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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의 세계: 원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8-25 조회수9,484 추천수0

[성경의 세계] 원로

 

 

원로(元老)란 어떤 일에 오래 종사해 경험과 연륜이 쌓인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느 사회나 이런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히브리말 구약성경은 자겐(zagen)이라 했고 희랍어로 쓰인 신약성경은 프레스비테로스(presbyteros)라 했다. 자겐은 직역하면 노인이다. 노인의 흰 턱수염이 자간(zagen)인데 어원이 같다. 프레스비테로스는 연장자를 뜻한다. 손 윗분이란 의미다. 고대사회는 나이든 남자를 관습상 존중히 여겼다. 경험 때문이었다. 그들의 지식이 현대의 컴퓨터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집트 탈출 전부터 히브리 공동체엔 원로들이 있었다. 백성을 도우며 대변자 역할을 했던 이들이다. 지파마다 영향력 있는 노인을 원로로 모셨던 것이다(탈출 4,29). 이들은 마을 재판관이었고(신명 22,18) 공동 지도자들이었다. 젊은 날의 모세는 사람을 죽이고 미디안으로 피신한다(탈출 2,15). 모든 걸 접고 그곳 여인 치포라와 혼인해 평범하게 살다 죽으려 했다. 하지만 주님께선 그를 불러내신 뒤 이집트 탈출을 준비시킨다. 그때의 첫 명령이 원로들을 모아놓고 당신 말씀을 전하라는 것이었다(탈출 3,16).

 

이후 모세는 시나이 광야에 머물면서 계약체결을 준비한다. 공적 행보의 첫걸음은 원로들을 소집해 주님 말씀을 알리는 것이었다(탈출 19,7). 시나이산에서 계약이 맺어질 때도 원로들은 모세를 떠나지 않았다(탈출 24,1). 왕정시대엔 역할이 미진했지만 포로생활을 거치면서 되살아난다. 유대인은 바빌론에서도 회당 중심으로 종교생활을 했다. 자연스레 원로들이 주축이 되어 이끌었다. 포로지에서 돌아왔을 때 이들은 확실한 민중의 지도자들이었다(에즈 5,8). 신약시대에도 유대인 원로는 대부분 최고의회(산헤드린)에 속했고(사도 4,5). 율법학자와 대등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예수님과 사도들에겐 매우 적대적이었다.

 

초대교회도 원로가 있었고 예루살렘 교회는 특수 신분으로 대했다(사도 15,2). 바오로 사도는 개척교회마다 원로를 임명했고(사도 14,23) 영성생활을 지도하게 했다(1티모 5,17). 물론 유대공동체 원로와는 차원이 달랐다. 완벽한 봉사자였고 사도들과 후계자 주교들에게 철저히 순종했다. 교회가 이방인 지역으로 퍼져나가자 주교의 사목 업무는 방대해졌다. 협력자가 절실했고 이 자리를 원로들이 채워나갔다. 오늘날의 사제직분이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2세기부터 초대교회엔 주교와 사제(신부) 부제로 형성된 세 직분이 상존하게 된다.

 

[2018년 8월 26일 연중 제21주일 가톨릭마산 8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신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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