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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솔로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9-09 조회수10,032 추천수0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솔로몬

 

 

아라비안 나이트에 ‘어부와 단지에서 나온 마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거대한 마인을 작은 단지 안에 가둔 이는 누구였을까요? 그는 바로 ‘지혜로운 이’하면 곧장 떠오르는 인물, ‘솔로몬’(‘평화’와 관련된 이름, 1역대 22,9)입니다.

 

열왕기와 역대기, 다른 시대에 다른 관점으로 쓰인 이 두 역사서 모두 솔로몬이 기브온에서 하느님께 지혜를 얻는 장면을 전하고 있습니다(1열왕 3,5-14; 2역대 1,7-12).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주님이 묻습니다. 솔로몬은 대답합니다. “저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1열왕 3,9) “이제 저에게 지혜와 지식을 주시어, 이 백성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2역대 1,10) 표현은 조금 다르지만, 결국 솔로몬이 청한 것은 백성을 위한 지혜입니다. 하느님은 기꺼이 그에게 ‘지혜’(‘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 1열왕 3,12; ‘지혜와 지식’ 2역대 1,12)를 주십니다. 그 뒤에 따라오는 이야기들, 성전의 건축과 기물들의 준비, 무역과 거래를 통한 부의 축적, 그가 누린 영화, 강력한 군대의 소유, 여러 건축 활동들, 스바 여왕의 방문 등은 모두 그가 모든 면에서 지혜로운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것들입니다. ‘솔로몬의 판결’이라고 부르는 저 유명한 ‘두 여인과 아기 사건’(1열왕 3,16-18 서로 아기가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여인들 중 진짜 어머니를 찾아낸 사건)도 그의 놀라운 지혜를 대변하는 사건 중 하나입니다.

 

솔로몬의 이야기는 다윗의 마지막 때와 관련되어 시작됩니다(1열왕 1,1-2,12; 2역대 28,5-6.9-10.20-21; 29,1.21-25). 역대기는 성전을 지은 솔로몬의 위대함을 말하기 위해 다윗의 입에 ‘내 아들 솔로몬’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실어주고 있고, 솔로몬이 왕위를 계승하는 과정이 아무런 반대 없이 순탄했다고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도 그를 ‘높여주셨다.’(1역대 29,25; 2역대 1,1)고 합니다. 그러나 열왕기는 다른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열왕기에 따르면, 다윗이 늙고 힘을 잃자, 아도니야라는 아들이 임금 행세를 합니다(1열왕 1,5-10). 형 압살롬이 죽었기에 그가 다윗의 아들들 중 첫째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장군 요압과 사제 에브야타르가 그를 지지했습니다. 그가 다른 왕자들과 신하들을 데리고 성 밖으로 가서 임금처럼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고 음식을 나누는 잔치를 벌입니다. 그때를 틈타 예언자 나탄과 솔로몬의 어머니 밧 세바가 다윗을 찾아갑니다(1열왕 1,11-27). 밧 세바는 다윗에게 가서, ‘솔로몬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왜 아도니야가 임금이 되었느냐?’ 묻습니다. 그리고 사전에 계획한 대로 나탄이 우연을 가장해 들어가서는 같은 말을 합니다. 이에 다윗은 사제 차독과 예언자 나탄, 장수 브나야를 불러 솔로몬을 임금으로 세우게 합니다. 그러자 백성들의 환호성 소리가 땅을 흔들며 울려 퍼집니다. 이에 놀란 아도니야의 지지자들은 도망치고 아도니야는 솔로몬 앞에 머리를 조아려 목숨을 건집니다(1,28-53). 나탄과 밧 세바의 주도로 일어난 쿠데타는 성공하고 솔로몬은 다윗이 죽은 후에 임금으로 즉위했습니다.

 

다윗이 죽고 나자, 비록 다윗이 그런 유언을 남겼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솔로몬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이들을 숙청합니다(2,13-46). 먼저 왕자 아도니야가 살해되고, 에브야타르 사제는 그 직분에서 쫓겨납니다. 요압은 ‘주님의 천막’으로 도망치지만 결국 그도 죽임을 당합니다. 그들의 자리는 솔로몬을 임금에 앉힌 차독과 브나야가 차지합니다. 또한 사울 집안의 시므이도 목숨을 잃습니다. 이로써 솔로몬은 자신의 왕권을 확고하게 만듭니다.

 

역대기는 전하지 않지만, 솔로몬은 끝까지 주님께 ‘한결같지 못했습니다.’(1열왕 11,4) 이미 1열왕 3,3(‘솔로몬도 여러 산당에서 제사를 드리고 향을 피웠다.’)에서 예견된 것처럼, 그는 모든 것이 안정되고 체제가 갖추어지자 빗나가기 시작했습니다. 1열왕 11장은 ‘솔로몬이 하느님에게서 돌아서다.’(11,1-13)라는 소제목으로 이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가 이민족들로부터 맞아들인 아내들의 우상들(시돈인들의 신 아스타롯, 암몬인들의 밀콤, 모압의 우상 크모스, 암몬인들의 우상 몰록)에 빠져든 것입니다. 결국 주님의 분노가 떨어집니다. 그의 생전에 하닷과 르존이 ‘적대자’[사탄]로 등장하고(11,14-25), 예로보암이라는 국가 건축 감독(11,28)에게 ‘유다 지파를 제외한 다른 이스라엘의 지파들을 다스리는 자가 될 것’이라는 예언이 주어집니다(11,26-40). 솔로몬이 죽은 후 결국 나라는 솔로몬의 아들 르하브암이 다스리는 남 유다와 예로보암을 임금으로 하는 북 이스라엘 둘로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솔로몬에게 두 번이나 나타나셨다(1열왕 3,5; 9,2; 2역대 2,7; 7,12)고 합니다. 첫 번째 발현에서는 그에게 지혜를 주시고, 두 번째는 그 왕좌가 이어질 것이라는 약속을 주십니다. 그런데 두 번째 약속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길을 걸으라.’(1열왕 3,14; 2역대 7,17)는 것입니다. 이는 다윗의 유언에도 등장하는 말입니다(1열왕 2,3). 그러나 솔로몬은 끝까지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에게 주어진 첫 약속 지혜는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잠언이 솔로몬의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잠언 1,1).

 

우리는 약해졌을 때 주님을 찾습니다. 그리고 철석같이 약속을 합니다. ‘저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면 제가 진정 당신만을 따르고 섬기겠습니다.’ 그러다가도 언제 그랬냐며 다른 길을 걸어갑니다.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여전한 것은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있든 주님의 사랑은 변함없이 언제나 한결같기 때문입니다.

 

“네가 만일 나의 종 다윗이 한 것처럼 내가 명령하는 바를 모두 귀담아듣고, 나의 길을 걸으며 내 눈에 드는 옳은 일을 하고 내 규정과 계명을 지키면,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1열왕 11,38)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2018년 9월 9일 연중 제23주일 의정부주보 5-6면,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선교사목국 성서사목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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