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삐 문헌 읽기] 카인과 아벨 창세기는 첫 인류의 낙원 추방에 이어 그 첫 자손들의 형제 살인 이야기를 소개한다. 카인과 아벨이 바친 제물을 두고 하느님께서 “아벨과 그의 제물은 기꺼이 굽어보셨으나, 카인과 그의 제물은 굽어보지”(창세 4,4-5) 않으신 것이 이 비극의 발단이다. 하지만, 단지 하느님께 받은 부당한 대접에서 비롯된 질투 때문에 형이 아우를 죽인 몹시 극단적인 이 상황을 두고, 라삐들은 카인과 아벨의 논쟁, 하느님을 향한 카인의 불평을 부연 설명하여 실마리를 풀어 간다. 다음 이야기는 「타르굼 차명 요나탄」(창세 4,8), 「타르굼 네오피티」(창세 4,16), 「미드라시 창세기 라바」(22,7), 「미드라시 탈출기 라바」(31,17), 「탄후마」(창세 9)에서 간추려 엮었다. “카인이 아우 아벨에게 ‘들에 나가자.’ 하고 말하였다”(창세 4,8). 들에 나가 카인이 말하였다. “나는 세상이 자비로 창조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세상은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고 하느님의 심판도 불공평하다. 네 제물은 호의로 받으시면서 내 제물은 호의로 받지 않으셨으니 말이다.” 아벨이 말하였다. “세상은 자비로 창조되었고 공정하게 돌아가며 하느님의 심판도 불공평하지 않습니다. 내 행동의 열매인 제물이 형님의 것보다 더 나을뿐더러 먼저 바쳤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호의로 받으신 겁니다.” 카인이 말하였다. “심판도 없고 판관도 없고 다음 세상도 없으며, 의인에게 주는 보상도 악인에게 주는 처벌도 없다.” 아벨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심판도 있고 판관도 있고 다음 세상도 있으며, 의인에게 주는 보상도 악인에게 주는 처벌도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이 문제를 두고 계속 논쟁하였다. 카인이 말하였다. “이제 세상을 나누자.” 아벨이 동의하였다. “내가 땅(부동산)을 가질 테니 네가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소유물(동산)을 가져라. 이제 우리 서로 상관하지 말고 살자.” 그 뒤로 아벨은 가축을 돌보았다. 카인이 시비를 걸었다. “네가 서 있는 이 땅은 내 것이다. 발을 땅에 딛지 말고 공중에 떠 있어라.” 아벨이 말하였다. “그럼 형님이 입고 있는 이 옷은 제 것이니 당장 벗으십시오.” “카인이 자기 아우 아벨에게 덤벼들어”(창세 4,8), 아벨이 달아났다. 카인이 뒤를 쫓았다. 산에서 골짜기로 골짜기에서 산으로 뒤쫓았다. 아벨은 카인에게 붙잡혀 맞고 쓰러졌다. 카인이 소리쳤다. “이곳에는 우리 둘뿐이다. 어디 아버지한테 일러 보시지?” 아벨이 사정했으나 카인은 그를 죽였다. 카인이 말하였다.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한테서 달아나야겠다. 세상에 나와 아벨 말고는 없으니 나한테서 아벨을 찾으실 것이다.” 그런데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바로 카인을 발견하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 부모 앞에서는 달아날 수 있으나 내 앞에서는 아니다. ‘사람이 은밀한 곳에 숨는다고 내가 그를 보지 못할 줄 아느냐?’(예레 23,24)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창세 4,10)” 카인이 대답하였다. “모릅니다. 왜 저한테서 아벨을 찾으십니까? 저도 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이 몹쓸 놈아, ‘네 아우의 피가 땅바닥에서 울부짖고 있다’”(4,10). 카인이 아뢰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4,9) 모든 피조물을 지키시는 분은 하느님이시지 않습니까? 밤에 물건을 훔친 도둑의 비유를 보십시오. 그가 밤에는 붙잡히지 않다가 아침이 되어 문지기한테 붙잡혔습니다. 문지기가 왜 물건을 훔쳤느냐고 묻자 도둑이 말하였습니다. ‘나는 도둑이요. 나는 내 일을 했을 뿐이오. 당신도 문지기로서 당신 일을 하고 있지 않소? 나도 마찬가지요.’” 카인이 계속 아뢰었다. “맞습니다. 