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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말씀과 함께 걷는다: 잠언 - 콕 찌르는 생명의 말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6,553 추천수1

[말씀과 함께 걷는다 – 잠언] 콕 찌르는 생명의 말씀

 

 

잠언은 한자로 바늘 잠(箴)에 말씀 언(言), 말 그대로 ‘콕 찌르는 말씀’입니다. 침은 아픈 부위에 혈을 통하게 하여 낫게 합니다. 잠언의 짧은 말씀은 무딘 우리 마음에 침을 놓아 주님 안에서 영적 순환을 원활히 할 수 있게 합니다. 사전에서 잠언은 ‘가르쳐서 훈계하는 말’ 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교훈이 되는 짧은 말’이라는 뜻입니다.

 

 

8,30 나는 그분 곁에서 사랑받는 아이였다. 31나는 그분께서 지으신 땅 위에서 뛰놀며 사람들을 내 기쁨으로 삼았다.

 

잠언은 모두 31장입니다. 10-31장이 먼저 쓰였고 문학적 성격이 다른 1-9장(지혜시)은 나중에 기록된 것으로 봅니다. 잠언에서 지혜는 스스로 자신을 소개하고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알려 주며(8장 참조), 여인으로 묘사되어 독특한 특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9장 참조). 표제와 내용의 분류로 보면 잠언은 네 개의 큰 수집물(1-9장; 10,1-22,16; 22,17-24,22; 25-29장)과 다섯 개의 작은 수집물(24,23-34; 30,1-14; 30,15-33; 31,1-9; 31,10-31)로 구성됩니다. 잠언은 이집트의 <아멘 엠 오페의 교훈>이나 메소포타미아의 <아히칼의 지혜> 같은 문헌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혜의 가르침을 담은 짧은 구절은 늘 있어왔습니다. “은에는 도가니, 금에는 용광로 사람은 그가 받는 칭찬으로 가려진다”(27,21)는 말씀은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시간이 흘러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명심보감의 구절과 비슷합니다.

 

히브리어로 잠언은 ‘비슷하다, 지배하다’는 뜻의 ‘마샬‘에서 파생되었습니다. 그리스어 성경에서 잠언은 ‘파로이미아이(paroimiai)’라고 하는데, ‘비슷한 두 가지 생각이나 상징적인 것을 비교(parable)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마샬’은 대중 격언과 문학적 금언, 속담, 알레고리 등 다양한 문학 형태로 발전되어, 정확히 풀이하기가 곤란하여 폭넓은 의미를 지닌 ‘격언’으로 정의합니다(L. E. 머피).

 

잠언은 주로 교훈으로 윤리적 가르침이 많으며,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리를 짧은 문장에 담고 있습니다. 잠언의 목적은 “지혜와 교훈을 터득하고 예지의 말씀을 이해하며 현철한 교훈과 정의와 공정과 정직을 얻게 하려는 것”(1,2-3)입니다. 히브리어로 지혜는 ‘호크마’ 교훈은 ‘무사르’입니다. 교훈은 훈계나 징계로 체벌을 포함하기도 합니다(13,24; 19,18 참조). 잠언의 저자는 교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합니다(5,23 참조).

 

잠언의 짧은 문장 형태에는 신중하게 선택된 몇 마디로 많은 것을 전하려는 속성이 있습니다(J. L. 크렌쇼). 또 잠언의 명쾌한 시적 특성은 대구법(병행법, parallelism)의 형태에서 잘 드러납니다. 대구법에는 “의로움의 길에는 생명이 있지만 악인의 행로는 죽음에 이른다”(12,28)와 같이 두 행이 반대 의미를 지닌 ‘반의적 대구법’과, “집은 지혜로 지어지고 슬기로 튼튼해진다”(24,3)처럼 두 행이 비슷한 의미를 지닌 ‘동의적 대구법’이 있습니다. “현인의 가르침은 생명의 샘이라 죽음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게 한다”(13,14)는 하나의 의미에서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나아가는 ‘점층적 대구법’입니다. 동일시하는 것, 대조, 유사성, 무익한 것, 분류, 가치, 인간 행동이나 성격의 결과 등의 다양한 내용은 잠언을 특징짓는 대구법 외에 적어도 일곱 가지 형태가 있음을 드러냅니다(J. L. 크렌쇼).

 

“내 아들아, 아버지의 교훈을 들어라. 어머니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마라”(1,8)는 말씀처럼, 잠언은 부모가 자녀에게 올바르게 살도록 교훈을 주는 내용이 간결하게 다듬어져 전승된 것으로 봅니다(12,8; 14,21; 16,32 참조). 또 “먼 땅에서 온 기쁜 소식은 타는 목에 시원한 물과 같다”(25,25), “옛 경계선을 밀어내지 말고 고아들의 밭을 침범하지 마라”(23,10) 같이 일상생활에서 관찰하고 숙고하여 얻은 격언도 있습니다. 더불어 “임금 앞에서 악인을 없애야 왕좌가 정의로 굳건해진다”(25,5)는 특별한 신분이나 계급 사회, 고위 관리들의 왕궁 생활을 보여 주는 다양한 신분 지혜와 관련된 격언입니다.

