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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축제를 지내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5,023 추천수0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축제를 지내러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가 가까워지자, 많은 사람이 자신을 정결하게 하려고 파스카 축제 전에 시골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예수님을 찾다가 성전 안에 모여 서서 서로 말하였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가 축제를 지내러 오지 않겠소?”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을 잡으려고, 누구든지 예수님께서 계신 곳을 알면 신고하라는 명령을 내려 두었다(요한 11,55-57).

 

 

축제, 하느님만을 위해 성별된 날

 

성경에 따르면 모든 시간과 날은 하느님께 속합니다. 이스라엘의 축제일은 특히 하느님만을 위해 성별된 날입니다. 축제는 사회 구성원을 일치시키고 종교적 전통을 전수(傳授)하는 역할을 합니다. 유다인에게 축제는 기쁨과 수확의 순간이며, 하느님께 신앙을 고백하고 찬양을 드리는 특별한 날입니다. 계약을 장엄하게 갱신하여 각자의 삶을 새롭게 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배치된 축일을 지냈습니다. 오경에 규정된 바빌론 유배 이전의 축제에는 3대 순례 축제(파스카와 무교절, 오순절, 초막절)를 비롯하여 안식일, 초하루제, 속죄일 등이 있습니다. 푸림절(에스 9,20-32 참조), 성전 봉헌 축제(1마카 4,36-59; 2마카 10,1-8 참조)는 바빌론 유배 이후 역사적 상황에서 생겨났습니다.

 

 

해방과 구원의 기념, 파스카와 무교절

 

파스카는 가축 떼의 번성을 위해 유목민이 행하던 고대의 봄 축제에서, 무교절은 한 해의 첫 곡식을 바치는 농경 축제에서 유래하였습니다. 그런데 무교절이 파스카 축제 직후에 뒤따라왔기 때문에 파스카와 하나의 축제로 자연스럽게 합쳐졌습니다. 이집트 탈출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역사에 개입하신 가장 중대한 사건이므로, 이를 기념하는 파스카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신학적으로 무척 중요한 축제입니다(탈출 12장 참조).

 

파스카는 히브리 달력의 첫째 달인 니산 달(양력 3-4월) 14일에 시작됩니다. 순례자들은 어린 양의 희생 제사가 거행되는 성전에 가서, 땅의 첫 소출로 만든 누룩 없는 빵을 함께 봉헌합니다. 가정에서는 한 해 동안 집안에 쌓인 먼지와 누룩을 치우는 대청소를 합니다. 저녁에는 온 가족이 불에 구운 양고기와 쓴나물과 누룩 없는 빵으로 파스카 식사를 하며, 가장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시키신 이야기를 가족에게 들려줍니다(탈출 12,25-27 참조).

 

다음날 이어지는 7일간의 무교절 때에도 누룩 없는 빵을 먹고, 축제의 첫날과 마지막 날에 거룩한 모임을 엽니다(레위 23,4-8 참조). 이스라엘 역사 초기에 비교적 단순했던 파스카와 무교절 예식이 왕정을 거치면서 좀 더 세련되고 복잡한 양식으로 발전했습니다(2열왕 23,21-23; 2역대 35,1-19 참조).

 

 

봄 추수 감사와 율법 수여 기념, 오순절

 

양력 5-6월, 곧 무교절 직후 첫 곡식 단을 거둔 날에서 7주가 지나고 50일째 되는 날에 오순절(주간절, 수확절)을 지냈습니다(탈출 23,16; 신명 16,9-12 참조). 이 축제는 추수의 마지막과 첫 포도 수확을 봉헌하는 시기의 시작을 표시합니다. 순례자들은 찬양의 노래를 부르며 성전에 들어가 첫 수확물(곡식 단)과 새 밀가루로 만든 누룩 든 빵 두 개를 봉헌하며(레위 23,15-21 참조), 풍성한 수확을 거저 베푸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렸습니다.

 

오순절은 파스카와 달리 특별한 역사적 사건에 연관된 축제는 아니지만 훗날 계약과 율법에 연관되었습니다. 2세기경에 저술된 외경 〈희년서>의 1장과 6장에서는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율법을 받은 사실을 강조하며, 이 축제의 목적이 하느님께서 노아와 맺은 계약을 해마다 새롭게 하는 데 있다고 하였습니다. 가나안 농경민의 축제인 맥추절이 후기 유다교에서 노아와의 계약, 시나이 산에서 율법을 받은 사건과 연결되며 오순절로 바뀐 것입니다.

 

 

가을 추수 감사와 광야 생활 기념, 초막절

 

일곱째 달 티스리 달(양력 9월)에는 여러 축제가 이어집니다. 1일 안식의 날에는 뿔 나팔을 불어 새해를 알리며 거룩한 모임을 열고(레위 23,24-25 참조), 10일 속죄일에는 거룩한 모임을 열고 고행하며 주님께 속죄 예식을 바칩니다(레위 23,27-32 참조).

 

15일부터 이레 동안은 초막절(추수절)을 지냈습니다. 이는 본래 한 해 농사일이 끝나고 마지막 수확물인 포도와 올리브를 거두어들이며 지내는 축제에서 유래합니다(탈출 34,22 참조). 이 축제는 후대에 가서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후 가나안에 정착하기까지 광야를 떠돌며 천막에서 살던 때를 회상하는 축제로 바뀌었습니다. 초막절 기간에는 온 가족이 집을 떠나 광야에 초막을 짓고 지냈습니다(레위 23,39-43 참조). 오늘날에는 약식으로 마당이나 아파트 베란다에 초막을 만들고 거기에 들어가 잠을 잡니다.

 

이스라엘의 모든 축제는 ‘이집트 탈출’이라는 파스카 사건과 연관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구약의 구원 사건들을 기념하는 축제의 의미를 완성하셨습니다. 초대 교회의 신자들은 그리스도교 축제를 지내며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자기 안에 모신다고 확신했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로 이루어진 새로운 파스카 전례를 거행하면서, 과거에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 완성될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 사건에 참여합니다. 또 전례주년에 따라 매일 축제 속에 사는 그리스도인은 전례에 기꺼이 함께하여 그리스도에 대한 충실성을 드러내고 신앙의 신비를 선포합니다.

 

[성서와 함께, 2014년 4월호(통권 457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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