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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말씀과 함께 걷는다: 시편 - 나의 아픔을 시편으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5,264 추천수0

[말씀과 함께 걷는다 – 시편] 나의 아픔을 시편으로

 

 

혹시 종종 흥얼거리는 옛 노래가 있나요? 노래에 담긴 가사의 뜻을 새겨보세요. 세월이 흘러도 똑같죠? 러시아 태생의 미국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시편 교향곡’을 작곡하면서 시편의 뜻이 달라지지 않도록 라틴어 시편을 합창곡의 가사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의 신앙을 주님의 가르침에 응답하는 노래로 엮어 후손에게 전하였습니다. 탄식과 찬양, 감사와 청원을 일정한 곡조에 담아 내용이 변하지 않게 하였습니다. 시편은 기도 양식으로 되어 있어 우리가 하느님을 찾고 또 하느님께서 우리를 찾으실 때 응답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90,2 영원에서 영원까지 당신은 하느님이십니다.

 

구전된 많은 시편 중에 성경에 수록된 시편은 기원전 200년에서 150년 사이에 최종 형태를 갖춘 것으로 찬양보다 탄원의 내용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시편집의 명칭을 ‘찬양가들의 책(터힐림 tehillim)’이라고 부르는 것은 ‘찬양하라’는 말이 시편에 150번 이상 나오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편은 그리스어로 ‘프살모스(Psalmos)’라 하는데 ‘현악기를 손으로 뜯다’는 뜻입니다. “새벽 암사슴 가락으로”(22편) 또는 “나리꽃 가락으로”(45편)처럼 알 수 없는 표제가 붙어 있는 시편은 악기 연주와 관련되어 보입니다. 시편 가운데 일흔세 편은 다윗의 시로 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솔로몬을 지혜의 권위자로 여기듯, 다윗을 훌륭한 시편 저자이자 권위자로 여깁니다(2사무 23,1; 집회 47,8 참조). 다윗은 고통받는 의인, 용서받은 회개자, 메시아의 예형으로 많은 시편 저자가 그의 영향을 받았습니다(《주석 성경》 1475쪽). 시편과 관련한 이로 다윗 외에 코라(42-49; 84-85; 87-88편 참조), 아삽(50; 73-83편 참조)의 이름도 등장합니다.

 

 

6,4 주님, 당신께서는 언제까지나 … 5 돌아오소서.

 

시편에서 개인 탄원 시편은 거의 4분의 1을 차지합니다. 인간은 아무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없기에 기뻐하기보다 자주 한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탄식과 탄원의 뜻을 사전에서 찾으면, 탄식은 ‘근심이나 원망 따위로 한탄하여 숨을 내쉬는 것’이고, 탄원은 ‘억울하거나 딱한 사정을 하소연하며 도와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처지를 근심하거나 원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억울하거나 딱한 사정을 하느님께 하소연하며 도와 달라고 청할 때 기도가 됩니다. ‘왜’, ‘어찌하여’, ‘언제까지나’라는 표현과 질병, 억울함, 고소, 억압, 통회에 관한 탄식은 탄원 시편에 나타나는 기본 틀입니다. 인간은 해결할 수 없는 본질적 한계에 직면할 때 주님을 찾고 도움을 청합니다.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는 쇠약한 몸입니다. 저를 고쳐 주소서, 주님, 제 뼈들이 떨고 있습니다. … 주님, 당신께서는 언제까지나 … 돌아오소서, 주님, 제 목숨을 건져 주소서”(6,3-5)라는 탄원처럼 아픈 이의 호소가 탄원 시편의 기초가 됩니다.

 

 

6,9 내게서 모두 물러들 가라, 나쁜 짓 하는 자들아.

 

탄원 시편은 대부분 악인들에게 당하는 고통을 호소합니다. 시편 전체의 서두 역할을 하는 1-2편은 ‘의인의 길’과 ‘악인의 길’을 언급합니다. 시편에서 알려 주는 의인은 악인의 길을 가지 않아야 합니다. 시편에서 악인의 길을 가는 자는 세 부류로 구분됩니다. 그들은 악하거나 불충한 자, 조롱하거나 냉소하는 자, 오만한 자입니다. 탄원 시편에는 질병이나 죄 때문에 겪는 내적 고통뿐 아니라 악의 길에 들어선 세 부류 사람들에게서 받는 외적 고통이 드러납니다. “내게서 모두 물러들 가라, 나쁜 짓 하는 자들아”(6,9)라고 한 것으로 보아 악인들 때문에 더 고통을 받은 듯합니다. 시편 22의 저자 역시 악인들의 조롱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를 보는 자마다 저를 비웃고 입술을 비쭉거리며 머리를 흔들어 댑니다”(22,8; 참조 42,4.11).

