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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의 숨은 이야기: 우리의 전투 상대는 악령입니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5,029 추천수0

[성경의 숨은 이야기] 우리의 전투 상대는 악령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사과를 올리고 싶습니다. 사제로서 신자들에게 명확하고 뚜렷한 주님의 지침을 강권하지 못했던 일, ‘마음 좋은 척, 너그러운 척’ 에둘러 용인했던 오만을 통회합니다. 일단 지루한 구약성경은 나중으로 미루고 신약성경부터 읽을 것을 권했던 일이 가슴 아픕니다. 지금 저는 그래서 더욱 성경 읽기가 힘들어졌을 분들께 제 모자람을 고백합니다. 부실했던 제 의도에 용서를 청합니다.

 

참으로 이런 제 꼴이 답답하다는 듯 꾸짖는 바오로 사도의 음성이 귀에 쟁쟁합니다. 진실로 성경이 “하느님에게서 오시는 영”께서 주신 “선물”(1코린 2,12)이며 “인간의 지혜가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가르쳐 주신 말로 이야기”(1코린 2,13)한다는 사실을 몰랐느냐고 캐묻는 듯 여겨져 난감합니다. 덩달아 베드로 사도도 입을 모아 성경은 “사실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1테살 2,13)이라고, “결코 인간의 뜻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성령에 이끌려 하느님에게서 받아 전한 것”(2베드 1,21)이라고 똑부러지게 거드시니 면목이 없습니다. 용서를 청하지 않고는 피할 구석이 없습니다. 초대 신자들이 보석처럼 아껴 묵상하던 성경이 모두 구약이라는 사실을 말씀드리지 못했던 점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성경은 합리적인 세상의 손익 계산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성경은 묘하고 진기한 책입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을 받아 적어 외우라고 요구하지 않으셨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때와 장소에 따라 듣는 사람들의 수준에 맞추어 단순하고 명료한 진리를 이해하도록 쉽게 풀어 설명해 주셨습니다. 특별하고 고상하고 고차원적인 언어로 골머리를 썩게 하지 않고, 매우 사소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인간의 삶을 통해 지혜를 선물하셨습니다. 우리 삶의 평범한 이야기로 하느님 나라를 가르치셨습니다. 천국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별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으로, 당신의 나라와 사랑을 이해하도록 도우셨습니다. 눈뜨면 살아내기 마련인 우리의 매일이 곧 주님의 뜻을 이루는 작업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나저나 그 열악한 환경에서 마이크도 없는 생음을 ‘허술히’ 듣지 않고 또렷이 경청했던 제자들의 자세가 예수님을 정말 기쁘게 했을 것이다 싶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결코 오늘 저처럼 이리 적을까, 저 말부터 할까 고민하지 않으셨으며, 좀 더 나은 표현을 찾기 위해 낑낑대지 않으셨을 것이라는 점에서 많이 부럽습니다.

 

성경은 이기적이고 셈이 빠르며 합리적인 세상의 손익 계산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말씀을 읽는 것만으로,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 하느님의 일깨움과 가르침의 신비를 체험하도록 합니다. 나아가 믿음을 지키는 방패가 되어 당신 자녀들의 삶에 빛을 선물합니다. 주님처럼 낮은 곳을 지향하는 삶을 용기 있게 살아가도록, 그분을 향한 희망을 잃지 않도록 힘을 줍니다. 그러기에 성경을 “임의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2베드 1,20).

 

 

돼먹지 않은 교리에 솔깃하여 방황하는 요즘 신앙인들

 

이렇게 분명히 주님께서 이르시는데도 요즘 한국 교회의 신앙인들이 이단의 돼먹지 않은 교리에 솔깃하여 방황하고 있다니 기가 막힙니다. 대충 파악된 이단의 숫자만도 쉰 곳을 헤아린다는 통계에 말문이 막힙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신천지’를 주목해 봅니다. 그들이 기존 교회에 막중한 타격을 가하며 공격하는 실태를 직시하고 싶습니다.

 

신천지는 교주 이만희를 ‘재림 예수’라 추앙하며 일명 ‘추수꾼’들을 비밀리에 각 교회로 파고들게 하여 교세를 늘리기에 혈안입니다. 개인적으로 은밀히 접근하여 자기들의 교리를 주장하고 선전하여 수많은 교우를 현혹하고 있습니다. 유의할 일은 그들이 포섭하는 첫 번째 대상이 교회에 불만을 품고 있는 신자라는 점입니다. 나아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기 위해서 성경을 깊이 있게 공부하려는 이들에게 접근하여 철저한 ‘성경 공부’를 미끼로 던진다는 사실입니다. 참 교활한 수법입니다.

