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성경] 에스테르기 Q. 에스테르기는 어떤 책인가요? • 유다인 출신으로서 페르시아의 왕비가 된 에스테르가 목숨을 걸고 유다인을 둘러싼 음모를 밝혀 내어 민족 전체를 죽음의 위험에서 구한다는 내용의 교훈 문학적 역사서입니다. 에스테르기에는 유다인을 괴롭히는 적대 세력(하만, 제레스)과 유다인(모르도카이, 에스테르), 그리고 중립적 위치에 있는 왕권(크세르크세스)이 등장합니다. 하만은 권력과 돈을 이용하여 유다인을 전멸시킬 음모를 꾸미고 임금을 종용하지만, 모르도카이와 에스테르는 지혜로 왕권의 힘을 이끌면서 하만을 물리칩니다. 그 후부터 이 사건은 푸림절이라는 축제를 통해 기념됩니다. ☞ 1-2장 : 왕비가 된 에스테르 ☞ 3,1-9,19 : 모르도카이와 유다인들의 구원 ☞ 9,20-32 : 푸림절 ☞ 10장 : 모르도카이에 대한 평가 Q. 에스테르기의 장·절 표기에서 ①②③과 같은 원문자는 무엇을 뜻합니까? • 에스테르기는 히브리 말로 전해지는 짧은 본문과 그리스 말로 전해지는 긴 본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곧 히브리어로 된 본문 167절에 그리스어로 된 부분 93절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삽입된 그리스 말 부분에는 ①②③ 등의 원문자가 덧붙여졌습니다(예: 4,8①; 4,17⑤; 5,1⑦). Q. 더 먼저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히브리 말 부분과 나중에 첨가된 그리스 말 부분에는 각각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 히브리어 에스테르기는 하느님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대신 사건들의 극적인 전개와 반전의 배후로 독자의 시선을 이끌면서 유다 민족을 이끄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알아보게 해 줍니다. 반면에 그리스어 에스테르기는 하느님을 여러 차례 언급하는데, 특히 모르도카이의 기도와 에스테르의 기도(4장)에는 깊은 신뢰가 담겨 있습니다. Q. 페르시아 사회에서 소수자에 속했던 여인이 그 대제국의 왕비가 되었다는 에스테르기의 내용이 역사적으로 믿을만한가요? • 유다인 출신으로 페르시아 제국의 왕비가 되었다는 여인에 관한 기록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에스테르기는 페르시아 크세르크세스 임금 시대(기원전 496~464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헬레니즘 시대에 있었던 안티오코스 4세(기원전 175~164년)의 박해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교훈 문학적 역사서입니다. Q. 에스테르기를 어떤 점에서 역사서라고 할 수 있나요? • 성경 역사서 저자들의 우선적인 관심은 역사 자료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것보다는 과거의 사건들을 ‘인간 삶의 현장에 펼쳐졌던 하느님의 구원’이라는 관점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데에, 또는 (위기·환난과 같은) 현실 앞에서 ‘인간 삶의 현장에 펼쳐지는 하느님의 구원’에 관한 확신을 불어넣기 위해 역사 전승들을 재해석하고 현재화하는 데에 있었습니다. 에스테르기는 후자의 관점에서 역사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기원전 6세기부터 기원전 2세기까지 근동 지역의 패권은 바빌론에서 페르시아로(기원전 539년), 페르시아에서 알렉산드로스(기원전 330년)와 그의 계승자들의 왕조들(기원전 323년)로 넘어갔습니다. 바빌론의 지배를 받으면서부터 유다인들은 중동 지역과 지중해 동편의 여러 나라들에 흩어져 살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유다 밖에 터를 잡고 살게 된 이들을 디아스포라 유다인이라고 합니다. 