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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탄생의 신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7-05 조회수7,217 추천수1

탄생의 신비

 

 

그분의 유명한 가계(족보)

 

마태오와 루가는 그들이 쓴 복음에서 예수님의 족보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곧 그분의 가문이 흘러온 도정을 역사적으로 제시합니다. 마태오복음에서는 아브라함으로 시작해서 다윗과 그 뒤를 잇는 일련의 유대 왕들을 거쳐 예수님의 아버지인 요셉에까지 이어지는 족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루가복음에서는 예수님의 아버지인 요셉으로부터 다윗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다시 유다, 야곱, 이사악, 아브라함까지 거슬러 올라간 다음 또다시 노아, 라멕, 에녹, 마침내는 아담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족보를 제시합니다.

 

족보가 두 가지로 제시되고 있는 것에 대해 로마노 과르디니는 저서 《주님》에서 마태오의 것은 법률상 유효한 요셉의 족보이고, 루가의 것은 혈통의 족보, 곧 마리아의 족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족보를 보면서 특이한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다윗의 할머니 룻을 보면 율법에서 엄금하는 이방인의 피가 모압 여인이었던 그녀로부터 다윗의 혈관에 흐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야곱의 아들 유다는 “다말과의 사이에서 베레스와 제라를 낳았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다말은 그의 며느리였습니다. 근친상간의 죄를 범한 것입니다.

 

유다의 가문은 이런 관계에서 태어난 베레스에 의해 이어져가게 됩니다. 또한 살몬은 라합과의 사이에서 보아즈를 낳았습니다. 라합 역시 룻과 마찬가지로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선택받은 이 다윗왕은 “우리야의 아내(바쎄바)와의 사이에서 솔로몬을” 낳았습니다. 그는 자기 수하 장수의 아내인 바쎄바와 정을 통하고는, 우리야를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간통과 살인 교사의 죄를 범한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되셨고, 무죄하신 것 외에는 모든 점에서 우리와 같은 분이셨다고 바오로는 말하고 있습니다(히브 4, 15 참조). 그분은 인간의 모든 일에 관여하셨습니다. 족보에 이어져 내려오는 이름들은 그분이 인간들의 죄를 짊어지시고 인류의 역사 속으로 들어오시어 당신께 주어진 길을 걸으신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에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길에서 한순간도 벗어나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분의 족보를 통해 우리에게 육화의 신비를 드러내 보여주십니다. 그리고 그 육화를 통해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 또한 선물로 주십니다. 예수님의 탄생으로 우리에게 현재의 구속과 과거의 잘못에 대한 보상과 영원한 행복을 가져다줄 날이 밝은 것입니다.

 

 

그분의 겸손한 삶

 

복음에서 토막토막 드러나는 예수님의 유년 시절부터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그때까지의 전 생애는 한마디로 ‛겸손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겸손에는 세 가지 미덕이 특별한 방식으로 수반됩니다. 즉, 가난과 인내와 순종(순명)이 그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을 가진 것 없이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갔습니다.

 

레오나르도 보프는 그의 저서 《해방하는 복음》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난은 스스로 가난한 이들과 하나가 되어 그들과 함께 정의와 우애의 방향에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가난하지 않은 누군가가 가난해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율법에, 요셉과 마리아에게, 특히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며 살아가셨습니다. 그분의 첫 번째 피흘리심인 할례에서부터 성전에 봉헌되시고 정의로운 이들과 아버지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봉헌 제물이 되실 때까지 율법에 순종(순명)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율법에 순종하신 것은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속량하기 위함(갈라 4, 5)”이며 “피조물 자신도 부패의 종살이로부터 하느님 자녀들의 영광과 자유를 위한 해방되기(로마 8, 21)” 위함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여 십자가의 수난을 인내하셨습니다.

