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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서의 해: 계약과 법전(탈출 19-40)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6-16 조회수6,340 추천수0

[2019 사목교서 ‘성서의 해Ⅰ’] 계약과 법전(탈출 19-40)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탈출하면서, 또 광야에서 배고픔과 목마름 속에서 하느님의 이끄심과 도우심을 체험합니다. 물론,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의 한계 상황 앞에서 하느님과 모세에게 원망을 쏟아내기도 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하느님 백성이 되어가는 영적 여정을 광야에서 걷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 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장소에 이릅니다. 바로 시나이 산입니다(탈출 19,1). 이 장소에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은 계약을 맺습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탈출하여 계속 움직이는 여정을 걸어왔다면, 탈출기 19장부터 레위기를 거쳐 민수기 10,11까지 이곳 시나이 산에서 머물게 됩니다.

 

탈출 19-40의 구조와 간략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탈출 19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계약 맺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뒤이어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계약은 십계명으로 구체화됩니다: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탈출 20,2). 이렇게 시작되는 십계명에 뒤이어 계약 법전(탈출 20,22-23,33)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길게 성소 건립을 위한 지침이 등장합니다(탈출 25-31). 뒤이어 이스라엘 백성의 죄악과 하느님의 자비를 보여주는 금송아지 사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탈출 32-34). 그리고 다시 성소 건설에 관한 규정으로 탈출기는 마무리됩니다(탈출 35-40).

 

창세기 1장부터 탈출기 18장까지 우리는 편안하게 하나의 이야기를 읽어왔습니다. 하지만, 탈출기 19장에서 보이는 분위기는 매우 다릅니다. 계약과 법에 대한 이야기, 규정과 규율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탈출기 32-34장을 제외하고 35장에서 40장까지 이어지고, 탈출기의 다음 책인 레위기, 민수기, 그리고 오경의 마지막 책인 신명기까지 이어집니다. 성경책을 읽을 때 우리를 항상 곤혹스럽게 만드는 내용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너무나도 길고, 어렵고, 때로는 우리와 큰 상관없이 여겨지는 법률과 계명에 관한 내용입니다. 기억하시나요? 앞서 오경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구약성경 문학 양식에 “하까다”와 “할라카”라는 양식이 있음을 알려 드렸습니다. 창세기부터 시작하여 탈출기 18장에서 보이는 것처럼 하나의 스토리를 지닌 이야기의 양식이 “하까다”이며, 이스라엘 백성이 가야 할 규정과 계명을 기록한 부분이 “할라카” 양식입니다. 탈출기 19장부터 시작되는 계약과 법, 규율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할라카” 양식으로 구성된 부분입니다. 우리가 읽기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하지만, 성경의 저자가 긴 지면을 할애하여 언급한 계약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기에 앞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제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내 계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나의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나에게 사제들의 나라가 되고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탈출 19,5-6).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계약을 맺으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가 더욱 중요했습니다. 하느님의 강한 손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선택되고, 하느님의 구원과 해방을 체험하였다면, 이제 백성이 응답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소유가 되기 위해, 하느님 사제들의 나라가 되기 위해 백성이 응답해야 합니다. 그 응답은 주님의 계명과 규율을 지키는 가운데 이뤄집니다. 우리에게는 지루하고 따분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보다 먼저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을 체험한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그 따분하게 다가오는 가르침이 생명으로, 구원으로 이르는 길이었습니다.

 

우리에게도 많은 계명이 있습니다. 계명 자체가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계명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우리를 구원에 이르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그동안 내가 소홀히 여긴 작은 가르침과 계명을 다시금 기억하고 이를 통해 주님께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 6월 16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인천주보 3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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