지배자들의 정책은 본토에 살던 유다인들에게도 그러했지만, 해외에서 이방 민족 사이에 살아야 했던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의 정체성에는 더욱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알렉산드로스와 후계 왕조들이 펼쳤던 헬레니즘 정책은 유다인들의 유일신 신앙, 그리고 그 신앙에 긴밀히 연결된 전통과 갈등을 빚었고, 셀레우코스 왕조의 안티오코스 4세 시대에는 대대적인 박해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유다인답게 살아가는 것과 하느님의 구원을 응보 관계로 이해하였던 에스테르기의 저자는 환난 속에서도 율법과 조상들의 가르침을 준수하며 신앙을 굳건히 지켜 나가도록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을 독려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이민족과의 적대’ ‘이민족으로부터의 구원’ ‘이민족 한가운데서도 충실한 삶’과 관련된 전승들을 재해석하고 현재화하였습니다. Q. 에스테르기의 저자가 현재화한 역사 전승은 무엇인가요? • 푸림절은 아다르 달(3월) 열나흗날과 열닷샛날, 곧 파스카 축제를 거행한지 꼭 열한 달 후에 지내며, 두 축제 모두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기억하시고 구원하신 사건을 기념(탈출 2,24; 에스 9,21-22; 10,3⑨-3⑩)합니다. 에스테르기가 그 기원을 설명하는 푸림절은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에게서 현재화된 파스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아말렉족의 습격을 받았습니다(탈출 17,8-13). 이 충돌은 주님과 아말렉 사이에 대대로 일어날 전쟁의 발단이 되었고,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아말렉의 완전 봉헌 의무가 주어졌습니다(탈출 17,14-16; 신명 25,17-19). 키스의 아들 사울도 아말렉과 전쟁을 치를 때 그것을 기억해야 했지만(탈출 17,14-16; 1사무 15,6), 아말렉 임금 아각을 살려 주었습니다. 이 사건은 전리품으로 부를 축적한 것과 같은 선상에서 비판되며, 하느님께로부터 돌아선 행위로 단죄되었습니다(1사무 15,8-9.11.18-23). 이 전승들은 에스테르기에서 베냐민 지파 출신이며 키스의 증손인 모르도카이, 그의 사촌 에스테르(에스 1,1①; 2,5.7)와 아각 사람 하만(에스 3,1)의 적대 관계를 통해 현재화됩니다. • 이방의 궁정을 배경으로 신앙과 지혜로써 위기를 극복해 가는 하느님 백성의 모습을 그려 냈다는 점에서 에스테르기가 요셉(창세 38-50장)과 다니엘(다니 2-6장)의 이야기도 현재화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Q. 푸림절은 민족주의와 배타주의에서 나오는 폭력성을 신앙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게 아닐까요? • 에스테르기는 “이날은 유다인들이 원수들에게서 평안을 되찾은 날이고, 이달에 근심이 기쁨으로, 애도가 경축의 날로 바뀌었으니, 이날을 잔치와 기쁨의 날로 지내면서 서로 음식을 나누고 가난한 이들에게 선물을 하라고”(에스 9,22) 이르면서 푸림절의 의미와 풍속을 설명합니다. 디아스포라의 파스카라 할 수 있는 푸림절은 무고와 불의 앞에서 자신을 방어할 수도 없고, 변호하거나 보호해 주는 이도 없는 사람들에게 보이시는 하느님의 구원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체험하였던 이집트 탈출이 억압을 당하는, 또는 그것을 목격하는 모든 이가 해방하시는 하느님을 기억하고 현재화하게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달에 읽을 말씀 – 에스테르기 묵상과 다짐 그리고 실천 : 이스라엘은 조상들로부터 전해 듣고 알게 된 해방의 하느님을 언제나 ‘오늘, 이곳에서’ 새롭게 만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구원은 ‘지금, 나와 하느님 사이에 일어난 사건’이 되었습니다. 구원 체험의 업데이트, 그 첫걸음은 삶을 주도하시는 하느님을 기억하고, 믿음과 희망 안에서 행동하는 것입니다. [외침, 2018년 6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복음화국 성경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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