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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서의 해: 금송아지 이야기(탈출 32-34)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6-22 조회수8,641 추천수1

[2019 사목교서 ‘성서의 해Ⅰ’] 금송아지 이야기(탈출 32-34)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후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하느님 말씀을 잘 듣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면서 계약에 충실한 삶을 걸어갔을까요? 아니면, 계약에 거스르는 여정을 걸었을까요? 아쉽게도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과 맺은 계약과 하느님께 받은 계명을 뒤로한 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합니다. 그 사건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금송아지 사건(탈출 32-34)입니다. 탈출기의 저자는 이 사건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금송아지 이야기를 탈출기 안에서 배치, 구성에서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합니다.

 

우선, 금송아지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본문입니다. 금송아지 이야기를 전후로 성소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A: 하느님 현현(탈출 24,15-18) → B: 성소와 성막제작에 관한 규정(탈출 25,1-31,18) → C: 금송아지 사건과 하느님 자비의 정식(탈출 32,1-34,35) → B′: 성소와 성막 제작에 관한 규정(탈출 35,1-40,33) → A′: 하느님 현현(탈출 40,34-38).

 

이야기가 금송아지 사건을 중심으로 대칭되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탈출기 후반부(탈출 19-40장)의 중심에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계약 체결, 하느님의 현존을 보여주는 성소와 성막이 서 있습니다. 성소와 성막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계시다는 표지입니다. 그 표지의 중앙에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 이스라엘 백성의 악행이 묘사됩니다. 하느님의 의지와 이스라엘 백성의 긴장을 이 A-B-C-B′-A′의 구조가 보여줍니다. 함께 하고자 하시는 하느님과 자신들의 뜻대로 살고자 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의지가 충돌한 사건이 바로 금송아지 사건입니다.

 

그럼 금송아지 사건에 담긴 의미는 정확하게 무엇일까요? 금송아지 사건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잠시 십계명(탈출 20장)의 첫 구절에 등장하는 첫 번째 계명을 살펴봅니다: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 너에게는 나 말고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 너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든,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든, 땅 아래로 물 속에 있는 것이든 그 모습을 본뜬 어떤 신상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너는 그것들에게 경배하거나, 그것들을 섬기지 못 한다”(탈출 20,2-5).

 

이 구절은 하느님이 어떠한 분이신지 알려줍니다. 이집트 땅에서 종살이 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어 주신 분은 야훼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또한 우상숭배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금지합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금송아지 사건을 살펴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금송아지를 만들고 그 송아지 상 앞에서 “이스라엘아, 이분이(금송아지가) 너를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오신 너의 신이시다.”(탈출 32,4)라면서 외쳤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탈출 사건에 대하여 얼마나 잘못된 인식을 지니고 있었는지, 또 왜곡시켰는지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우상 숭배의 문제가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에서 당신의 강한 손의 힘을 보여준 이집트 탈출 사건에 대한 인식의 왜곡이라는 사실이 큰 잘못이었음을 탈출기는 분명하게 강조합니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이 금송아지를 만든 이유를 탈출기는 짧게 언급합니다: “백성들은 모세가 산에서 오래도록 내려오지 않는 것을 보고”(탈출 32,1). 히브리어 원문을 보면 ‘지체하다’라는 뜻에 의미가 더 가깝습니다. 모세가 산에서 내려오는 것을 지체하고 있다고 인식합니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보낸 시간은 40일입니다(탈출 24,12-28). 이스라엘 백성의 조급한 모습이 보입니다. 40일의 기다림이 그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배신하고 하느님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금송아지 이야기는 단순하게 우상을 만든 사건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금송아지 이야기는 백성이 하느님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백성이 지닌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 나서 받은, 가장 으뜸이 되는 계명을 이스라엘 백성은 아무런 죄책감과 문제 제기 없이 거스릅니다. 오히려 그 우상 앞에서 기뻐합니다. 단지 그들이 원하는 때에 모세가 없었고, 원하는 모습으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제 그들을 기다린 것은 분노로 휩싸인 야훼 하느님과 그분의 심판이었습니다.

 

[2019년 6월 23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인천주보 3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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