 

한발만 물러나 생각하면 그들의 사기성 짙은 교리가 얼마나 엉성한지 쉬이 알 수 있습니다. 덜컥 속아 넘어가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 충분히 감지하게 됩니다. 문제는 청산유수로 입에 발린 거짓말로 성경 지식이 모자란 이들에게 자기네 입맛에 맞춰 이어 붙인 구절들을 장황히 쏟아 낸다는 사실입니다. 말씀의 깊이를 미처 깨닫지 못한 신자들은 그들의 억측을 알아차리기가 힘듭니다. 전혀 터무니없는 엉터리이며 타당치 않은 억지라는 사실에 적절한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어물쩍대다 허망한 교리를 수용하며 ‘신천지’의 추종자가 되어 버립니다. 통탄할 일입니다. 주님께 면목이 없습니다.

 

이 모두가 재림 신앙을 왜곡하려는 사탄의 전략입니다. 재림하실 예수님을 두렵고 무서운 존재로 오해하도록 겁주는 사탄의 흉계입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희망의 소식을 공포로 몰아가 복음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막는 사탄의 횡포입니다. 사탄의 술수를 이겨 내는 유일한 방법은 말씀이신 주님의 뜻을 깨닫는 것뿐입니다. 때문에 더욱 명백하고 분명하게 그분을 따르는 일에는 가라지의 훼방이 따를 것이라는 주님의 주의 사항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분의 이름을 빙자한 적(敵)그리스도가 여기저기에서 출몰할 것이라고 분명히 경고하신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세상에 무수히 널려 돌아다니는 시한부 종말론 따위와 ‘언제 어디서’라는 말세론이 터무니없는 주장이며 새빨간 거짓이라는 사실을 주지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고 명백히 밝히셨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합니다.

 

 

강한 말씀의 용사로 훈련시키지 못하였음을 처절히 통회합니다

 

단언합니다. 성경을 지속적으로 통독하여 하느님의 사랑과 진리를 깨달은 영혼은 결코 이단의 교리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성경을 통해 살아 계신 주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사랑이 얼마나 크고 자상하며 감동어린 것인지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우리 모두 당신의 심정을 알고 기쁘게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 것만을 간절히 원하는 우리의 아버지이심을 새록새록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이신 성경이 창세 이래로 변함없이 들려주는, 한결같은 그분의 사랑과 자비를 절절히 깨닫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영원한 그곳에서 함께 살게 되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그 뜻을 알려 주시려 당신의 끈끈하고 절절한 사랑의 메시지를 성경에 담아 주셨습니다. 성경을 읽으면 세상사에 아로 새겨진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당신의 진심을 헤아려 예수님을 통해 성취된 하느님의 뜻을 확신하는 뿌리 깊은 신앙인이 됩니다. 천국은 딱 “십사만 사천 명”(묵시 7,4)에게 허락된 곳이 아니라 “아무도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큰 무리”(묵시 7,9)가 하느님의 품 안에서 함께 살아갈 곳입니다. 결코 땅에서 특별하게 ‘격리되고 무장된 특별한 집단’을 위한 곳이 아닙니다. 아울러 천국은 평범한 신앙인은 꿈도 꾸지 못할 멀고 동떨어진 곳이 아니며 지금, 그분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으로 빚어집니다.

 

저는 성경 말씀을 그럴듯하게 조합하고 조작하는 많은 이단이 성경 지식이 짧은 교우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오늘 이 지면을 빌려 제 허물을 회개합니다. 성경 지식에 목마른 이들에게 거푸 성경 통독을 권하지 못한 일, 그분의 진리를 영혼에 깊이 새기도록 이끌지 못한 잘못을 참회합니다. 진리에 단호히 대처하도록, 강한 말씀의 용사로 훈련시키지 못하여 주님의 귀한 양 떼를 잃은 아픔을 처절히 통회합니다. 주님의 말씀으로 영이 맑아져, 이단의 엉뚱한 헛소리를 감별할 수 있는 지혜의 소유자로 무장시키지 못했음을 통탄합니다.

 

이제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그분의 말씀을 경청하여 주님의 진리에 밝아지기를 소원합니다. 그분의 길을 곧게 따르는 지혜로 굳건하여 “악마의 간계에 맞설 수 있도록 하느님의 무기로 완전히 무장”(에페 6,11)하기를 강권합니다. 말씀으로 영이 밝아져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령들”(에페 6,12)을 물리치는 주님의 강력한 “성령의 칼”(에페 6,17)을 지닌 용사로 거듭나기를 원합니다.

 

그리스도인은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그날, 홀연히 재림하실 주님을 깨어 기다리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이 진리 앞에 과연 “누가 거짓말쟁이입니까?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 사람이 아닙니까? … 나는 여러분을 속이는 자들과 관련하여 이 글을 씁니다”(1요한 2,22-26). 좋으신 주님께서 우리의 부족함을 당신 사랑과 은총으로 지켜 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 장재봉 신부는 부산교구 소속으로 부산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생들과 10여 년 뒹굴다가 ‘새 갈릴래아’인 김해 활천 성당 주임으로 옮겼다. 평화방송 TV ‘장재봉 신부의 성경 속 재미있는 이야기’에 출연 중이다. 《윤리는 아는 것도 많네》, 《성경 속 재미있는 이야기》 외 여러 책을 썼다.

 

[성서와 함께, 2013년 2월호(통권 443호), 장재봉 스테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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