 

 

22,24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탄원 시편에도 찬양과 감사와 청원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22,1)로 시작하는 익숙한 시편에서, 1-23절까지는 고통스러운 탄원이 이어지고 24절 이하는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아, 주님을 찬양하여라”(22,24)와 같이 반전된 내용이 있습니다. 이 시편은 이사야 예언서의 ‘주님의 종’의 넷째 노래와 유사하며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을 묵상하게 합니다. 하일러(F. Heiler)는 “기도는 공포와 희망이라는 두 가지 감정의 산물이며 하느님께 굴복하여 탄원할 때 탄원 기도 안에서 분위기의 반전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탄원에서 찬양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기도 중에 영혼의 영적 상승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간주합니다. 하느님께 탄원하는 영혼은 기도 중에 탄식과 물음, 간구, 체념, 연약과 신뢰의 표현, 감사, 찬양, 바람같은 내면의 변화를 겪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시편 기도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엮어 온 삶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합니다. 그 체험은 개인의 삶에 신앙으로 스며들게 됩니다. 시편으로 기도할 때 겪는 내면의 변화는 우리를 역동하는 내적 인간으로 성장시키고 공동체가 내적으로 성장하는 데 토대가 됩니다.

 

 

42,9 내 생명의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네.

 

42편도 개인 탄원 시편입니다. 자신의 고통을 주님께 아뢰는 내적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저자는 뭔가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 하느님을 찾고 그분의 응답을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 제 영혼이 하느님을, 제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합니다”(42,2-3).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시인은 악인들의 빈정거림과 핍박 때문에 더 고통을 받습니다(42,4.10.11 참조). 영광스러운 분의 초막, 환호, 축제를 기억하는 부분은 바빌론 유배 시절의 슬픔을 묘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42,5 참조). 시인은 자신의 극심한 고통을 영혼이 녹아내린다거나 신음한다(42,6 참조)거나 악인들의 모욕으로 뼈들이 으스러진다(42,11 참조)고 표현합니다. 그러면서도 “하느님께 바라라. 나 그분을 다시 찬송하게 되리라”(42,12)고 노래하

여 주님을 신뢰하며 자신을 위로합니다.

 

143편의 시인은, 자신의 얼이 다하여 가니 주님께 얼굴을 감추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며(143,7) 하느님께 ‘성실(에무나)’과 ‘의로움(체다카)’을 요청합니다. 주님 앞에서는 누구도 의로울 수 없다고 하면서도(143,2 참조) 하느님의 의로움으로 원수들 때문에 겪는 곤경에서 건져 달라고 호소합니다. 시인은 주님의 뜻을 따르고 주님 영의 인도로 바른길을 가기를 원합니다(143,10 참조). 시편에는 ‘길(데렉)’이라는 표현이 66번 나옵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바른길로 인도하시는 것을 의미합니다.

 

 

22,20 저의 힘이시여, 어서 저를 도우소서.

 

우리는 사는 동안 기쁨과 행복뿐 아니라 고통과 슬픔, 괴로움을 경험합니다. 인생에 단맛이 있으면 쓴맛도 있습니다. 그것이 삶인가 봅니다. 우리가 시련을 겪을 때 시편은 많은 위로와 힘을 줍니다. 시편을 읽고 묵상하노라면 이미 누군가 나를 위해 주님께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 같아 놀랍니다. 시편만큼 인간 삶의 자리를 잘 표현한 성경도 없을 것입니다. 시편은 저에게 늘 주님의 길을 밝혀 주고 마음의 길을 찾게 해 줍니다.

 

여러분도 아픈 마음을 시편에 담아 기도해 보세요. 속도 후련해지고 어느덧 주님과 가까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미흡하지만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시편에 대한 소개를 마칩니다. 다음호부터는 잠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김경랑 수녀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소속이다.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수학하였으며, 삶의 현장인 수지 가톨릭성서모임에서 말씀을 선포하고 열매 맺으며 살아간다.

 

[성서와 함께, 2013년 7월호(통권 448호), 김경랑 귀임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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