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삐 문헌 읽기] 다윗 임금과 하느님의 업적 사울의 시종이었다가 임금 자리에까지 오른 다윗은 유능하면서도 행운도 따른 인물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시편을 지어 바칠 만큼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께 충실했던 종교적 인간이었다. 다음 이야기는 다윗이 사울을 피해 도망 다닐 때의 일화와 하느님 앞에 겸손한 그의 모습을 전한다. “다윗은 … 정신이 나간 체하였다”(시편 34,1 참조). 다윗이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 앞에 아뢰었다. “‘주님, 당신의 업적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 모든 것을 당신 슬기로 이루셨습니다’(104,24 참조). 당신께서는 세상 모든 피조물을 훌륭하게 만드셨고, 그 모든 것에서 슬기가 돋보이십니다. 그런데 당신이 창조하신 바보(정신 나간 이 또는 미치광이)는 세상에서 무슨 쓸모가 있습니까? 바보가 옷을 찢으며 걸어가면 아이들은 그의 뒤를 쫓고 사람들은 보고 웃습니다. 이런 일이 괜찮으십니까?”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다윗아, 바보를 무시하는 것이냐? 사과해라. 그리고 그때까지(내가 너를 바보로 만들 때까지) 그를 위해 기도하여라.” 다윗은 얼마 안 되어 (사울을 피해) 필리스티아 임금 아키스에게 갔다. 그래서 “다윗은 일어나, 그날로 … 아키스에게 갔다.”(1사무 21,11)고 한 것이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다윗아, 너는 아키스에게 가려느냐? 어제 네가 골리앗을 죽이고 아직 그의 피가 마르지도 않았다. 골리앗의 형제들이 아키스의 경호대장이다. 그래도 꼭 가야겠느냐?” 다윗이 아키스에게 가자 골리앗의 형제들이 아키스에게 말하였다. “그가 우리 형제를 죽였으니 저희가 그를 죽이겠습니다.” 아키스가 말하였다. “전쟁터도 아닌데 죽이겠다고? ‘만일 그자가 나와 싸워서 나를 쳐 죽이면, 우리가 너희 종이 되겠다.’(17,9)고 하지 않았느냐?” 그들이 말하였다. “그렇게 되면 임금님은 당신 왕좌에서 일어나 다윗에게 왕국을 내주십시오. 저희는 그의 종이 되겠습니다.” 아키스는 그들의 말을 당해 낼 수 없었다. 그때 다윗은 두려워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다윗아, 무엇을 부탁하려느냐?” 다윗이 아뢰었다. “제가 당신이 창조하신 바보가 되게 해 주십시오.” “내가 뭐라더냐, ‘말씀을 업신여기는 자는 멸망한다’”(잠언 13,13 참조). 다윗은 미친 척하였고, 성 문짝에 이렇게 썼다(1사무 21,14 참조). ‘갓 임금 아키스는 엄청난 돈과 수많은 여자를 나에게 빚졌다.’ 아키스의 딸과 아내는 안에서 미쳐 소리 질렀고, 다윗은 밖에서 미쳐 소리 지르며 돌아다녔다. 아키스가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나에게 미친놈들이 모자라서, 저런 자까지 데려다가 내 앞에서 미친 짓을 하게 하느냐?”(16절) 그러자 다윗은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바보가 되니 참 좋습니다. ‘나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리라’”(시편 34,2; 시편 미드라시 34,1; 얄쿳 시므오니 사무엘편 131). 어느 날 다윗 임금은 정원에 앉아 말벌이 거미를 잡아먹는 것을 보았다. 그는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 여쭈었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당신께서 창조하신 이것들은 세상에서 무슨 쓸모가 있습니까? 말벌은 꿀을 망가뜨리고 이로울 게 없으며, 거미는 일 년 내내 입을 수도 없는 거미줄을 짜기만 합니다.”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다윗아, 너는 내 피조물들을 무시하느냐? 시간이 지나면 네게 쓸모가 있을 것이다.” 다윗이 사울 임금을 피해 동굴에 숨어 있을 때,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거미를 보내시어, 거미가 동굴 입구에서 거미줄을 짜 동굴을 막았다. 사울이 와서 보니 동굴이 막혀 있었다. 그가 말하였다. “사람은 당연히 여기 들어갈 수 없다. 