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사목교서 ‘성서의 해Ⅰ’] 정경 배열에 담긴 신앙 우리 성경책의 목차는 단순하게 성경에 담긴 책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이는 우리 성경의 목록과 유다교 성경의 목록을 비교하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우리의 성경과 유다 성경의 차이가 보이시나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만, 가장 큰 차이는 유다 성경은 세 부분으로, 우리 성경은 네 부분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유다 성경의 전기 예언서는 우리의 역사서를, 후기 예언서는 예언자들의 활동과 선포를 담은 우리의 예언서를 지칭합니다. 또한 성문서는 우리의 시서와 지혜서 부분과 우리가 역사서로 분류하는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 그리고 역대기를 포함합니다. 가톨릭 성경은 유다 성경과 다르게 예언서 부분을 따로 분류하였습니다. 아울러 그 위치도 구약 성경에서 가장 마지막에 위치시켰습니다. 이는 우리의 신앙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유다인은, 예수님이 오시기로 예고된 그 메시아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르지요. 바로 예수님이 기다렸던 메시아라는 사실을 믿고 고백합니다. 그 메시아의 탄생과 행적,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생애를 가장 많이 언급한 책은 구약의 어느 부분일까요? 바로 예언서입니다. 그러므로 유다 성경은 역대기로 모든 이야기가 끝나지만, 우리의 성경은 그렇지 않습니다. 구약의 마지막 책인 말라키 예언서가 자연스럽게 메시아의 탄생을 알려주는 마태오 복음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통해서 구약에서 예고되고 예언된 메시아가 바로 예수님이라는 사실이 정경의 배열을 통해서 강조됩니다. 그러므로 구약과 신약은 분리된 책이 아니라 “예고-성취”라는 연속성 안에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수천 년 전부터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서 준비된 것입니다. 이것을 성경의 목차가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시기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한 그 말씀을 읽으면서 주님의 육화를 기다리는 시간을 만들어 봅시다. [2018년 12월 23일 대림 제4주일 인천주보 4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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