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기와 거울 보기 (22) 성막의 지성소와 우리 마음의 지성소 탈출 24,12에서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율법과 계명을 기록한 돌 판을 주시겠다며 시나이 산으로 올라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직접 쓰신 두 증언판이 모세에게 주어진 것은 탈출 31,18에서입니다. 이 두 사건 사이에는 사십 일의 간격이 있는데, 오늘 우리가 묵상하게 될 탈출 25-31장의 말씀은 바로 그 사십 일간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모세는 이 모든 말씀을 듣고 증언판을 들고 시나이 산에서 내려옵니다. 이때 모세가 들었던 말씀은 모두 성막 건설과 성소 기물의 제작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시나이 계약의 혜택으로 이제 하느님께서 그들 가운데 현존하실 것이므로 이스라엘은 하느님을 모시기 위한 장소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거룩한 분이시므로 그분을 모실 장소는 그분께 합당한 정결한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합당함의 근거는 오직 하느님으로부터만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보여 주신 바로 그 모형에 따라 성막과 그 성막에서 사용될 모든 기물을 제작할 것입니다(25,9 참조). 우선, 하느님께서 현존하실 거룩한 장소는 보통의 장소들과 구분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거룩한 장소임을 표시하는 성막이 지어질 것이며, 이 성막은 그 거룩함을 보호하는 성막 뜰로 둘러싸이게 됩니다. 성막 뜰의 남쪽과 북쪽에 각각 기둥 스무 개씩을 세우고, 서쪽에는 기둥 열 개, 그리고 동쪽에는 입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입구 양쪽으로 각각 기둥 세 개를 세웁니다(27,9-19 참조). 이 기둥들에 휘장을 둘러침으로써 바깥세상과 성소는 구분됩니다. 성막은 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것을 커룹이 수놓인 폭넓은 천으로 두르고, 네 겹의 덮개를 덮음으로써 완성됩니다. 성막은 성소와 지성소로 이루어졌고, 성소와 지성소 사이에는 커룹들이 수놓인 휘장이 쳐져 있습니다. 성소가 사제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장소라면, 지성소는 가장 거룩한 장소로 대사제만이 일 년에 한 번 들어갈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이처럼 성막 성전은 나중에 지어질 솔로몬 성전과 마찬가지로 뜰 – 성소 – 지성소의 삼분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성막이 세워지면, 성소의 가장 안쪽인 지성소에는 계약의 궤가 놓입니다. 계약 궤는 아카시아 나무에 순금을 안팎으로 입혀 만듭니다. 이 궤는 길이가 1.25미터, 너비와 높이가 0.75미터인 상자로, 네 귀퉁이에 고리가 있어서 두 개의 채를 이 고리에 끼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순금으로 만든 이 상자의 덮개를 속죄판이라 부릅니다. 대사제는 일 년에 한 번 대속죄일에 속죄 제물로 바친 짐승의 피를 속죄판에 바르는데, 이로써 성소를 정화합니다. 속죄판의 양 끝에 금으로 된 커룹 둘을 만드는데, 이 커룹들의 날개는 속죄판을 덮을 수 있도록 서로 맞닿아 있고, 커룹들의 얼굴은 속죄판을 향하여 숙여져 있습니다. 이 커룹들 위에 하느님이 현존하십니다. 그래서 성경에 ‘커룹들 위에 좌정하시는 하느님’(2사무 6,2; 2열왕 19,15; 시편 80,2)이라는 호칭이 나타나게 됩니다. 커룹은 일종의 합성 동물로서 임금이나 신의 옥좌를 수호하는 문지기 역할을 합니다. 이집트의 스핑크스도 이런 커룹의 일종입니다. 히브리어 커룹의 복수형이 케루빔입니다. 계약 궤 안에는 하느님께서 주실 증언판이 보관됩니다. 고대 근동의 신전에는 신전의 가장 안쪽에 신상이 놓이는데, 이스라엘의 성소 맨 안쪽, 곧 지성소에는 신상 대신 하느님의 말씀이 자리합니다. 계약 궤가 지성소와 성소를 구분하는 휘장 안쪽에 있다면 휘장 바깥쪽, 곧 성소에 놓이게 되는 기물들은 분향 제단과 제사상, 순금 등잔대입니다. 분향 제단은 휘장 바로 앞에 놓이며, 사제는 아침저녁으로 이곳에서 주님께 향을 피웁니다. 아카시아 나무에 순금을 입혀 만들게 될 제사상에는 하느님께 봉헌될 빵이 놓이며,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상징하는 열두 개의 빵이 차려집니다. 등잔 일곱 개가 놓일 순금 등잔대는 사제들만 들어갈 수 있는 성소의 어둠을 밝히기 위해 사용될 것입니다. 이때 사용되는 기름은 올리브를 찧어서 짠 순수한 기름이며, 사제들은 성소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보살펴야 합니다. 성막의 뜰에 놓이게 될 기물은 아카시아 나무에 청동을 입혀 만든 번제 제단과 사제들이 몸을 씻을 수 있도록 물을 보관하는 물두멍입니다. 이 거룩한 장소에서 봉사할 사제들은 특별히 성별된 의복을 입어야 합니다. 대사제는 가슴받이와 에폿, 겉옷과 수놓은 저고리, 쓰개와 허리띠를 입고, 머리에는 “주님께 성별된 이”(28,36)라는 문구가 적힌, 순금으로 된 성직패를 씁니다. 일반 사제들은 아마포 저고리와 띠, 쓰개를 입습니다. 이 모든 규정은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자리의 거룩함을 보존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하느님은 부정한 장소에는 머무실 수 없으므로 이스라엘 백성은 성소의 거룩함을 보존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야 했습니다. 성소가 부정해지면 하느님께서는 그곳을 떠나실 것이며,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멸망의 길에 들어서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모시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울입니까? 거룩한 장소를 특별하게 의식합니까? 우리 마음의 지성소는 그분을 모시기에 합당합니까? 마음의 지성소를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한 장소로 꾸며 보는 그런 한 달이 되면 좋겠습니다. * 김영선 수녀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소속으로, 미국 보스톤 칼리지에서 구약성경을 공부하였으며,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구약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7년 10월호(통권 499호), 김영선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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