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주간 특집] Q&A 성경, 묻고 답하다 11월 24일부터 30일은 한국교회가 정한 성서 주간이다. 한국교회는 1985년부터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을 성서 주간으로 정해 모든 신자들이 성경을 가까이 하고 생활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교회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 말씀을 묵상하며 가르침을 따르는 삶을 살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자는 것이다. 성경을 열심히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경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에 2019년 성서 주간을 맞아 성경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갖고 있는 궁금증들을 풀어 보고자 한다.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성경 필사본 아일랜드의 국보 「켈스의 서」. 출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Q. 성경이라는 말의 유래와 의미는? 성경은 구약 46권과 신약 27권, 모두 73권이 모여 한 권의 책을 이루고 있다. 성경은 약 1300여 년에 걸쳐 히브리 백성과 초기 그리스도교 안에서 기록된 여러 저자의 작품들을 한데 모은 ‘전집’인 것이다. 라틴어로는 ‘비블리아’(Biblia), 영어로는 ‘바이블’(Bible)인 성경은 ‘책들’이라는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비블리아’에서 유래했다. 한편 2세기 말 이후부터는 유다교 경전과 그리스도교 경전을 구별하기 위한 명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계약’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테스타멘툼’(testamentum)이 성경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됐다. 그리하여 유다교의 경전은 ‘구약’(vetus testamentum), 2세기 중엽 이후 그리스도교의 저술들은 ‘신약’(novum testamentum)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결국 성경이란 하느님이 모세의 중재를 통해 이스라엘과 맺은 계약(옛 계약)과 하느님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한 계약(새 계약)에 대해 우리에게 전해주는 책들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 글로써 전달된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뜻에서 ‘글’(scripture) 또는 ‘거룩한 글’(holy scripture)이라고도 한다. Q. 구약과 신약은 어떤 언어로 쓰였을까? 구약성경은 대부분 히브리어로 쓰여졌으나 아주 드물게 몇몇 내용들은 아람어로 쓰여져 있다. 아람어는 유배 시대 이후 사용된 유다인의 구어(口語)로, 히브리어를 대신하게 된 방언이다. 구약은 기원전 3세기부터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어로 번역됐는데, 팔레스티나의 이스라엘 12지파에서 각각 6명씩 뽑힌 72명의 율법학자들의 72일 동안 모세 오경의 번역을 마쳤다고 한다. 그래서 이 오경의 그리스어 번역본을 ‘칠십인 역본’이라고 부른다. 이후 성경의 다른 부분들도 그리스어로 번역됐기 때문에 구약 전체의 옛 그리스어 번역을 ‘칠십인 역본’이라고 부르게 됐다. 다른 번역본으로는 시리아 역본, 콥트어 역본 등이 있으며, 라틴어 역본으로는 성 예로니모의 불가타(Vulgata)본이 있다. 신약은 고전 그리스어가 사라진 후 통용되던 ‘공통적인 언어’라는 의미의 ‘코이네 그리스어’(헬라어)로 쓰여졌다. Q. 정경과 외경은 무엇인가? 정경(canon)이란 그리스어 ‘카논’에서 유래한 말로, ‘갈대로 만든’ 혹은 ‘갈대 같이 곧은’ 것을 의미하며, 규칙, 표본, 모범이란 뜻을 갖고 있다. 즉 정경은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위한 신앙과 생활의 기준 혹은 규범이라는 것이다. 정경의 선택 과정은 교회 공동체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떤 권위자나 공의회 또는 기관에서 정경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여러 가지 책을 사용하다가 그 중 어떤 책들이 다른 책보다 더 가치 있다고 깨달아 가는 과정이 정경 형성의 과정이었다. 가톨릭교회의 구약은 ‘제1경전’(히브리 정경)과 ‘제2경전’으로 나뉘는데, ‘제2경전’을 개신교에서는 외경이라고 부르고 있다. 제2경전은 토빗기, 유딧기, 마카베오기 상·하권, 바룩서, 지혜서, 집회서와 에스테르기·다니엘서 일부 등으로, 이 책들은 히브리어로 기록된 제1경전의 책들보다 후대에 그리스어로 기록됐다. 가톨릭교회는 제2경전에 속한 책들도 히브리 정경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말씀임을 인정했다. 반면 루터는 1534년 히브리 정경으로만 구약성경을 출판했고, 나머지 다른 책들은 ‘외경’ 즉, “성스러운 성경과 동일하게 취급되지는 않지만 읽어서 유용한 책들이다”라는 표제 하에 구약 끝 부분에 분리해 실었다. Q. 4대 복음서는 언제 쓰여졌을까? 4대 복음서, 즉 마태오 복음서, 마르코 복음서, 루카 복음서, 요한 복음서의 복음사가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전승들을 모아 복음서를 썼다. 이들은 수집한 전승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예수님의 모습과 그분의 가르침을 보다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이들을 단순히 ‘전승의 수집자’라든가 ‘전승을 옮겨 쓴 이’라고 부르지 않고, 복음사가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네 복음 중에서 요한 복음서를 제외한 나머지 세 복음내용은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서 성서학자들은 마태오·마르코·루카 복음서는 함께 보면서 연구할 수 있는 것이라 해서 이 세 복음을 ‘공관복음’(共觀福音)이라고 한다. 공관복음서 중 마르코 복음서가 서기 70년쯤 제일 먼저 쓰여졌고, 마태오와 루카 복음서는 80~90년 집필됐다는 것이 통설이다. 반면 요한 복음서는 복음서 중에서 가장 늦게 쓰여졌고(서기 100년경), 집필 당시 이미 예수님의 말씀이 공관복음을 통해 전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관복음에 없는 내용을 보충한 성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한 복음서는 특히 예수님의 신성(神性)을 의심하는 많은 외교인들을 위해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임을 강조하고 있다. Q. 한국교회에서 사용하는 성경은? 과거에는 천주교와 개신교의 교회 학자들이 교회 일치(에큐메니컬) 운동의 일환으로 공동 구성한 한국성서공동번역위원회가 번역한 「공동번역 성서」를 사용했다. 「공동번역 성서」는 1977년 주님 부활 대축일에 편찬해 2005년 주교회의 발간 「성경」이 한국 천주교 공식 성경으로 발행되기 전까지 사용됐는데, 현재는 대한성공회와 한국정교회만이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17년의 작업을 거쳐 2005년에 발행된 한국 천주교회 공용 번역본은 구약의 히브리어 부분은 슈투트가르트판 히브리어 성경에 실려 있는 마소라 본문을, 그리스어 부분은 괴팅겐판 칠십인역 성경을 번역 대본으로 삼았다. 「신약성경」은 세계성서공회가 발행한 그리스어 신약성경을 번역 대본으로 삼았다. 또한, 주교회의는 성경 각 권에 대한 입문 자료와 어려운 구절, 표현, 단어에 대한 해설 등을 함께 수록한 「주석 성경」도 2010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승인을 받아 편찬했다. [가톨릭신문, 2019년 11월 24일,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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