 

 

3,18 지혜는 붙잡는 이에게 생명의 나무 그것을 붙드는 이들은 행복하다.

 

현인들은 삶에서 드러나는 건강, 장수, 부와 영광을 선한 가치로 평가하였습니다(3,16 참조). 잠언의 저자들은 시편이나 욥기처럼 의인의 죽음이나 사후 세계에 대한 희망을 묘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나무’와 ‘생명의 샘’에 대한 빈번한 표현(11,30; 13,12.14; 15,4 참조)은 잠언의 방식대로 인간 생명의 한계를 드러냅니다. ‘의로운 이’(11,30), ‘이루어진 소망’(13,12),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혀’(15,4)는 생명의 나무에 대한 은유입니다. 다양한 유형 가운데 잠언의 ‘생명의 나무’(창세 2,9; 3,22 참조)는 인간이 지혜롭게 사는 길을 알려 줍니다. 여기서 생명의 나무는 창세기의 신화적 배경이 아닙니다(L. E. 머피). 오히려 지혜의 가르침을 따라 잘 사는 것과 행복을 나타내는 은유입니다. 잠언에 따르면 누구든지 주님을 경외하며(1,7 참조) 살아갈 때 생명의 나무를 얻고 행복의 길을 가게 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생명의 나무는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나무입니다. 십자가의 길이 바로 생명의 샘이고 생명의 길이며 지혜로운 이가 가는 길입니다(1코린 1,18-25 참조).

 

히브리어로 ‘길’은 ‘데렉’인데 ‘삶이나 행동 방식, 어떤 행위의 경로나 자취’를 뜻합니다. 잠언의 현인들은 지혜의 길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나에게 너무 이상한 것이 셋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넷 있으니 하늘을 날아다니는 독수리의 길 바위 위를 기어 다니는 뱀의 길 바다 가운데를 떠다니는 배의 길 젊은 여자를 거쳐 가는 사내의 길이다”(30,18-19). 여기서는 현인들도 미처 이해하지 못하는 ‘길’이 네 번이나 묘사됩니다. ‘길’에 대한 개념은 이스라엘 민족이 주님을 섬기는 길을 찾아 광야에서 40년을 방랑하고, 나라를 잃고 유배 생활을 했기에 큰 의미를 갖습니다. “현인의 가르침은 생명의 샘이라 죽음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게 한다”(13,14)는 말씀에서 하느님을 섬기기 위한 올바른 길 안내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길은 주님께 달려 있습니다. “사람의 발걸음은 주님께 달려 있으니 인간이 어찌 제 길을 깨닫겠는가?”(20,24)

 

모든 사람이 지혜롭지는 않습니다. 잠언에서 어리석은 사람을 빗댄 “말에게는 채찍, 나귀에게는 재갈 우둔한 자의 등에는 매”(26,3)라는 표현은 법구경에도 나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온갖 궁리에도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고 스스로 칼이나 몽둥이를 불러 그 갚음에는 반드시 해를 입는다.” 잠언에는 우둔한 사람(26,1-12 참조)의 어리석음을 다음과 같이 여덟 가지 말로 묘사합니다(W. O. E. 외스털리). 교육받지 않은 순진한 사람(페티), 원래부터 어리석은 사람(크실), 완고한 사람(에윌), 어리석음을 고집하는 사람(사칼), 거친 사람(바아르), 야수적이고 사악한 사람(나할), 이성을 잃은 광인(훌렐), 자기 주장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어리석은 수다쟁이(레츠). 이러한 어리석음이 콕 찌르는 침 한 방으로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지혜로운 자는 교육받지 않은 순진한 사람을 제외하고 위에 열거된 어리석은 자를 멸시하였습니다. 잠언의 현인들에 따르면 지혜로운 이는 생명의 길을 통해 안전한 삶으로 나아가지만, 어리석은 자는 파멸의 길로 갑니다(J. L. 크렌쇼).

 

생명의 길을 가고 싶습니까? 일상생활에서 잠언의 짧은 교훈 말씀을 새기며 산다면 지혜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8,1 참조). 다음 달에도 잠언의 지혜로운 말씀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김경랑 수녀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소속이다.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수학하였으며, 삶의 현장인 수지 가톨릭성서모임에서 말씀을 선포하고 열매 맺으며 살아간다.

 

[성서와 함께, 2013년 8월호(통권 449호), 김경랑 귀임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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