 

겸손은 ‛그 나름의 가치’를 지닌 게 아니라 그 자체로서 소중합니다. 그리스도교적 겸손은 인간이 피조물임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이렇게 할 때 모든 피조물에 겸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겸손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겸손 안에서 굳건해집니다. 예수님은 온 생애에 걸쳐 이러한 겸손과 사랑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그분의 드높은 권능

 

예수님의 공생활은 요르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면서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는 항상 행동하신 다음에 가르치셨습니다(사도 1, 1참조). 그분은 우리에게 완전한 본보기를 보여주시기 위하여 모든 미덕의 원천인 첫 번째 성사를 세례자 요한에게 받으시길 원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받기 위하여 강물에 잠긴 것처럼 우리도 그분 안에서 정화된 다음에 “요르단 강둑에서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성부를, 육신을 보고 성자를, 비둘기를 보고 성령을” 알아봄으로써 그분의 드높은 권능을 느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시고, 물을 포도주로 바꾸시고,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 물고기로 오천 명을 먹이시고, 물 위를 걸으셨으며, 파도를 잔잔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악마들을 몰아내시고, 온갖 병자들을 다 고쳐주셨고, 눈먼 이를 보게 하시고, 귀먹은 이를 듣게 하셨습니다. 백인대장의 간청(한 말씀만 하시면 나을 줄로 압니다), 하혈로 고생하는 여자의 믿음 등 복음의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권능에 찬 기적과 가르침을 마주하게 되게 됩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권능은 ‛거룩한 변모 사건’을 통하여 더욱더 확고히 됩니다.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난 것은 율법과 예언서가 예수님을 증거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성부와 성령도 목소리와 구름으로 나타나셔서 예수님을 증거하십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로 인하여 우리는 그분의 권능에 찬 모습에서 평화와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충만하신 사랑

 

우리는 착한 목자의 비유를 통해 사랑 깊은 예수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착한 목자는 양들에 대한 근심 어린 관심과 깊은 사랑, 큰 자비를 보여줍니다. 예수님 또한 마찬가지이십니다. 예수님은 많은 밤을 기도로 지새우시고, 회개하는 이들을 자비로이 맞이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예로 마태오와 자캐오, 그리고 그분의 발밑에 엎드린 죄 많은 여자와 간통하다 잡혀 온 여자를 들 수 있습니다.

 

감미롭고 지고한 사랑을 쏟아부으시기 위해 온갖 자비의 원천이신 예수님께서는 죄 많은 우리를 위해 슬퍼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라자로 때문에, 그다음에는 예루살렘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십자가 위에서, 그분은 우셨으며 그때 그분의 사랑 깊은 두 눈에서는 모든 죄를 씻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구세주는 한없이 우셨습니다. 라자로의 경우에는 인간의 비참한 나약성을, 예루살렘의 경우에는 인간들의 막무가내로 닫힌 가슴을, 마지막으로는 완고하고 타락한 악의를 한탄하면서 우셨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사랑은 최후의 만찬에 이르러 그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 잔칫상에서 성체성사를 세우시어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우리에게 내어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이 잔치 때에 초라한 제자들과 배반자 유다와 함께 같은 식탁에 앉아 같은 음식을 나누어주셨으며, 바로 이때 예수님의 다정한 사랑은 놀랍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영광의 임금이신 그리스도께서 수건을 허리에 두르시고 몸을 굽혀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고 당신을 팔아넘길 자의 발까지 씻기실 때 보여주신 그 사랑과 겸손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신 그분은(요한 13,1 참조) 특히 베드로에게 굳은 믿음을 가지라고 경고하시고 요한에게 당신의 거룩한 가슴에 기대도록 하시면서 온유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시는 말씀으로 그들의 덕을 확고하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인간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당신의 강렬한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복음의 곳곳에서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불가사의한 일들을 보게 됩니다. 이 모든 일이 얼마나 경이롭고 기쁨이 가득 찬 것인지는 주님의 장엄한 잔치에 초대받고 그 초대에 기쁘게 응답하며 달려가는 이들에게만 드러날 것입니다.

 

[성모기사, 2018년 7월호, 한규희 보나벤투라(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신부, 관구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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