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스승님은 성전 세를 내지 않으십니까? 그들이 카파르나움으로 갔을 때, 성전 세를 거두는 이들이 베드로에게 다가와, “여러분의 스승님은 성전 세를 내지 않으십니까?” 하고 물었다. 베드로가 “내십니다.” 하고는 집에 들어갔더니 예수님께서 먼저, “시몬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세상 임금들이 누구에게서 관세나 세금을 거두느냐? 자기 자녀들에게서냐, 아니면 남들에게서냐?” 하고 물으셨다. 베드르가 “남들에게서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그렇다면 자녀들은 면제받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의 비위를 건드릴 것은 없으니, 호수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올라오는 고기를 잡아 입을 열어 보아라. 스타테르 한 닢을 발견할 것이다. 그것을 가져다가 나와 네 몫으로 그들에게 주어라”(마태 17,24-27). 예수님 시대 세금 제도 로마의 세금 정책은 독특하게도 입찰제였습니다. 주로 해당 지역의 통치자나 대지주가 응찰하였는데, 낙찰된 최고액 응찰자는 그 해에 정해진 세금을 먼저 납부한 뒤 세리들을 고용해 징수하였습니다. 세리들은 정해진 몫보다 더 많이 거두었기 때문에 자주 비난을 받았습니다(마태 11,19 참조). 세금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였습니다. 로마와 헤로데 왕가에 내는 토지세는 곡물과 과일 생산의 1/2-1/4, 주민세는 매년 1데나리온이었습니다. 간접세로 도시 시장에 내는 시장 세, 선박에 매겨진 항만 세, 국경 통과시 내는 관세, 임대료 등이 있었고, 국가 시설을 보수하기 위한 부역이 뒤따랐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에 내는 조세로서 사제를 부양하는 십일조(소출의 1/10), 매년 1/2세켈(티로 세켈)씩 내는 성전 세, 각종 희생 제물과 서원 봉헌물이 있었습니다. 연간 소득의 25-33%에 달하는 세금은 일반 백성에게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성전 세 사제를 제외한 20세 이상의 모든 유다인 남자는 매년 반 세켈의 성전 세를 바쳤습니다. 이는 예루살렘 성전의 유지, 관리, 보수 등 운영을 위해 유다인에게 부과된 종교세였습니다(탈출 30,11-16 참조). 유다인들은 보통 파스카 축제 전까지 예루살렘 성전을 직접 방문하여 성전 세를 납부했는데,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에게는 파스카 축제 한 달 전에 세리가 방문하여 징수했습니다. 팔레스티나를 떠나 외국에 사는 디아스포라 유다인 역시 선택된 백성에 속한다는 표지로 이 의무를 행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후(70년) 로마는 유다인에게 성전 세를 받아 로마의 유피테르 신전에 사용하였습니다. 성전 고유의 화폐 티로 세켈(은 14.2g)은 기원전 126년과 기원후 66년 사이에 주조되었는데, 당시 세켈 중 은의 순도가 가장 높아 성전 세를 지불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티로 세켈은 4데나리온의 가치가 있었습니다(일반 세켈의 두 배). 환전상은 성전에서 다른 화폐를 티로 세켈로 바꾸어 주는 과정에서 막대한 차익을 챙기기도 했습니다(마태 21,12 참조). 아우구스티누스 시대 이후 티로에서는 이 은화를 만들지 않았지만, 성전 세를 지불하려면 순수한 은화가 필요했기에 헤로데는 이를 직접 주조했습니다. 베드로가 잡은 고기의 입에서 나온 스타테르는 고대 그리스의 여러 나라에서 쓰였던 화폐(금, 은, 금은 합금 등)인데, 4드라크마(이스라엘 화폐로 1세켈)에 해당되는 값어치가 있는 은화(금=은화의 15배)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똑같이 인간의 제도와 관습, 한계를 지닌 운명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을 본받아 국가와 사회에서 겸손하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공동선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성서와 함께, 2013년 8월호(통권 449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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