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카르멜 산 카르멜(Carmel)의 어원은 히브리어 카렘(Karem)이다. 포도밭 또는 과수원을 가리킨다. 카르멜 산자락에 포도밭과 과수원이 많기에 이렇게 불리었을 것이다. 이곳은 지중해성 기후 영향으로 비가 많다. 이스라엘에서 강수량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숲이 우거지고 자연동굴이 많은 이유다. 카르멜 산맥은 갈릴래아 남쪽에 위치한다. 지중해에서 내륙으로 뻗어있고 여러 개의 봉우리가 있다. 폭은 대략 10km, 길이는 26km 정도, 가장 높은 봉우리도 546m에 불과하고 엘리야가 바알 사제와 대결한 산은 482m다. 따라서 카르멜 산은 특별한 봉우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산맥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카르멜 산이 시작되는 지중해 연안에는 이스라엘 3번째 도시 하이파 항구가 있다. 인근에는 타보르 산(561m)에서 발원한 키손 강이 흐른다. 엘리야 예언자가 바알 사제들을 처형했던 전설의 강이다(1열왕 19,40). 여호수아는 카르멜 산 일대를 정복한 뒤 아세르 지파에게 분배했다(여호 19,26). 북이스라엘이 망한 뒤에는 아시리아 땅이 되었고 예수님 시대엔 시리아의 지배를 받았다. 현재는 이스라엘 소속이다. 고대인은 하늘도 신들의 영역이라 믿었기에 높은 산에는 반드시 제단을 만들었다. 구약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산당(山堂)이 그것이다. 카르멜 산은 고대 이집트 문헌에도 거룩한 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만큼 산신숭배가 성행했던 명산이었다. 원주민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의 토착 신 바알(Baal)에게 제사를 드렸다. 이런 이유로 북이스라엘 아합 임금 때는 바알 사제들이 850명이나 있었다(1열왕 18,19). 왕비 이제벨의 전폭적인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카르멜 산은 초대교회 때부터 신성한 장소로 알려졌다. 순례자의 방문이 이어졌고 6세기부터 은수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카르멜 수도회의 출발이다. 하지만 13세기 십자군 운동이 실패하자 이곳은 안전한 장소가 되지 못했다. 카르멜 산 수도자들은 서방 세계로 이주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시련을 겪었다. 이후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에 의해 오늘날의 카르멜 수도회로 새롭게 출발했다. 산 정상에는 1868년 세워진 카르멜 수도원이 있다. 십자군 성채를 개조한 무흐랄카(Muchlaka) 수도원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불 제단 수도원’이다. 엘리야 예언자가 하늘의 불로 바알 사제를 물리친 카르멜 산의 대결을 암시하고 있다. [2019년 11월 10일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가톨릭마산 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신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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