들어가려면 거미줄을 찢어야 한다.” 그는 들어가지 않고 떠났다. 다윗은 나와서 거미를 보고 입 맞추며 말하였다. “너의 창조주는 찬미받으시고, 너는 복을 받으리라.” 다윗은 사울이 잠든 것을 발견하였다. 아브네르는(사울의 사령관, 1사무 26,5 참조) 천막 입구에 누워 있었는데, 머리는 이쪽 입구에 다리는 세운 채로 반대쪽 입구에 나와 있었다. 다윗은 그 다리 사이로 들어가 물동이를 들고 나오려는데, 아브네르가 다리를 펴는 바람에 그를 덮쳐 큰 두 기둥 같은 다리가 다윗을 눌렀다. 다윗은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 자비를 청하였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시편 22,2) 그분께서 그에게 기적을 일으키시어 그에게 말벌을 보내셨다. 말벌이 아브네르의 다리를 쏘아 세우게 하니 다윗이 나왔다. 다윗은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 앞에서 찬양하였다(벤 시라의 알파벳 : 오차르 미드라시 47면). “다윗은 … 온 힘을 다하여 주님 앞에서 춤을 추었다”(2사무 6,14). 그는 어떻게 한 것인가? 우리의 스승들이 말하였다. 그는 순금으로 된 번쩍이는 옷을 입고 손뼉을 치며 외쳤다. “나의 주님은 지극히 높으시고 존엄하시다.” 다윗이 춤을 추자 그가 걸친 금이 종소리처럼 울렸고 겉옷 자락이 찰랑거리며 살이 드러났다. 이스라엘은 나팔과 트럼펫, 온갖 악기로 환호하였고, 예루살렘에 들어온 그를 모든 여자가 창문과 지붕에서 바라보았다. 미칼은(다윗의 아내이자 사울의 딸) 그를 집에 들이지 않고 밖에서 맞으며 심한 말로 모욕하였다. “오늘 이스라엘의 임금님이 … 여종들이 보는 앞에서 벗고 나서니, 그 모습이 참 볼만하더군요!”(6,20)라고 하였듯이, 미칼이 말하였다. “오늘 (당신 덕분에) 아버지 (사울) 집안이 유명해졌네요. 당신과 아버지 집안이 어떻게 다른지 보세요. 나의 아버지 집안사람들은 모두 겸손하고 거룩한데, 당신은 교양 없는 사람처럼 옷을 걷어붙이고 서 계시는군요.” 다윗이 말하였다. “내가 즐거워한 것은 피와 살의 임금들 앞에서였지 임금들의 임금님 앞에서는 아니었소. 당신 아버지 집안이야 자신들의 명예를 추구하고 하늘의 명예에는 소홀하지만, 나는 내 명예에는 관심 없고 하늘의 명예만을 추구하오. 그래서 ‘나는 이보다 더 자신을 낮추고 … 천하게 될 것이오. 그러나 당신이 말하는 저 여종들에게는 존경을 받게 될 것이오’”(6,22). 다윗이 하느님 앞에 아뢰었다. “사무엘이 저를 임금으로 기름 부을 때 저는 ‘주님, 제 마음은 오만하지 않습니다.’(시편 131,1 참조)라고 하였고, 골리앗을 죽일 때 ‘제 눈은 높지 않습니다.’(1절)라고 하였으며, (압살롬의 반란이 실패하여) 왕국으로 돌아올 때 ‘저는 거창한 것을 따라나서지 않습니다.’(1절 참조)라고 하였고, 궤를 들어 올렸을 때 ‘놀라운 것을 찾아 나서지도 않습니다.’(1절)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제 영혼을 가다듬고 가라앉혔습니다. 어미 품에 안긴 젖 뗀 아기 같습니다’(2절). 곧 아기가 어미 앞에서 벌거벗은 것이 부끄럽지 않듯이 제 영혼도 당신 앞에서 그러합니다. 당신의 영광 앞에서는 우스운 꼴이어도 부끄럽지 않습니다”(민수기 라바 4,20). 신하들이 다윗 임금에게 말하였다. “시편을 마치게 되니 뿌듯합니다.” 다윗이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 앞에 아뢰었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저보다 더 많이 시편을 노래한 피조물이 세상에 있습니까?” 그때 개구리 한 마리가 나타나 말하였다. “다윗 임금님, 우쭐해하지 마십시오. 제가 임금님보다 더 많이 시편을 노래합니다”(얄쿳 시므오니 시편 889). 위의 문헌들에 따르면, 다윗은 세상에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피조물들을 통해 목숨을 구하고 하느님의 도우심을 체험한다. 그 체험이 ‘자신의 명예에는 관심이 없고 하늘의 명예만을 추구한’ 다윗을, 이스라엘의 이상적 임금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토록 신실한 다윗의 기도와 찬양을 하루 종일 울어 대는 개구리와 비교한 라삐들의 재치가 재미있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9년 11월호, 강지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