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성경] 잠언 Q. 잠언은 어떤 책입니까? · 잠언은 성경의 지혜 전승 모음집으로 이스라엘이 오랜 역사 속에서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를 압축된 말과 짧은 문장의 형태로 제시합니다. 모두 아홉 개의 잠언집으로 이루어졌으며, 도입부의 가르침을 비롯하여 솔로몬과 여러 현인의 금언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① 여러 가르침(잠언 전체의 도입부) 1-9장 ② 솔로몬의 첫째 잠언집 10,1-22,16 ③ 현인들이 첫째 잠언집 22,17-24,22 ④ 현인들의 둘째 잠언집 24,23-34 ⑤ 솔로몬의 둘째 잠언집 25-29장 ⑥ 아구르의 잠언 30,1-14 ⑦ 수 잠언 30,15-33 ⑧ 르무엘의 잠언 31,1-9 ⑨ 훌륭한 아내의 찬가 31,10-31 Q. 솔로몬 말고도 다른 여러 현인의 잠언집들도 수록되어 있는데, 이 책 전체에 대해서 왜 “솔로몬의 잠언”(1,1)이라는 표제가 붙었을까요? 잠언 전체가 정말 솔로몬의 작품인가요? · 잠언 전체의 저자가 솔로몬이 아니라는 점은 이 책을 구성하는 아홉 개의 금언집이 다양한 현인들에게서 유래한다는 사실로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책 첫머리의 “이스라엘의 임금 다윗의 아들 솔로몬의 잠언”이라는 표기는 솔로몬이 이스라엘에서 지혜 전승의 아이콘이었다는 데에 근거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지혜의 선물을 받았던 솔로몬은 당대에 세계에서, 그리고 이스라엘 역사를 통틀어 ‘넘사벽’ 지혜의 소유자였습니다(1열왕 3,12; 5,9-14; 2역대 1,11-12; 9,22-23). · 삶의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잠언의 가르침은 여러 시대와 장소에서 유래합니다. 부족 동맹 시대부터 구전된 조상들의 지혜가 있는가 하면, 이스라엘보다 발달했던 국가들에서 행정 · 문화 시스템의 근간이 되었던 지혜도 있습니다. 이 다양한 출처의 지혜를 최초로 수집하여 편찬한 이가 바로 솔로몬이었고, 그의 국가 비전에 따라 전통 지혜의 토대 위에서 국제적인 지혜가 이스라엘화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2세기 후인 히즈키야 시대에 수집 · 편찬 작업은 다시 한번 광범위하게 이루어집니다. 국가의 멸망과 바빌론 유배라는 고통의 체험을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면서 이스라엘은 기존의 잠언집을 증보하게 되는데, 이때 지혜의 신학화가 뚜렷해집니다. 유배를 겪은 이스라엘에게서는 지혜의 시작과 주님을 경외함이, 거룩하신 분을 아는 것과 예지가 동일시됩니다(9,10). 또한 지혜가 인간을 찾아 나서고 인간에게 자신을 알리는 모습으로 제시됨으로써, 즉 의인화를 통해 계시의 성격을 띠게 됩니다(1-9). Q. 올바른 인생살이에 관한 고대 현인들의 가르침을 전하는 잠언보다 현대인의 감각에 맞는 자기 계발서 한 권을 읽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 ‘자기 계발’은 인간을 변화와 성장으로 초대하는 긍정적인 개념임에도 때로는 굴절되어 자신에 대한 폭력과 사회의 변화에 대한 체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자기 계발서의 출발점이 자신을 믿는 데에 있고, 또 여기에는 한계상황을 자기 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잠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조적인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차단되고, 사회 변화를 위한 연대 의식이 질식될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지혜로운 삶을 위한 성경의 금언집 ‘잠언’은 현대의 자기 계발서와는 다른 출발점에서 삶을 풀어 가도록 권고합니다. 인생을 잘 살아내기 위하여 잠언은 지헤를 얻으라 하는데, 이 지혜의 시작이 바로 하느님을 경외하는 데 있다고 합니다. 잠언의 권들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의인에게 따르는 복과 악인이 받는 벌을 강조하는 응보의 논리입니다. 이 응보 논리는, 잠언 전승이 경험을 통해 일반화된 지식으로부터 싹텄다는 데에 기인합니다. 인간과 세상을 관찰하면서 이스라엘은 그 안에서 일관되게 작용하는 원칙이 있음을 발견하였고, 그렇게 하여 하느님의 창조질서에도 눈을 떴습니다. 또 나아가 자연계의 원리가 되는 창조질서와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윤리적 질서가 분리되지 않았다는 점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곧 하느님께서 세상을 다스리시고 피조물을 돌보시는 원리인 ‘의로움’으로 인간 사회 역시 유지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공동선의 가치를 응보의 논리에 따라 가르치는 잠언의 지혜에는 사실 의로운 사회 건설의 염원은 창조주 하느님의 뜻과 통하였기에, 이스라엘에게 지혜는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 말고 다른 것을 의미할 수 없었습니다. [외침, 2018년 10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제1대리구 복음화2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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