 세계적 · 보편적 교회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 서간들에 ‘가톨릭’이라는 말을 붙였을까요? 신약성경에 나오는 다른 편지들이 특정한 교회나 교우에게 보낸 편지인데 비해, 가톨릭 서간은 그 내용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이어서 모든 그리스도 교회를 수신인으로 쓴 것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톨릭 서간을 통해 당시 초대 교회가 공통으로 안고 있던 문제들과 그에 대한 사도들의 가르침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 우리 공동체와 교회의 삶에도 적용됨을 실감하게 됩니다. Q 묵시 문학이 무엇이죠? A 묵시 문학은 기원전 200년경부터 기원후 100년경까지 유다교에서 유행한 문학 양식입니다. 묵시 문학 작품들은 이 세상의 마지막 상황을 알려 주기보다 ‘하느님 진노의 날’이 꼭 온다고 기술합니다. 현세 이후에 다가올 세계는 하느님께서 직접 다스리며 선(善)과 의(義)를 이루시는 세상인데, 이 새로운 세계가 열리려면 하느님께서 악惡으로 얼룩진 이 세상에 직접 개입하셔야 합니다. 그날이 악인들에게는 공포와 심판의 날이지만 주님의 자녀들에게는 영광의 날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꿈과 희망에 대해 상징적 표현으로 기술한 문학 형태가 묵시 문학이죠. 신약성경의 요한 묵시록은 유다교 묵시 문학의 영향을 직간접으로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요한 묵시록은 어떤 책인가요? A 이 책에 나오는 첫 단어 ‘아포칼립시스(Ἀποκάλυψις)’가 묵시 문학 장르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계시啓示’를 가리키는 이 단어는 ‘덮개를 벗기다, 숨은 것을 드러내 보이다’ 등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이 작품을 ‘요한’ 묵시록이라 부르는 이유는, 파트모스 섬에 칩거했던 사도 요한이 이 묵시록을 썼으리라고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자에 따라서는 이 책의 문체와 신학 사상을 요한계 문헌과 비교했을 때 공통점보다 다른 점이 많다고 하여 다른 저자의 작품으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일정 부분의 연관성은 인정하지요. 저자는 소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 곧 에페소, 스미르나, 페르가몬, 티아티라, 사르디스, 필라델피아, 라오디케이아 교회를 수신인으로 하여 신자들에게 용기를 주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시련과 박해를 겪는 이들에게 하느님과 함께 누릴 절대 미래를 제시하고, 이 기쁜 소식을 고유의 상징 언어로 기술하죠. 저술 연대는 1세기 말로 추정합니다. 당시 황제 숭배 관습 등 로마 세계의 질서에 맞서면서 어려움을 겪던 그리스도인들을 위로하고 신앙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 집필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요한 묵시록에는 신비적 표상과 직관적 표현이 가득하여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론적 · 교회론적 · 종말론적으로 중요한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어 신약성경의 마지막 책인 동시에 성경 전체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묵시록은 … 특정한 지역의 교회에 필요한 메시지를 써보낸 글이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모 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실재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 따라서 묵시록의 독자는 이 책을 어느 한 부분만 골라 확대 해석하지 말고 여러 가지 신학 사상을 유념하면서 이 책 전체를 통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환난과 박해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 공동체들과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시는 하느님과 어린양의 주권을 각인시키려는 저자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성서 입문 하권》, 709쪽). [성서와 함께, 2013년 9월호(통권 450호),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