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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사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7-28 조회수7,521 추천수0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사울

 

 

젊은이 하나가 잃어버린 나귀들을 찾으러 길을 나섭니다. 아무리 해도 갈피를 잡지 못하자 그는 하느님의 도움을 청하러 예언자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그는 거기서 하느님의 새로운 안배를 만납니다. 이제 그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생각도 못 해본 전혀 새로운 길을 나서게 됩니다. 평범한 젊은이가 하느님의 선택으로 임금이 되어 이스라엘을 다른 민족으로부터 구하는 일을 맡게 된 것입니다. 그가 바로 사울(요청, 간구)입니다.

 

그가 임금이라는 중책을 맡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 12지파 중 가장 작은 벤야민 지파 출신이고, 그의 가문은 그 지파에서 가장 보잘것없었기 때문입니다(1사무 9,21). 주님은 이런 사람을 이미 불러 쓰신 적이 있습니다. 바로 기드온입니다. 그러고 보니, 기드온도 작은 집안 출신(판관 6,15)이었지만 임금이 되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스라엘을 다스릴 분은 오직 주님’(판관 8,23)이시라며 거부했습니다. 사울은 기드온처럼 사람들이 뽑거나 요청한 것이 아닙니다. 그를 임금으로 뽑은 분은 주님이십니다.

 

사울이 임금이 되는 과정은 세 번에 걸쳐 이루어집니다. 그 첫 장면은 사무엘과의 만남입니다(1사무 9,1-10,16). 나귀를 찾기 위해 찾아온 사울에게 사무엘은 비밀리에 기름을 부어 임금으로 세웁니다(9,26-10,1). 여기에는 주님의 직접적인 개입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만나기 전에 주님은 사무엘에게 이를 예고하시고, 사울이 도착하자 주님은 ‘이 사람이 내 백성을 다스릴 것이다.’(9,17)는 말씀을 주십니다. 그리고 아직 어리둥절한 사울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그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예고되고, 그는 그 말씀대로 ‘주님의 영’에 사로잡혀 예언자들의 무리와 함께 예언(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을 합니다(10,10). 그러나 그는 아직 자신이 없었나 봅니다. 입을 다물고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갔으니 말입니다.

 

두 번째 장면(10,17-27)은 백성들이 임금을 요구하는 1사무 8장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사무엘은 미츠파로 백성을 불러 모으고 각 지파의 대표들을 나오게 합니다. 그리고 제비(주님의 뜻을 묻는 행위)를 뽑습니다. 벤야민 지파가 나옵니다. 다시 가문(씨족)별로 뽑고, 또 인물별로 합니다. 마침내 사울만이 남습니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피해 몸을 숨겼지만, 주님은 그를 일으켜 세우십니다. 다른 누구보다 어깨 하나만큼이 더 큰 그의 인물을 보고 사람들이 환호합니다(24-25절). 그러나 아직 그의 자리가 확고한 것은 아닙니다. 몇몇 용사들이 그를 따르지만, 그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26-27절).

 

사울이 ‘하느님의 영’에 사로잡혀(11,6) 이스라엘을 괴롭히는 이들을 물리치고 나서야 모두가 그를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확인합니다. 그제야 “온 백성은 길갈로 가 주님 앞에서 사울을 임금으로”(11,15) 세웁니다.

 

임금이 된 사울은 재위 초기 주님의 말씀에 충실하며, 자신의 아들 요나탄과 함께 주변의 이민족들을 물리침으로써 본래 임금의 사명(백성을 보호하고 번성케 하며 주님께 충실하도록 이끄는 것)을 수행하며 확고하게 자리 잡습니다. 그의 충실함을 잘 보여주는 일화(14,24-46)가 있습니다. 필리스티아인들과 전투를 하는데, 사울은 병사들에게 원수들을 완전히 물리치기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겠다는 맹세를 시킵니다. 그런데 이를 듣지 못한 요나탄이 막대 하나를 내밀어 꿀을 찍어 먹고 맙니다. 전투를 계속할까 주님의 뜻을 묻는데 답이 없습니다. 결국 승기를 다 잡은 전투가 중단됩니다. 알아보니 이런 요나탄 때문입니다. 사울은 맹세대로 요나탄의 목숨을 빼앗으려 합니다. 군사들의 간청이 없었다면, 우리는 후일의 다윗과 요나탄의 뜨거운 우정의 이야기(1사무 18,1-4; 19,1-7; 20,1-42; 2사무 1,17-27)를 듣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울은 임금으로 자리가 확고해지자 주님의 뜻이 아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점차로 몰락해갑니다. 그 첫 장면은 필리스티아인들과의 전투를 앞둔 상황이었습니다(13,1-14). 자신을 기다리라는 사무엘의 말을 듣지 않고 사울은 직접 주님께 제물을 바칩니다. 결국 사무엘로부터 ‘왕국이 굳건히 서지 않을 것이다. 주님은 다른 이를 선택하실 것이다.’(13,13-14)라는 선언을 듣게 됩니다. 그가 ‘하느님께서 명령하신 것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탈은 아말렉과의 전투(15장)에서 다시 벌어집니다. ‘모든 것을 없애버리라.’는 말씀을 따르지 않고 아각 임금을 살려주고 ‘제물’이라는 명목으로 전리품을 챙깁니다. 이를 알게 된 사무엘이 말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번제물이나 희생 제물 바치는 것을 주님께서 더 좋아하실 것 같습니까? 진정 말씀을 듣는 것이 제사드리는 것보다 낫고 말씀을 명심하는 것이 숫양의 굳기름보다 낫습니다.”(15,22) 사울은 이제 주님으로부터 배척되고 새로운 인물이 선택을 받게 될 것입니다. 사울은 점차로 힘과 인기를 잃습니다. 이제 새로운 인물 다윗에게 모든 시선이 옮겨갑니다.

 

사울은 전사(戰士)였습니다. 죽음도 전쟁터에서 맞습니다(1사무 31장). 화살을 맞아 큰 부상을 입은 그는 적들에게 잡혀 수치를 당하는 것보다 장렬하게 죽기를 선택합니다. 그는 자신의 칼 위에 엎어져 죽었습니다. 일단의 사람들이 용감하게 나서서 그의 장례를 치러주고 그를 위해 단식을 했다는 말은 그가 용사(勇士)로서 얼마나 존경받았는지를 말해줍니다.

 

주님은 당신이 선택한 이에게 용기와 힘을 주지만, 그의 자유를 존중해주십니다.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끊임없이 주님을 선택하는 것,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주님의 뜻을 이루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진정 참된 ‘임금’의 모습을 갖추는 길입니다. 그것이 주님의 선택의 의미입니다. 사울은 주님의 선택을 받았지만, 자신의 의지를 따르다가 결국 사라져갔습니다. 우리도 자주 돌아보아야 합니다. 지금 ‘나의 선택은 주님의 뜻을 따르는 길인가?’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2018년 7월 29일 연중 제17주일 의정부주보 5-6면,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선교사목국 성서사목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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