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규 신부의 성경풀이] 성전과 회당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 중 하나는 왕권의 시작입니다.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판관들이 백성들을 이끌었던 이스라엘 백성은 왕을 세워달라고 요구합니다. 이렇게 처음 왕으로 선택받는 이는 사울입니다. 사울 이후 왕위를 잇는 것은 다윗과 솔로몬입니다. 다윗은 왕이 된 후 여부스 족을 점령하고 수도를 헤브론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계약의 궤를 옮깁니다.(2사무 5-6 참조) 예루살렘은 다윗 이후 줄곧 이스라엘 백성의 정치적 종교적 중심지가 됩니다. 다윗은 시온(산)에 왕궁을 건립하고 그 자리에 솔로몬 왕은 하느님의 집인 성전을 세웁니다. 성전 건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1열왕 6-7장과 2역대 3-4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성경은 솔로몬 왕이 성전을 건축하기 시작한 때가 통치 4년째 되는 해라고 말하고(1열왕 6,1), 이 성전은 기원전 957년 즈음 완성된 것으로 봅니다. 성전은 제사를 바치는 제단과 함께 앞쪽 공간에는 성소가 있고 건물의 안쪽에는 지성소가 있었으며 이곳에 계약의 궤를 모십니다.(1열왕 8장) 성소에는 사제들만 출입할 수 있었고 지성소에는 속죄의 날에 대사제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성경은 성전의 특징을 성소 앞에 세운 두 개의 큰 기둥, 곧 야킨(견고함)과 보아즈(강함)로 소개합니다. 기원전 587년 바빌론에 의해 솔로몬 성전은 파괴됩니다. 유배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은 파괴된 성전을 재건하는데(기원전 520~515년경) 이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즈루빠벨의 이름을 빌어 즈루빠벨 성전 또는 둘째 성전이라 부릅니다. 이 성전은 예수님 시대에 헤로데에 의해 개축되어 훨씬 크고 웅장한 건물로 탈바꿈하지만 결국 기원후 70년에 로마에 의해 파괴됩니다. 성전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들은 성전을 하느님의 지상 거처로 여겼고 하느님 현존의 장소이자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로 생각했습니다. 또한 성전은 속죄하고 화해하는 제사를 봉헌하는 곳이었고 사람들에게 기도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의 활동 역시 성전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예루살렘에는 통곡의 벽이 있습니다. 이곳은 유다인들이 성전을 수호하지 못한 아픈 과거를 기억하며 속죄하고 기도하는 곳으로 옛 성전에서 지성소와 가까운 남서쪽 벽에 있습니다. 성전과 함께 이스라엘 백성에게 중요한 장소는 회당입니다. 회당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회당은 유배 시기에 시작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사를 바칠 수 없던 유다인들은 회당에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뜻을 되새기며 율법을 배웁니다. 회당은 성전이 파괴된 이후 성전의 기능을 대체하는 종교 활동의 중심지가 됩니다. 지금도 유다인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마다 회당을 건립하고 그곳에서 종교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8년 10월 21일 연중 제29주일(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 전교 주일) 서울주보 4면, 허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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