제가 그를 죽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저에게 악한 성향을 지니게 만드셨고, 모든 것을 지키시는 하느님께서 제가 그를 죽이게 두셨으니 결국 하느님께서 그를 죽이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제 제물을 아우의 제물처럼 호의로 받아주셨다면 저도 아벨을 미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고 아우를 죽이느냐? ‘들어 보아라. 네 아우의 피가 땅바닥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4,10). 카인이 아뢰었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그런데 누가 하느님께 알렸습니까? 제 부모는 땅에 머물러서 제가 아우를 살해한 사실을 모르고, 하느님께서도 하늘에 계셨을 텐데 어찌 아셨습니까?” 거룩하시고 찬미 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나는 온 세상을 짊어지고 있다.” 카인이 아뢰었다. “저는 형벌을 짊어졌습니다. 하느님께서 제 형벌도 짊어지실 수는 없습니까? ‘그 형벌(=죄)은 제가 짊어지기에 너무나 큽니다’”(4,13).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스스로 네 형벌(=죄)이 크다고 고백하였으니 네가 짊어져야 한다. 너는 이곳을 떠나 떠돌아라.” “카인은 주님 앞에서 물러 나와 에덴의 동쪽 놋 땅에 살았다”(4,16). 그가 물러나 그의 발이 닿는 곳은 어디에서나 땅이 흔들렸고, 짐승과 가축들도 충격을 받아 서로 말하였다. “저 사람은 누구인가?” “자기 아우를 죽인 카인이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그 벌로 ‘세상을 떠돌며 헤매는 신세가’(4,12) 되도록 판결을 내리셨다. 우리가 가서 그를 잡아먹자.” 짐승들이 아벨의 피를 복수하러 모여들었다. 카인은 눈물을 흘리며 아뢰었다. “당신 얼을 피해 어디로 가겠습니까? 당신 얼굴 피해 어디로 달아나겠습니까? 제가 하늘로 올라가도 거기에 당신 계시고 저승에 잠자리를 펴도 거기에 또한 계십니다. 제가 새벽놀의 날개를 달아 바다 맨 끝에 자리 잡는다 해도 거기에서도 당신 손이 저를 이끄시고 당신 오른손이 저를 붙잡으십니다”(시편 139,7-10). 그러자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카인을 죽이는 자는 누구나 일곱 곱절로 앙갚음을 받을 것이다”(창세 4,15). 한편 아벨은 살해되어 시체는 들판에 던져지고 피는 나무와 돌 위에 뿌려졌다. 양들을 지키던 아벨의 개가, 들판의 짐승들과 하늘의 새들로부터 아벨의 시체를 지켰다. 아담과 하와가 와서 울며 애도하였다. 그들은 아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친구를 죽인 까마귀 한 마리가 말하였다. “아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내가 아담에게 알려야겠다.” 까마귀는 죽은 자기 친구를 데려다 그들 앞에서 땅에 파고 묻었다. 아담이 말하였다. “카인과 아벨이 이 까마귀들처럼 되었구나.” 그는 아벨의 시체를 가져다 땅에 묻었다. 카인이 아벨을 살해하기 전에는 에덴동산처럼 땅에 있는 모든 것이 풍성하였다. 그러나 그가 죄를 지어 아우를 죽인 뒤로는 가시와 덤불이 무성해졌다. 라삐들의 미드라시는(성경 주해) 카인이 스스로 초래한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죄악을 더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또한 인간은 하느님 앞에서 달아날 수 없는 존재이고, 온 세상을 짊어지신 하느님(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는 공정하게 심판하시어 보상과 처벌을 내리시되, 죄인 카인에게도 자비를 베푸시는 분으로 소개한다. 아울러 아벨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마무리와 부모의 애도도 놓치지 않고 부연하면서, 존속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말미암아 풍성한 에덴동산 같던 온 땅이 척박해졌음도 덧붙이고 있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9년 4월호, 강지숙 빅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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