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규 신부의 성경풀이] 종교 그룹들 지금도 교회에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단체들과 신심 단체들이 있습니다. 조금씩 다른 활동을 통해 신앙을 도모하고 생활화하는 모습입니다. 현재의 현상과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유다인들에게도 비슷한 모습이 있었습니다. 유다교 안의 다양한 그룹들입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지향과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신앙을 표현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그룹은 바리사이입니다. ‘구별된 사람’을 의미하는 이 용어는 신약성경에서 90번 정도 언급되며 예수님과 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목적은 다른 이들과 구분되는 진정한 이스라엘, 곧 참된 하느님의 백성이 되는 것입니다. 기원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바빌론 유배 이후 회당에서의 종교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바리사이 운동’이 전개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들은 철저하게 율법과 정결례를 지켰으며 이것을 통해 거룩하게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처음에는 율법학자들을 중심으로 이 운동이 전개되었고 여기에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엄밀한 가입 과정을 거쳐 일 년간의 시험 과정과 맹세를 해야 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활발하게 활동했던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 사람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지만 배타적인 공동체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리사이와 함께 신약성경에서 찾을 수 있는 다른 그룹은 사두가이입니다. ‘의롭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두가이의 이름은 솔로몬 시대의 대사제 ‘사독’에서 기원을 찾습니다.(2사무 8,17 참조) 사두가이는 사제들과 레위인들로 구성된 그룹이었고 성전을 중심으로 율법보다는 제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사두가이의 구성원은 신분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결속력이 강하고 조직화된 공동체이지만 보수적인 경향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두가이는 성전의 제사와 제의를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성전이 파괴된 이후 더 이상 활동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신약성경에서 찾을 수 있는 다른 그룹은 열혈당원(젤롯)으로 ‘열정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자주 언급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수님의 제자 중에 “열혈당원이라 불리는 시몬”이 있었습니다.(루카 6,15 참조) 이들의 기원 역시 명확하지는 않지만 로마의 지배를 받던 1세기 팔레스티나에 불었던 혁명적인 운동을 대표하는 사람들로 전해집니다. 이들의 활동은 6년 즈음에 있었던 로마의 조세 정책에 반대한 저항운동에서 잘 드러납니다. 열혈당원은 행동을 통해 유다인들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이들로 유다전쟁(66~73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성전이 파괴될 때에도 끝까지 로마에 대항해서 죽음을 맞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수님 역시 일부의 사람들에게 열혈당원의 모습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그만큼 예수님의 가르침과 활동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생각을 뛰어넘는 것이고, 사회의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모습은 충분히 혁명적이기 때문입니다. [2018년 12월 16일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서울주보 4면, 허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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