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사도행전 읽기 (1) 사도행전은 예수님 승천 이후 오순절 성령 강림사건을 통해 교회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바오로가 로마에 갇히게 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근 30년 간 그리스도교가 지중해 연안 북부 지역, 곧 오늘날의 시리아, 터키, 그리스, 로마 제국의 수도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퍼져 나가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루카는 처음 이 글을 적으면서 아무런 제목도 붙이지 않지만, 후대 교회 사람들은 이 책에 “사도행전”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은 사도행전이라기보다 성령 행전이라 부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새로 탄생한 교회가 이스라엘의 국경을 넘어 로마 제국 전체로 퍼져나가게 된 것은 모두 성령의 활동 덕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일을 한 도구들이 베드로와 바오로 같은 사도들이기에 이 책을 사도행전이라고 부르는 것도 무방해 보인다. 다만, 바오로의 제자 루카가 저술한 것이다 보니 다분히 바오로 활동에 치중되고 있기에 사도행전이라기보다 바오로 행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루카의 두 번째 책 사도행전이 네 복음서 다음에 위치해 있기에 이 책이 루카 복음에 이어진 책, 곧 루카가 저술한 두 번째 책이자 루카 복음서의 후속편이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그러나 사도행전은 루카 복음사가가 복음서에 이어서 저술한 책임이 분명하다. “테오필로스 님, 첫 번째 책에서 저는 예수님의 행적과 가르침을 처음부터 다 다루었습니다.”(루카 1,1) 또한, 사도행전의 수신인으로 호명되는 ‘테오필로스’라는 이름은 루카 복음 서두(1,3)에도 언급되는데, 사도행전과 루카 복음 모두가 동일한 수신자에게 보낸 글임을 알 수 있다. “존귀하신 테오필로스 님, 이 모든 일을 처음부터 자세히 살펴본 저도 귀하께 순서대로 적어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여기서 ‘테오필로스’란 ‘하느님을 사랑하는 자, 하느님을 지지하는 자’라는 뜻이다. 학자들은 이 이름이 모든 그리스도교인을 상징한다고 보기도 한다. 사도행전이 루카 복음서에 이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은 사도행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루카 복음서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루카복음서를 충분히 읽은 뒤에 사도행전을 읽어야 비로소 사도행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사도행전을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루카 복음서에 관해서,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의 관계에 관해서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루카 복음 먼저 살펴보기 학자들에 따르면 루카 복음은 마태오 복음과 같이 마르코 복음과 예수 어록(Q),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적은 것으로 보인다. 루카는 복음서 서두에서 자신이 여러 자료들을 사용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우리 가운데에서 이루어진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엮는 작업에 많은 이가 손을 대었습니다. 처음부터 목격자로서 말씀의 종이 된 이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것을 그대로 엮은 것입니다.”(루카 1,1)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사도 바오로의 제자였던 루카는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예수님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에게 신앙을 전해 준 신앙 선배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예수님을 알 수밖에 없었다. 루카는 자신이 전해들은 이야기들을 나름대로 이해하여 글로 옮기고 있기 때문에 다른 복음사가들과는 다른 다소 독특한 신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예수님의 업적이 유다인들 뿐만 아니라 이방인들, 곧 세상 모든 민족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던가, 예수님이 가난한 이, 소외된 이, 죄인들을 위해 좀 더 특별한 관심을 지니고 있음을 드러낸다던가, 재물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던가, 모든 일이 성령의 인도로 이루어졌음을 강조하며 예수님께서 기도하는 모습을 특별히 부각시킨다던가 하는 점 등이 그러하다. 또한, 루카는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예수님의 일을 계속 이어가는 사도들의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복음서 안에서 언급했어야할 이야기인데도 사도행전을 위해 남겨 둔다거나, 복음서의 예수님 사건마저도 제자들, 특히 베드로, 스테파노, 바오로에게 일어날 사건을 미리 준비해 주는 사건인 듯 이야기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루카 복음과 사도행전이 말하는 구원역사 루카는 구원역사에 관해서도 다소 독특한 그림을 그리는데, 루카 복음과 사도행전을 함께 이어 읽다보면 루카가 그리는 구원역사 전체의 그림을 파악할 수 있다. 루카는 구원 역사를 세 시기로 나누고 있는데, 첫 번째 시기는 구약 시기의 시대로 아담에서 세례자 요한에 이르는 시대다. “율법과 예언자들의 시대는 요한까지다. 그 뒤로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전해지고 있는데, 모두 이 나라에 들어가려고 힘을 쓴다.”(루카 16,16) 두 번째 시대는 신약 시대로 예수님의 생애와 겹친다. 이 시대의 주인공인 예수 그리스도는 이스라엘과 교회를 연결해 주는 구심점이며 그의 시대는 세례(루카 3,1)부터 승천까지라고 할 수 있다.(사도 1,22) 마지막이 교회의 시대로 이 시대는 사도 2,1에서 시작되어 사람의 아들이 오는 세상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시대다.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읽는 독자는 바로 이 세 번째 시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루카의 글에 따르면 구약에서 예수에게로, 또 예수에게서 교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각각 두 개의 다리가 나타난다. 루카 1-2장에서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구약의 인물인 즈카리야, 엘리사벳, 목동들, 시메온, 안나가 신약의 인물인 마리아, 예수를 만나기 위해 다리를 건너간다. 여기서 구약의 인물들이 매우 나이 많은 인물로 등장하고 신약의 인물들이 모두 젊은 인물로 등장한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또한, 성모님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하는 장면은 신약과 구약이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이 된다. 왜냐하면 이 장면은 구약의 백성을 상징하는 늙은 여인 엘리사벳의 태중에 있던 구약의 마지막 인물 세례자 요한과 신약의 백성을 상징하는 젊은 여인 성모님의 태중에 있던 신약의 첫 인물 예수님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다리는 사도 1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복음서의 주인공 예수는 열두 제자들을 가르치고 성령, 곧 제자들의 설교와 기적을 통해 교회를 건설하게 될 성령이 오는 것을 제자들이 준비하도록 다리를 놓아 준다. 바로 이 장면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도행전 전체를 관통할 주제 하나를 알려주신다. “그때와 그 시기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권한으로 정하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사도행전은 제자들이 예루살렘,(사도 1,12-8,1) 온 유다와 사마리아,(사도 8,2-40)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사도 9,1-28,24) 어떻게 해서 예수님의 증인이 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다. 물론, 사도행전은 바오로가 로마에 도착한 이야기로 끝이 난다. 아마도 로마가 세상 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도행전의 이야기는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역시 사도들처럼 세상 끝까지 복음이 전해지기를 희망하는 교회의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8일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가톨릭마산 4-5면, 염철호 요한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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