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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서의 해: 죄악의 확장(창세 4-11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25 조회수7,923 추천수0

[2019 사목교서 ‘성서의 해Ⅰ’] 죄악의 확장(창세 4-11장)

 

 

첫 인간인 아담과 하와의 범죄 이후, 창세기는 다음 세대인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이야기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동생 아벨의 제물은 기꺼이 굽어보시지만, 형인 카인의 제물은 굽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카인은 화를 냅니다. 그리고 그가 한 번 화를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동생을 죽이는 살인으로 이어집니다.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죄가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단계를 거치면서 행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카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가 한 번 화를 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화는 행동으로 옮겨지고, 그 마지막에는 살인이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당신의 모습대로 만드시고(창세 1,27), 직접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주십니다(창세 2,7). 그러므로 살인은 하느님의 모습에 대한 부정이요, 하느님 생명의 숨을 거두어가는 행위였습니다. 첫 인간인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명령을 거스르는 행위로 죄를 저질렀다면, 그다음 세대에 이르러 하느님과 그분의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죄를 저지릅니다. 카인은 살인으로 인해서 땅에서 쫓겨나는 벌을 받게 됩니다. 세상을 떠돌며 헤매는 신세가 됩니다(창세 4,12).

 

카인의 이야기에 뒤이어, 창세기를 읽으면서 우리에게 재미없고 따분할 수 있는 족보 이야기를 우리는 듣게 됩니다. 비록 재미없게 다가올 수 있지만, 아담으로부터 시작되는 자손의 이름을 나열하며 이제 인류가 점점 늘어나게 되는 과정을 족보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인류가 늘어나는 것에 부합하여 창세기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사람의 마음속 생각과 모든 것이 악하기만 하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창세 6,5). 아담에서 시작된 인류가 늘어나게 되었지만, 늘어난 사람들의 수만큼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졌음을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고 하신 이 세상이 이제는 죄가 가득한 세상이 되었고,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창세 6,6)는 하느님의 탄식을 우리는 듣게 됩니다. 하느님의 계명을 어긴 첫 인간 아담과 하와의 원죄(原罪)는 단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음 세대인 카인에게 전해지면서 죄는 더 잔인해졌고, 이제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악이 세상에 많아지게 됩니다. 세상에 죄악이 점점 늘어나면서 하느님께서는 이제 아담과 하와, 카인에게 그러하셨던 것처럼 개별적으로 그 죄를 물으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전체와 세상의 생명체들을 모두 쓸어버리는 홍수라는 심판을 내리십니다.

 

하지만, 홍수 이후에 새롭게 시작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더 큰 죄를 짓게 됩니다. 이제는 사람들의 눈은 옆에 있는 이웃이 아닌, 하느님께서 계시는 하늘을 향하게 됩니다(창세 11,3).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창조하시고 땅을 가득 채우면서 살아가라고 말씀하셨는데(창세 1,28), 사람들은 바벨탑을 세워 온 땅으로 흩어지기를 거부합니다(창세 11,4). 하느님의 뜻에 정면으로 거부합니다. 계명을 어기고, 살인을 행하고, 죄가 많은 것으로도 부족하여 이제는 하느님께 정면으로 대항합니다. 이에 하느님께서 직접 온 땅으로 흩어버리고 말이 뒤섞이는 심판을 내리십니다(창세 11,8-9).

 

현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창세기의 이야기는 전설 또는 동화 속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처럼 들려옵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말씀이라는 성경이 황당하면서 오늘날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요? 창세기가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것은 우리들의 삶의 자리 깊숙하게 죄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들이 죄이며, 그 죄는 한 번의 죄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힘주어 이야기합니다. 우리도 죄를 지을 때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해 보셨지요? 한 번의 거짓말은 절대로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내가 품은 악한 생각은 타인을 미워하고 궁극에는 하느님을 미워하고 거부하게 만듭니다. 나의 마음속에 생겨난 화나 악한 생각이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거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하느님을 따르고 있나요? 아니면, 하느님을 거스르고 있나요? 우리의 삶의 자리를 돌아봅시다.

 

[2019년 2월 24일 연중 제7주일 인천주보 4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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