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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예수님 이야기80: 고별 담화 2(루카 22,31-38)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9-16 조회수8,967 추천수0

[이창훈 위원의 예수님 이야기 - 루카복음 중심으로] (80) 고별 담화 2(루카 22,31-38)


시련 겪을 제자에게 힘을 불어넣은 스승

 

 

- 베드로회개성당에 있는 동상.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하는 모습이다.

 

 

예수님께서는 시몬 베드로에게 당신을 부인할 것이라고 예고하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때가 되었음을 말씀하시면서 준비를 단단히 할 것을 당부하십니다.

 

 

베드로의 부인 예고(22,31-34)

 

베드로가 당신을 부인할 것이라고 예고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시몬아, 시몬아! 보라, 사탄이 너희를 밀처럼 체질하겠다고 나섰다”(22,31)로 시작합니다. “시몬아, 시몬아!” 하고 이름을 두 번이나 부른다는 것은 상황이 심상찮음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그다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사탄이 너를…”이라고 하시지 않고 “너희를”이라고 하십니다. 말하자면 사탄의 체질 곧 사탄의 심한 유혹을 받을 사람이 시몬만이 아님을 말씀하신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씀은 다시 시몬에게만 해당합니다. “그러나 나는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그러니 네가 돌아오거든 네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 주어라.”(22,32)

 

예수님의 이 말씀을 통해 사탄이 시몬을 비롯한 제자들에게 체질하듯이 시련을 안겨주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뒤흔들어놓는 것과 관련됩니다.

 

시몬에게 하시는 예수님 말씀이 ‘시몬(너)’에서 ‘너희(제자들)’로, 그리고 다시 ‘너’로 바뀐 것을 두고 성경학자들은 초세기 그리스도 신자들이 박해받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루카 복음사가가 ‘너희’라는 표현을 넣었다고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유다가 당신을 배반할 것임을 알고 계신 예수님이시기에 ‘시몬아’ 하고 부르셨지만 시몬만이 아니라 다른 제자들도 사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고 경계하시는 말씀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돌아오면 형제들에게 힘이 되라’고 하신 말씀에는 시몬 베드로에 대한 예수님의 각별함이 묻어남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에 시몬 베드로는 으뜸 제자답게 “저는 주님과 함께라면 감옥에 갈 준비도 되어 있고 죽을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하고 부인합니다.(22,33) 하지만 베드로의 강력한 부인에도 예수님께서는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22,34)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당신을 부인할 것을 아시면서도 형제들에게 힘이 되어주라고 말씀하신다. 사진은 예루살렘 시온산의 베드로회개성당 전경.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22,35-38)

 

예수님께서는 이제 제자들 전체를 향해 물으십니다. “내가 너희를 돈주머니도 여행보따리도 신발도 없이 보냈을 때, 너희에게 부족한 것이 있었느냐?”(22,35) 예수님의 이 물음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으로 가실 때에 당신이 가시려는 고을과 고장에 일흔두 제자를 둘씩 먼저 파견하셨을 때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과 관련됩니다.(루카 10,1-12 참조) 

 

제자들이 그 당시에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이르십니다. “이제는 돈주머니가 있는 사람은 그것을 챙기고 여행보따리도 그렇게 하여라. 그리고 칼이 없는 이는 겉옷을 팔아서 칼을 사라.”(22,36) 일흔두 제자를 파견하셨을 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이제는 겉옷을 팔아서라도 칼을 사라고 당부하십니다. 겉옷은 사막, 광야 지역에서는 필수품입니다. 낮에는 덥지만 밤에는 겉옷을 두르지 않으면 잘 수가 없을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겉옷마저 팔아서 칼을 준비하라는 것은 칼로써 결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상황이 위중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예수님 말씀이 이런 해석을 빗나가게 합니다. ‘그는 무법자들 가운데 하나로 헤아려졌다’는 성경 말씀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칼을 준비하라’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이십니다. “과연 나에게 관하여 기록된 일이 이루어지려고 한다.”(22,37)

 

‘그는 무법자 가운데 하나로 헤아려졌다’는 구약성경 이사야 예언서 53장 12절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이사야서에 나오는 ‘주님의 고통받는 종’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닥쳐오는 고난을 잠자코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버리고 많은 이들의 죄를 지고 갔을 뿐 아니라 무법자들을 위해 빌기까지 했습니다.(이사 53장 참조) 

 

따라서 칼을 준비하라는 것은 진짜 칼을 가지고 결전에 대비하라는 말씀은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이는 예수님 그다음 말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자들이 칼 두 자루가 있다고 하자 예수님께서는 “그것이면 넉넉하다” 하고 말씀하신 것입니다.(22,38) 무력을 상징하는 ‘칼’에 대해서 더는 언급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겉옷을 팔아서라도 준비해야 하는 칼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생각해 봅시다

 

루카 복음사가가 복음서를 썼을 때 그리스도 신자들은 이미 네로 황제(재위 54~68)의 박해를 겪은 후였고, 간헐적으로 박해가 잇따르는 힘든 시기를 살고 있었습니다. 

 

1. 이렇게 영적으로 힘든 투쟁을 해야 하는 시기를 살아가던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의 다음 말씀은 위로와 힘이 됐을 것입니다. ‘사탄이 너희를 체질하려고 나섰다. 그러나 너를 위해 기도하였으니 돌아오면 형제들에게 힘이 되어 다오.’ 우리에게 힘이 되어 주는 예수님 말씀은 어떤 말씀인지요?

 

2.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칼이 필요하듯이 영적인 싸움에서 이기려면 강력한 무기가 필요합니다. 칼은 영적인 무기, 그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무기를 뜻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의 우리에게 그 무기는 무엇일까요?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9월 16일, 이창훈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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